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평소보다 느지막이 깨어 일으키기 싫은 몸을 이끌고 거실로 나온다. 햇살이 집안 깊숙하게 침투하듯 스며들어 따스함이 느껴진다. 따스한 빛이 밝히는 곳을 무심코 바라보면 언제나 뽀얀 먼지가 눈에 들어왔다. 분명 청소기를 돌린 것 같은데 또 있다. 실은 어젯밤만 해도 깨끗해 보이던 거실 바닥이었다. 밝은 햇살이 비추어 주지 않았다면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짧은 아침의 햇살이 사라지고 나면 먼지는 쉬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있는지 없는지 잘 드러나지 않아 모르고 지나가기 쉽다.
그러나 이미 알고 있다. 아침을 먹은 나는 또는 아내는 바로 청소기를 돌리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 먼지를 드러내던 햇빛은 사라졌으나 그래도 청소의 가치는 분명하다. 더러운 것이 눈에 띄는데, 그리고 그걸 치워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귀찮다거나 피곤하다고 그냥 두는 것은 집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춘기를 맞은 아이의 방은 유독 더러운 편에 속한다. 그래서 가끔은 들어가기 조차 싫을 때가 있음에도 가장 열심히 청소하는 곳 중의 하나다. 아이에겐 좋은 환경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먼지라는 것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것이라 제대로 뜯어보기 시작하면 매우 귀찮은 녀석이다. 방을 청소하다 보면 눈에 보이는 자리만 청소기를 돌리기 십상인데, 가끔 구석 어딘가 또는 책장 안쪽 같은 곳에는 쌓이고 쌓인 먼지가 어느새 찌든 때 마냥 딱 달라붙어 있다. 평소 잘 돌보지 않던 곳은 결국 각 잡고 닦아내는 수고로움을 부른다. 아내는 이럴 때 매직블록을 애용한다. 또는 락스를 이용해서 청소한다. 살살 먼지만 치우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한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처음에는 잘 안 닦여서 짜증이 나지만 하다 보면 어느새 깨끗한 상태로 돌아오게 되어 뿌듯해진다.
이렇게 청소를 박박 한다고 해서 먼지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옷만 벗어도 보이지 않는 먼지와 피부 각질 부스러기, 실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 같은 것은 지금도 우리 곁에 그대로 있다. 어두운 밤이 아니더라도, 형광등 아래에서는 어지간해서 보이지 않는 먼지들의 존재는 기침을 일으키기도 한다. 가끔 면역력이라도 떨어지면 다른 것들과 함께 우리 몸을 괴롭히는 병의 직간접적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우리에겐 부지런히 소재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깨끗하고 멋진 집에서 살고 있는 것이 그저 내 노력만 있는 줄 알았는데 실은 땀 흘리며 더운 여름이든 추운 겨울이든 오가며 이 집을 지어 준 사람들이 생각나는 요 며칠이다. 과거 그들의 노력 아니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감히 상상을 해본다. 집안에만 먼지가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가끔 쌓이고 쌓여 먼지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한다. 아니면 정말 본인이 먼지인지 아닌지 조차 잊어버리는 모양이다. 집안에 있다보니 자신이 집주인이라고 착각이 드나 보다. 그러나 밝은 햇살 아래 비로소 선명하게 실체를 드러내는 먼지의 존재야말로 건강한 삶을 위해 깨끗하게 치워야 할 대상임을 모를 수가 없다. 당장 청소해도 오늘 밤이 지나며 내일 아침엔 또 바닥에 쌓이겠지만 부지런히 청소기를 돌리고 또 돌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