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를 검색하는 시대에서, 정보를 만들어내는 시대로의 전환
“저기요, 별똥별 맞고 죽으면 어떡하죠?”
“동물의 왕국 보면 치타가 사람을 안 잡아먹던데, 진짜예요?”
이 질문들, 다 지식iN에 올라왔던 진짜 질문이다. 언뜻 황당해 보이지만, 어떤 건 진심이 담겨 있었고, 어떤 건 다 같이 웃자는 장난이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그 질문이 누군가의 궁금증에서 출발했고, 또 누군가가 그에 대해 진지하게 혹은 유쾌하게 답을 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반, 우리는 검색창에 키워드를 넣고 정보를 찾는 데 익숙해졌다. 하지만 그 시절, 정보는 많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한글로 된 정보’가 부족했다. 검색해도 원하는 답이 잘 안 나왔고,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네이버의 ‘지식iN’이었다.
지식iN은 2002년 시작됐다.
네이버가 이 서비스를 만든 가장 큰 이유는, ‘웹상에 한글 정보가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식이 ‘사람들에게 질문하게 하고, 또 사람들에게 답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정보가 부족하니 그냥 우리가 다 같이 만들어보자는 거였다.
질문을 올리면 ‘내공’을 걸 수 있었고, 답변자는 그걸 획득할 수 있었다. 내공이 쌓이면 등급이 오르고, 더 많은 권한이 주어졌다. 게임과 같은 구조였다. 답변자는 ‘지식인’이라는 칭호를 얻었고, 사용자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기도 했다. 물론, 답변의 질은 천차만별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정보를 검색하던 사람들’이 ‘정보를 만들어내는 사람들’로 바뀌기 시작했다. 지식iN은 단순한 검색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커뮤니티가 되었고, 인터넷 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지식iN은 진짜 백과사전이 될 수 있었을까?
그건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누군가는 진심으로, 누군가는 농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이 공간에 참여했고, 그 자체가 시대의 풍경이었다.
지식iN에는 ‘성지순례’라고 불리는 레전드 Q&A도 많았다. 예컨대 이런 질문과 답변들이 있다.
Q. 겨드랑이 털은 왜 곱슬로 나는 건가요??
A. 찰랑찰랑 거리면 간지러우니까요.
Q. 저 고1인데요. 지금 보면 담배 피고 술 엄청 많이 먹고 여자랑 맨날 노는 양아치들은... 커서 뭐가 되나요??
A. 고2
Q. 이를 닦으면 이에서 치약 냄새가 나잖아요... 샴푸로 이를 닦으면 이에서 샴푸 냄새가 나겠네요? 그럼 앞으로 샴푸로 이를 닦을까요?
A. 그럼 이빨이 찰랑찰랑 거리겠네요.
Q. 파리채로 엄마한테 맞았는데 엄청 아팠거든요. 그것도 파리 잡는 부분으로 맞았는데 저 파리 되는 거 아닌가요? 몸이 이상해요. 저 파리 되는 거 같아요.
A. 그럼 효자손으로 맞으면 효자 되냐.
Q. 저기요... 뱀파이어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죠?
A. 피를 마시면 되긴 하는데, 인생이 많이 피곤해질 거예요.
Q. 가경터미널에서 청주교도소를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나요?
A. 매표소 앞에 기름을 부으시고 라이터를 들고 계시면 됩니다. 불은 붙이지 마세요. 들고만 계세요. 생명은 소중하니까요^^
인터넷에 질문을 올리면, 누군가는 농담을 하고, 누군가는 의외로 진심을 담아 답했다.
이 두 가지가 공존하는 지식iN 특유의 분위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커뮤니티 문화가 되었다.
이런 참여와 놀이, 진지함과 유머가 뒤섞인 공간은 한국형 인터넷 커뮤니티의 원형 중 하나로 남았다.
블로그(blog)라는 단어는 '웹(web)'과 '로그(log)'의 합성어로, 본래는 웹상에 일기를 남기던 '웹로그(weblog)'에서 시작됐다. 이 단어는 1999년 미국에서 '피터 메롤츠(Peter Merholz)'라는 블로거가 "we blog"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줄여진 형태로 대중화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국내에서도 이 개념은 2000년대 초반 도입되어, 기록과 공유의 대표 형식이 되었다.
지식iN이 ‘질문과 답변’의 시대를 열었다면, 블로그는 ‘기록과 서사’의 시대를 열었다. 2003년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 블로그는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루 일과를 기록했고, 육아일기, 반려동물 이야기, 맛집 방문기, 연애 고민, 여행 후기까지 모든 것이 블로그의 소재가 됐다.
블로그는 ‘글을 쓰는 사람’과 ‘그 글을 읽는 사람’ 모두를 만족시켰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었고, 그 글은 검색을 통해 끊임없이 유입되었다. 네이버는 검색 결과에서 자사 블로그와 지식iN을 상위에 노출시켜,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순환 구조를 완성했다.
2000년대 중반, 블로그는 단순한 SNS가 아니었다.
‘정보의 아카이브’, ‘취향의 큐레이션’, ‘경험의 수익화’까지 모두 가능했다. 블로그 체험단, 공짜 협찬, 광고 수익… 블로그는 콘텐츠 생산과 경제적 보상이 연결된 최초의 공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시기, 네이버 블로그 수는 3,500만 개를 넘었고, 하루에만 20만 개 이상의 글이 올라왔다. 사람들은 정보를 찾으러 왔다가, 자기 이야기를 쓰고, 남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다시 글을 쓰고, 그렇게 연결됐다.
한편 다음은 티스토리와 블로거뉴스를 통해 조금 다른 길을 걸었다.
더 개방적인 구조, 더 다양한 자유도, 그리고 구글 애드센스를 붙일 수 있는 수익 모델까지.
네이버가 콘텐츠를 품는 구조였다면, 다음은 콘텐츠를 바깥으로 흘려보내는 구조였다. 덕분에 파워블로거들은 티스토리로 이주했고, 보다 전문적인 글쓰기와 수익화를 원한 이들도 다음을 택했다. 하지만 전체 생태계를 주도한 건 결국 네이버였다.
그 시절, 우리는 ‘찾기’ 위해 검색했지만, 곧 ‘쓰기’ 위해 키보드를 두드렸다.
처음엔 정보를 얻기 위해 들어갔지만, 나중엔 나의 경험을 남기기 위해 글을 썼다.
지식iN과 블로그는 정보의 시대에서, 경험과 취향, 그리고 이야기의 시대로 이행하는 전환점이었다. 그 변화는 화려하거나 거창하지 않았다. 다만 조용히, 일상에서, 조금씩.
누구나 질문을 올릴 수 있었고,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었던 그 시절. 우리는 소비자이자 생산자로서, 정보를 함께 만들어갔다. 인터넷은 점점 더 ‘우리’의 것이 되어갔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브런치에 글을 쓰고,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공감하는 이 풍경 역시, 그때부터 시작된 이야기의 연장선에 있다.
8화에서는 스마트폰의 등장을 중심으로, 손 안의 세상이 우리 일상과 관계, 집중력, 정보 소비 방식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돌아봅니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에 내놓은 아이폰, 그리고 그 이후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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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이미지 : 2004년 네이버 지식검색 TV 광고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