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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Aug 26. 2024

커피 맛은 마음가짐 나름.

요즘 주말의 낙 중 하나는 일요일에 도서관에 다녀온 아들을 픽업해서 가족이 함께 외식을 하고, 주변에 괜찮다는 카페나 커피 전문점을 찾아 디저트를 즐기고 오는 일이다.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프랜차이즈 매장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은 편이지만, 나와 아내는 대개 지역의 커피 맛집 찾기를 좋아한다. 둘 다 카페인에 취약해서 마실 수 있는 커피의 양이 제한적이다 보니 한 잔을 마셔도 후회 없는, 만족도 높은 것을 취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게다가 요즘은 소비자로서 프랜차이즈 외에도 카페에 대한 선택지가 다양해졌을 뿐 아니라, 그 깊이도 예전과 달라 정말 맛있고 개성 있는 커피 전문점이 늘어나서 기쁘다. 인상적인 곳은 다음에 또 와 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당일이 되면 다른 곳을 한 번 가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곤 하였다. 그 와중에도 일부러 재방문을 했던 에스프레소 바도 있으니 그곳은 (내 기준) 찐 맛집이 맞긴 한 것 같다.


하지만 새로운 집을 찾아가는 마음가짐은 크게 높지 않게 설정하는 편이다. 다른 이들의 평점도 평점이지만 ‘인생 라테를 찾았어요’, ‘여긴 나만 알고 싶은 곳’, ‘꼭 드세요, 두 번 드세요’ 같은 재미난 수식어로 표현되는 가게에서 막상 그저 그런데? 하는 경험을 한 적도 있기에 그렇다. 그래서 되도록 달라야 얼마나 다르겠어, 좋아 봤자 그게 그거지, 하는 약간의 기대치를 낮춘 마음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낮은 기대에 반해 대개 오, 하는 감탄사로 시작하는 맛있는 커피의 즐거움은 꽤 기분 좋은 전환이다.


지난주에도 동네에서 이미 유명한 카페를 다녀왔다. 소위 카페거리라고 불리는 지역에서, 경쟁하는 가게들이 밀집한 곳에서 살아남은 은 나름 이유가 분명하기 때문이리라. 주인장인지 점원인지 퉁명스럽고 불친절하다는 극악의 평이 떡하니 있어서 다소 꺼려지긴 했으나, 커피 맛집이면 커피로 승부를 보면 되지 싶어 약간의 우려를 안고 들어갔다. 시그니처 메뉴를 시키고 한참을 기다려 드디어 한 모금을 삼켰다. 음, 맛집이네, 맛집 맞네. 오늘도 성공적인 카페 투어.


이런 경험을 뒤로하고 월요일에 출근해서 회사 커피를 받으러 갔다. 커피 머신에 가서 셀프로 버튼을 누르고 잔을 채워 본다. 자리로 돌아와 마셔보니 어제 마셨던 그 유명한 바리스타의 맛과는 비교가 된다. 회사에서 주는 복지 차원의 커피가 그렇지 뭐. 그런데 막상 이렇게 보자니 어쩐지 살짝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처음 이 커피 머신이 공용 공간에 들어오고 열심히 커피를 만들어 주었을 때, ‘꽤 괜찮은데?’하며 만족스럽게 마시던 것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남들한테 자랑할 만한 직원 복지요, 어디 멀리 카페를 갈 이유가 없겠다 싶을 정도로 즐기던 대상이었던 까닭이다.


그랬던 마음이 짜게 식었다. 언제든 마음만 내키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게다가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장점이 가득한데, 어느 순간 높았던 평가는 왜 낮아졌을까. 소위 맛집이라고 하는 카페는 유명한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거나, 가게 평점이 높고 남들이 다 맛있다고 하니, 어쩐지 더 좋아 보이는 후광 효과가 있었을 수 있겠다. 당연히 내 입맛에 기본적으로 맞는 것이 우선이지만, 타인에게 동조하고 싶은 마음이 커피 한 잔의 맛을 기본보다 그럴싸하게 만들어 주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걸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커피라는 건 분위기와 상황에 따라 즐기는 정도가 달라지는 법. 인스타 갬성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사무 공간에서 다시 한 모금, 회사 커피를 들이켠다. 음미할 부분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본다. 나의 이 편향적인 마음을 다스려주듯 비로소 제법 개성적인 맛이 난다. 어제 갔던 유명한 집은 그 집대로, 회사 커피는 그 자체로 특징이 느껴진다. 마음가짐이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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