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요새는 이메일에도 문장 완성 기능이 꽤 잘 돼있다. 나도 도움을 꽤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다. 이메일을 쓰다가 탭버튼만 누르면 문장이 완성된다.
chatGPT는 어떨까? chatGPT는 문장을 완성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메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인사말부터 마침인사까지 다 검토해 주고 적절하게 바꿔준다. 놀랍다. chatGPT의 성능을 평가하기 위해 일부러 이메일 몇 개를 쓰게 시켰다.
이메일을 영어로 무미건조하게 요점만 간단하게 쓰고 이 이메일이 맞는지 봐달라고 했다. 기가 막히게 고쳐놨다. 심지어 톤이나 상황에 대해서는 feedback을 주지도 않았는데도 쓰는 표현이 적절하고, 공손하며 적당히 친숙했다 (friendly). 문법은 말할 것도 없고. 마치 사람이 쓴 것 같았다. 어색한 구석이 없었다. 감탄할 뿐이었다.
또 다른 테스트를 위해서 한글로 상황을 주고 영어 이메일을 써달라고 했다. 예를 들어, 지난 1년 동안 같이 일했지만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미국에 있는 협력사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다음 달에 미국에서 미팅을 잡기 위해서 가능한 날짜, 시간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영어로 써달라고 했다. 정말 잘 쓴다. 한국어로 요청해도 이렇게 영어 이메일을 기가 막히게 쓰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얼만전에 만난 미국인 지인도 이메일 쓰는데 chatGPT에 리뷰받고 보낸다고 한다. 미국인도 쓰는데, 말 다했다. 영어 이메일 쓸 일 있으면 무조건 쓰세요.
다만 chatGPT에 너무 의존해서 아예 영어 글쓰기 공부를 놓지 않기를. chatGPT에서 나온 결과가 뛰어나다 해도, 매번 100% 그럴 것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고, chatGPT가 쓴 이메일을 검토하는 사람은 나다. 내가 그 이메일을 읽고 내용뿐 아니라 톤까지 완벽하게 이해하고 보내야 한다. chatGPT는 툴(tool)이고 이메일을 보내는 사람은 '나'이다. 내가 뭘 보냈는지도 모른다면 창피한 일이고 무책임한 일이다. 나중에 상대방이 "나한테 이런 이메일 보냈잖아요"하면, "아닌데요. 그거 제가 쓴 거 아니고 chatGPT가 쓴 건데요." 하면 얼마나 내 꼴이 우스워 보이겠는가.
chatGPT로 영어 이메일을 잘 쓰는 방법을 빠르게 터득할 수 있다. 이메일을 몇 개 쓰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문구들을 터득하게 되고, 이메일 형식이 비슷하기 때문에 그 형식을 쉽게 배울 수 있으며, 무엇보다 chatGPT가 쓰는 구체적인 표현들은 대부분 문법이 정확하고 사람들이 흔하게 쓰는 표현들이다. 이런 표현들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
영어 이메일을 쓸 때 chatGPT를 충분히 활용하시길.
글쓰기
전의 글에서 언급했듯이 영어 글쓰기는 내가 쓴 글에 대해서 feedback을 받는 게 중요한데, 한국에서는 좋은 선생님을 구하기가 어렵다. 구할 수 있겠지만 비싸다.
글쓰기에 chatGPT의 도움을 받아보자.
내가 쓴 글을 올려서 첨삭해 달라고 요청한다. 1,2분 안에 결과가 나온다. 내가 쓴 글이 엉망진창이고 초등학생 수준이어도 창피할 필요 없다. 기계는 나를 판단하지 않는다.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전자레인지에 햇반 돌리는 것보다 빠르게 결과가 나온다. 내가 어디 부분이 틀렸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도 가르쳐 준다.
엄청 싸다. 난 유료버전을 쓰고 있어서 한 달에 미화 22불을 내고 있다. 공짜 버전의 글쓰기 실력이 어떤지는 모른다. 하지만 유료라도 한 달에 3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무제한으로 영어 글쓰기의 feedback을 받을 수 있다면 가성비 엄청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이보다 더 좋은 영어 선생님이 어디에 있나..?
이제는 진짜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영어공부를 쉽게 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
최대한 누리시길.
이렇게 chatGPT가 성능이 좋은데 영어 공부는 왜 해야 하는가?
일할 때 사람들이 자주 쓰던 말이 있다. "Garbage in, garbage out!"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말이다. 아무리 좋은 데이터 모델이 있어도 데이터가 쓰레기면 결괏값은 안 봐도 쓰레기다라는 말이다. 이 말이 chatGPT에도 어느 정도 적용된다. chatGPT는 훌륭한 도구다. 그렇지만 그 도구에 내가 어떤 input을 넣느냐에 따라서 output(결과)가 달라진다. 아무리 훌륭한 도구도 쓰는 사람이 형편없으면 결괏값은 기대할 수 없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단순히 문법을 틀리지 않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한글도 똑같다. 잘 쓴 글과 못 쓴 글의 차이가 비단 문법의 차이인가? 글의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소통을 위한 글쓰기는 글이 얼마나 매끄럽게 내용이 이어지고, 논리적이며, 상대방에게 필요한 사실을 명확하게 군더더기 없이 전달하는지 등이 중요하다. chatGPT가 문법도 고쳐주고 여러 가지를 해 줄 수 있지만 결국 거기에 내용을 넣는 사람은 나다. 마지막으로 chatGPT가 쓴 글이 좋은지 안 좋은지를 읽고 판단하려면 글쓰기, 독해 능력이 중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