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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스피커와 추천 알고리즘 - 기계가 나를 이해한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하는 무섭도록 친절한 알고리즘

by 꿈동아빠 구재학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 가장 먼저 말을 건네는 상대가 누구인가?


이제 그 상대가 가족이 아닐 때가 많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오늘 날씨 어때?”라고 묻거나,
알람을 끄면서 음성비서의 답을 듣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목소리 한마디면

일정 확인, 뉴스, 음악까지 순식간에 준비된다.


어느새 우리 삶에서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네는 존재가
사람이 아닌 AI일 때가 점점 많아졌다.



사라지는 버튼, 말을 거는 세상


스마트폰 등장 이후 키보드를 누르느라 엄지손가락이 바빠졌으나,
이제는 목소리로 원하는 걸 해결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내일 일정 알려줘”, “문자 보내줘”, “타이머 세팅해 줘”—
출근길, 식탁 앞, 샤워 중, 손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음성 명령은 생각보다 유용하다.


특히 작은 글씨나 아이콘 찾기가 불편한 중년이나 노년층에게는
'말로 시키는' 방식이 훨씬 쉽게 다가온다.


휴대폰 화면 속 작은 버튼 대신,
“알람 맞춰줘”, “오늘 비 와?” 같은 간단한 명령이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회의 중, 갑자기 “잘 못 알아들었어요” 하고 튀어나오는 시리의 목소리에
회의장이 웃음바다가 되는 해프닝도 가끔 일어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AI와 나눈 짧은 대화들이 생활 곳곳을 채우고 있다.



내 손 안의 작은 인공지능


많은 사람들이 AI 음성비서와 하루에도 몇 번씩 대화를 나눈다.
시리, 구글 어시스턴트, 클로바 같은 AI들은
이미 손 안의 작은 비서가 되어버렸다.


뉴스를 틀어달라고 시켜보고,
음악을 재생해 달라 부탁하고,
가끔은 아이들 장난에 엉뚱한 대답을 돌려주기도 한다.


무심코 TV 광고 소리에 반응하거나,
라디오 DJ의 멘트에 작동하는 AI의 모습은
한편으론 귀엽고 한편으론 어딘가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AI 기술의 발전


기계가 사람의 말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건 수년간의 기술 축적 덕분이다.
초창기 음성 인식은 정해진 단어만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딥러닝 기술이 도입되면서
AI는 억양, 발음, 말투까지 점점 잘 알아듣게 되었다.


AI 스피커는 항상 호출어를 기다리다가
"헤이 시리", "오케이 구글" 같은 신호를 인식하면
그때부터 서버로 음성을 보내 분석하고,
방대한 데이터 중에서 가장 적절한 응답을 고른다.

그 과정은 순식간에 이뤄지지만,
그 뒤에는 수억 건의 실제 대화 데이터와 학습이 쌓여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도 완벽하지는 않기에, 예상치 못한 해프닝도 많다.

2017년, 미국의 햄버거 체인 버거킹은 TV광고에

“OK 구글, 와퍼버거가 뭐야?”

라는 멘트를 넣었다.
이걸 들은 수많은 집의 구글 홈 AI 스피커가 광고의 소리를 명령어로 착각해
“와퍼버거는…”이라는 설명을 줄줄이 읽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위키피디아에서 자동으로 가져온 정보였고,
일부 사용자는 ‘광고로 기기를 납치했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기계가 말을 알아듣는다는 건,
때로는 너무 정확해서 놀라운 동시에,
너무 무심하게 반응해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는 뜻이다.


첨단 기술에 사생활이 노출되어 있음을 일깨운 사건



추천 알고리즘, 내 취향을 읽다


말을 알아듣는 AI가 손안에 있다면,
내가 뭘 좋아할지 먼저 알려주는 AI도 있다.


유튜브, 넷플릭스, 쇼핑앱,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우리가 머문 콘텐츠, 좋아요 누른 상품,
자주 고른 카테고리와 흥미를 보인 주제를 학습해
다음 선택지를 ‘추천’해준다.


추천 알고리즘은 크게 두 가지를 조합한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선택을 분석하는 협업 필터링
내가 좋아한 콘텐츠의 특성을 기반으로 추천하는 콘텐츠 기반 필터링


이 두 가지가 합쳐지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영상인데, 왠지 보고 싶다”

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가 뭘 좋아할지 미리 아는 기계.
신기하고도 살짝 오싹한 순간들이다.



편리함과 동시에, 스며드는 불안감


AI음성비서는 늘 ‘듣고’ 있어야 한다.
호출어가 들리는 순간을 기다리기에,
평소 대화도 어느 정도는 감지되고 있는 셈이다.

그게 저장되고 분석되어
오늘의 추천, 내일의 광고, 미래의 기획에 반영된다.


음성비서가 호출 없이 작동하거나,
광고를 들은 것만으로 내 기기를 깨우는 상황은
조금씩 사용자의 경계심을 자극한다.


AI가 내 삶을 도와주기 전에,
내 사생활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지켜보고 있는 건 아닐까?
기계가 친절할수록, 가끔은 살짝 거리를 두고 싶어진다.


우리는 지금
편리함과 경계심,
기대감과 거리감 사이를
조심스레 오가며 살아가고 있다.



미래에 대한 기대


아직은 어설프고,

가끔 엉뚱한 답을 내놓는 '귀여운' AI들이지만,

언젠가는 내 기분과 필요를 미리 읽어 더 자연스럽게 곁을 지켜주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AI 스피커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미래가 도착했다’는 기대와 설렘을 안고 신기한 눈으로 이 기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붐도 잠시,

스마트폰 음성비서에 많은 기능이 흡수되면서 AI 스피커는 어느새 조용히 우리의 관심 바깥으로 밀려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와 처음 대화를 나눴던 때의 놀라움과 설렘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제는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이 되었지만,

그 변화의 순간들이 오늘의 생활을 조금씩 바꿔놓았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이 연재의 마지막 회차인 다음 글에서는 인공지능이 사람의 언어를 만들어내고 지식을 생산하기 시작한 '생성형 AI'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구글 어시스턴트 '나홀로 집에' 패러디 광고>

AI 스피커가 일찍 나왔더라면 케빈이 그 고생을 하지는 않았을텐데.. ^^




참고자료

아마존 에코·구글 홈 AI 스피커 출시 연혁 - 주간경향

AI 스피커의 격전... 과연 그 승자는? -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

스마트홈 시대를 여는 AI 스피커 - iropke 아카이브

AI 스피커: 보안, 사생활침해 우려에도 믿어도 될까 - BBC News 코리아

아마존 AI 스피커 ‘알렉사’, 직원이 엿듣고 있었다 - 조선일보

추천 시스템: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내는 기술 - 슈퍼브 AI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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