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배우는 목표가 업무상의 이유라면 접근방법이 조금 다르다. 기본적인 영어회화는 할 줄 안다는 전제하에 영어로 이메일도 써야 하고 문서도 작성해야 할 때가 많다. 직무에 따라서는 영어로 회의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영어를 듣고 이해하며 말할줄도 알아야 한다. 친구들과 쓰는 캐주얼한 영어가 아닌 업계에서 쓰는 전문적인 용어들과 업무 때 쓰는 고급 표현들도 익혀야 한다. 갑자기 숨이 막히는가?!
하나씩 풀어보기로 하자.
이메일 (email)
업무를 할 때 영어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은 이메일이다.
미국에 오래 있다 보니, 외국인 친구들도 많이 생기고, 영어회화는 자연스럽게 잘하게 됐다. 그렇지만 학교에서도 업무상 쓰는 professional English를 배우기엔 부족했다. 그래서 미국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 고생을 많이 했다. 회사에 입사해서 첫째날부터 당장 이메일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막막했다. 어떤 표현을 써야 하는지, 톤은 어때야 하는지. 한마디로 멘붕이었다. 내가 회사에 입사할 때만 하더라도 회사 이메일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배울 곳이 많이 없었다. 한국에 들어왔을 때 영어 이메일 쓰는 법에 관한 책을 찾아 헤맸던 기억이 있다. 그때만해도 유튜브나 블로그 같은 것들이 활성화 되어있지 않을 때였다. 어쩔 수 없었다. 걸음마 걷듯이 배우는 수밖에. 내가 받은 이메일들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보면서 조금씩 배웠다. 이런 사람들은 이런 말투를 쓰고,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응대해야 하는지를 그때 그때 익혔다. 이때 영어실력과 더불어 눈치가 엄청 늘었다.
요즘은 이메일 형식이나 자주 쓰는 이메일 구문들이 인터넷이나 책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자료들을 이용해서 공부하면 된다. 이메일 쓸 때도 자주 쓰는 표현이나 형식이 있으니, 이것들을 먼저 익히면 도움이 많이 된다. 이메일도 자주 쓰는 표현들은 정해져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chatGPT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만약 당신이 영어 이메일 쓰는 것이 막막하다고 느끼면 일단 서점에 가서 영어 이메일에 관련된 책 한권을 고르라고 추천하고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지 말고 쓱 한번 훑어보라. 처음 읽을 때 다 외우려고 하면 스트레스 받고 다 외울수도 없다. 훑어보면서 이메일의 형식을 배우고, 인삿말과 자주 쓰는 표현 정도만 눈에 익히자. 그리고 이메일을 쓸 때 책을 옆에 두고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chatGPT를 쓰면 정말 빠르고 효과적으로 이메일을 쓰는 법을 배울수 있다. 돈내고 배울 필요 전혀 없다. chatGPT를 쓰는 법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이메일 쓸 때는 상대방과의 관계에 따라서 뉘앙스가 조금 달라진다. 예를 들어,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에게 이메일을 써야 할 때와 내가 만나서 인사를 했고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쓰는 이메일은 다를 것이다. 또한, 고객사인지 회사 내부 사람인지에 따라서도 톤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런 미묘한 뉘앙스도 chatGPT를 통해서 연습해 볼 수 있다. 이메일도 글을 쓰는 일이라 이메일을 잘 쓰려면 영어로 글을 잘 쓰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읽기 & 쓰기
업무에 있어서 글쓰기는 필수다. 소통을 미팅이나 전화를 통해서 대화로도 하지만, 문서로 하는 일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같은 미국 사람들끼리도 비즈니스 미팅을 할 때, 서로 고개를 끄떡이고, 이해되고 합의된 부분이라고 생각했어도 나중에 보면 상대편이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1시간 이상의 미팅 중에 많은 내용을 논의하게 되면 미팅이 끝나고 내용을 잊어버리거나 정리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무에서는 미팅이 끝나고 내용을 정리하는 이메일이나 문서를 보내는 일이 거의 대부분이다. 글쓰기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일화가 있다. 미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회계법인에 취업하려 할 때, 인터뷰 마지막 라운드에서 우리 부서에서 제일 높은 사람과 만나게 됐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중에 갑자기 나에게 "너 영어 글쓰기 실력은 어때?"라는 조금은 뜬금없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미국에서 대학과 대학원까지 나와도 외국인이여서 이런 질문을 받는데 당신이 미국이나 캐나다 등 영어권 나라에 취업하려 할 때, 영어 쓰기에 관한 검증이 없을까?
업무의 글쓰기, 어떻게 쓰는 게 좋을까?
업무를 할 때는 간결하고 명확하게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긴 문장은 쓰지 말자. 문장은 2줄을 넘기지 않도록 한다. 어려운 문법은 쓰지 않아도 된다. 우리의 목적은 소통.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쉬운 표현으로 정확한 의사 전달이 중요하다. 내가 쓰는 단어나 표현의 의미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이 표현이 읽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지를 생각해보고, 그런 표현들은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 처음에 이메일을 쓰면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는,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읽어보자. 읽었을 때,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으면 고쳐 쓰는 게 좋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 한글로 글 쓰는 것도 어려운데 영어로 글을 쓰려면 처음엔 막막하다. 한가지 좋은 소식이 있다.
읽고 쓰는 것은 성실한 노력에 비례해서 발전한다. 내가 고칠수 없는 어려운 발음이나 타고나지 않은 순발력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읽고 써보는지와 내 실력은 비례한다. 글쓰기는 연습을 하고, 노력하면 반드시 좋아진다. 이것이 성실한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길 바란다.
어떻게 연습할 수 있을까? 단순하다. 많이 읽고, 많이 써보는 것.
무엇을 읽을까? - 책이나 아티클을(article) 많이 읽는 게 좋다. 영어회화를 연습할 때와 마찬가지로 먼저 내가 관심 있는 주제를 찾자. 나는 이코노미스트 같은 주간 시사잡지의 내용이 재밌어서 이걸 구독해서 읽고 흥미 있는 책을 찾아서 읽었다. 일단 내용이 재밌어야, 자주 찾아 읽게 된다. 처음부터 욕심내서 본인 수준에 비해 어려운 책으로 시작하지 말자. 책 읽는 것 자체도 싫은데 어려우면 쳐다보기도 싫게 된다. 처음엔 본인에게 쉽게 읽히는 책을 선택하자. 나는 소설보다는 비소설을 주로 읽었다. 비소설의 문체가 글 쓰는데 더 도움이 되고, 비소설이 더 재밌었다. 그렇지만 본인이 소설에 더 흥미가 있다면, 먼저 소설을 읽기 시작하는 것도 괜찮다. 소설을 읽다 보면 나중에 비소설 책을 더 빨리 읽을 수 있을 것이고, 그때 더 흥미를 가질 수도 있다.
어떻게 읽을까? - 글을 읽을 때 모르는 단어가 나왔다. 일일이 다 사전을 찾아봐야 할까? 만약 모르는 단어가 드물게 있으며, 전에도 본 단어나 표현이라면 찾아보라고 권한다. 하지만, 한번도 본적 없는 단어이고 그 단어를 몰라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지장이 없다면 그냥 지나가도 괜찮다. 매 문장마다 모르는 단어를 찾으면서 읽으면 글의 내용에 집중할 수가 없으며 글을 읽는데 자연스럽게 흥미가 떨어진다. 처음엔 내용을 이해하는데 집중하면서 읽자. 그러다가 읽는게 어느정도 편해지면 자주 나오는 표현들에 주의를 기울여서 메모를 하든가 외우려고 해보자. 표현을 입 밖으로 발음해 보기도 하고 어떻게 발음하는지 모르면 구글에 검색해 보자. 영어발음을 가르쳐 준다. 솔직히 자주 나오는 표현들은 나중에 저절로 외워진다. 표현이라는 말을 썼다. 영어를 단어 위주로 외우는 것 보다 구문 위주로 외우고 쓰는 것이 좋다. 영어표현 중에는 단어 단어를 따로 해석해서는 뜻이 통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at first blush" 라는 표현을 보자. blush - 얼굴이 빨개지다라는 뜻이다. "At first blush"는 처음에 봤을때, 첫인상은 이라는 뜻이다. 전혀 다른 의미다. 이 밖에도 영어에는 전체 구문이 그 안에 쓰이는 단어와 전혀 다른 뜻인 것들이 많다. 이렇게 통채로 알고 있어야 나중에 읽고도 이해할 수도 있으며 말할 때나 글을 쓸 때 써먹을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통채로 알고 있으면 나중에 글을 읽는 속도도 더 빨라진다.
쓰는 연습을 꾸준히 해보자.
영어일기나 내가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서 짤막한 글을 써보자. (처음부터 장문의 글을 쓰려고 하지 말자.) 요새는 영어 글쓰기 첨삭해 주는데도 많아서, 첨삭을 받을 수 있으면 더 좋다. chatGPT를 적극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미국 사람들도 chatGPT를 쓴다. 영어 배우기에 얼마나 좋은 시대에 살고 있는가?.. 영어 글쓰기는 혼자 하는 것보다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나 chatGPT한테 피드백을 받는것을 추천한다. 내가 쓴 글을 보고 맞는지 틀린지 알수 없기 때문이다. 엉망인 글을 반복해서 쓴다고 해서 실력이 많이 늘진 않는다.
내가 하는 비슷한 업무에, 영문 문서가 있고, 그 문서의 질이 괜찮다면, 그 문서를 몇 번 읽고, 한글로 옮겨서 적어보고, 다시 내가 영작을 해 보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솔직히 이런 자료가 있다면 가장 빨리 업무에 써먹을 수 있고 내 업계에서 쓰는 전문용어를 배우는 가장 빠른 방법일 것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법이 있는 게 아니다. 다만, 꾸준한 노력을 요할 뿐.
내 지인들이 가끔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는지 물어본다. 영어공부 방법을 얘기해 주고, 6개월만 꾸준히 해 보라고 한다. 생각보다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영어는 왕도가 없다. 하는 만큼 는다. 특히 읽기, 쓰기는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