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ss Bo Jul 21. 2023

1 + 1, 그 사이의 무한대.

나이 들어서 완전 새로운 공부를 하려니 만만치 않다.  


공부가 어려워서 좌절하고, 

'이 나이에 왜 고생을 사서 하지..' 생각하며 나를 책망하고, 

일하면 지금쯤 돈을 꽤 벌었을 텐데 공부한다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벌어 놓은 돈은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걸 보면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이렇게 위축됐을 때 앞집 언니네 집에 선물로 들어온 복숭아를 주기 위해 방문했다. 

편의상 영희언니라고 부르겠다. 


영희 언니는 나보다 4,5 살 정도 많은 것 같다. 

난 석사를 하고 있지만, 이 언니는 현재 일하면서 박사를 하고 있다. 박사도 전혀 다른 분야를 공부 중이다. 대단하다. 


어제 프로젝트를 하느라 밤을 새운 모양이다. 

그래도 항상 밝은 언니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언니가 차를 내주었다. 

자연스럽게 공부 얘기로 흘러갔다. 

'공부하는 게 힘든데 이게 과연 맞는 걸까요?..' 가족들에게도 얘기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슬며시 꺼내봤다. 


언니 친구 얘기를 해줬다. 공부를 좋아하는 친구가 한 명 있단다. 그 친구는 약대를 나와서 약사를 하다가 심심하기도 하고, 의사가 되고 싶기도 해서 의전을 갔다. 현재 서울 큰 병원 정신과 의사란다. 와.. 이러고 있는데 요새 심심하다고 로스쿨을 갈까 고민 중이란다. 변호사 남편의 일이 재미있어 보여서.. 


영희 언니와 언니 친구가 나눴던 얘기가 내내 가슴에 머문다. 

한 분야를 심도 있게 경험하고 완전 다른 분야를 공부하면 1 + 1 은 2가 아니란다. 1과 1 사이의 무한한 시너지가 생긴다고 한다. 완전 다른 분야에 (새로 공부한 분야에) 있는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볼 수 있는 혜안이 생긴다고. 영희 언니도 그런 것들을 일하면서 피부로 느끼고 있다. 언니 친구는 다른 정신과 의사들보다 약에 대한 지식이 월등히 뛰어나서 약 처방을 훨씬 잘할 수 있다고 한다. 약의 효능이나 부작용 등을 워낙 잘 알고 있어서 환자에 따라서 약을 잘 처방하고, 증상을 더 잘 치료하며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 


이 얘기를 듣는데 어떤 응원보다 힘이 됐다. 

내 결정이 언젠가 빛을 보는 날이 있을 것이라는 선배들의 격려처럼 느껴졌다. 

당장은 몸이 고되고, 마음이 불편해도 인내하고 묵묵히 하다 보면 그 끝에는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값진 것을 만날 수 있기를. 





작가의 이전글 긍정적 마인드가 줄 수 있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