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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Apr 07. 2022

리더가 던지는 한마디 말의 무게

잊을만하면 사회적으로 정치인이나 연예인의 막말 논란이 있어왔다. 막말이라는 것은 자신이 내뱉은 말의 파장을 고려하지 않은, 그래서 그 말로 인해 누군가 받게 될 상처를 충분히 배려하지 않은 단어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경우엔 소신 발언이란 이름으로 치장되기도 하지만 막말과 소신 발언은 결이 크게 다르다.


말과 글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말은 글과는 달리 한번 바깥으로 나온 것을 쉽게 수습할 수 없다는 점에 큰 차이가 있다. 글은 공개적으로 올리기 전에 퇴고할 수 있다. 지나친 표현은 없는지, 잘못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서 내놓는 것이 가능하다. 자신 없거나 어딘가 불편하다면 아예 자신만의 독백으로 남겨둘 수도 있다. 글은 숙고와 퇴고를 거쳐 정제된다. 말이란 발화되는 순간 회수하기 어렵다. 시간을 되돌리는 마법, 입 밖으로 나온 말을 다시 삼킬 수 있는 기술이 생긴다면 모를까. 사실 상처받고 화가 나는 건 발화의 당사자보다는 그 말을 들은 상대방이기에, 말을 주워 담는 마법은 오히려 듣는 사람에게 필요할지도 모른다.


말이든 글이든 결국 평소의 생각과 태도를 반영한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보통 긴장된 자리와 상태에서 상대방을 봐가면서 말을 하기에 실수를 하지 않는다. 물론 어떨 때는 일부러 상대에게 상처나 모욕을 주기 위한 의도를 강하게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건 오히려 의도가 파악되어 기분이 나쁘더라도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 본다(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공격과 상처의 의도를 보이지 않은 채 무심결에 던지는 말은 더 심한 모멸감을 준다. 평소에는 예의와 격식을 차리고 배려하는 발언을 했었지만, 그의 마음속에 진짜 생각은 달랐구나를 여실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리더의 한 마디 말이 갖는 무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조직의 리더는 어떤 자리에서든 말조심이 필요하다. 과거에 겪은 어떤 리더는 구성원의 일을 평가하면서 ‘쓸데없는 일’, ‘어디 가서 부끄러워 말도 할 수 없는 일’ 등의 표현을 서슴없이 했었다. 글쎄 이걸 자극받으라고 한 말인지 아닌지는 판단해 볼 일이다만 평소 언행으로 충분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유추가 가능하다. 최근 회의 자리에서 상사로부터 우리가 하는 결과물에 대해 ‘그저 그런’이라고 하는 표현을 들었다. 난 그의 말이 우리를 모욕 주거나 비하하려는 의도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의 업무 성과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의도를 강조하려다가 생긴 해프닝 정도로 이해가 된다. 무슨 뜻인지 알지만 어쨌든 의도와 상관없이 다른 차원의 고민을 많이 하게 하는 워딩이긴 했다. 혹은 내가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반문도 해보게 된다. 아 평소에 저런 생각이었을 수도 있구나, 앞에서는 잘한다 잘한다 하면서도 속내는 달랐을지도 모르겠구나.


Q. 리더는 내 생각조차 마음대로 얘기할 수 없는 것일까?

A. 마음대로 얘기하려면 그래도 되는 자리에 가서 하면 된다. 막말을 던지더라도 새 나갈 걱정 없는 사람들과만 공감하고 끝내면 그만이다. 리더도 사람인만큼 쌓인 것이 있으니 푸는 기회가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또는 당신이 언제든 원할 때 독설을 반드시 날리고 싶다면 리더의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같은 말이라도 동료의 한 마디와 리더의 한 마디가 주는 파장은 다르다. 기분은 나쁘지만 무시하면 그만인 동료의 말과 달리 리더의 그것은 더 깊이 콕 박힌다. 

어떤 역할과 자리가 주는 부담만큼 격을 갖춘 행동과 말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리더를 바라는 것이 그리 큰 욕심이 아니기 바란다. 혹시 당신도 현재의 자리에 오르기 전에 당신의 상사로 부터 막말을 들었었다고? 내가 당했던 대로 후배나 동료에게 그대로 돌려주는 건 미안하지만 좋은 리더가 아니다. 

너무 진부하지만 한마디로 천냥 빚 갚는 '말'의 중요성에 대해 리더로서 다시 생각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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