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도 할 수 없는 기술의 발전과 그럼에도 변하지 않을 인간의 본성
이 연재를 시작하게 된 데에는
개인적인 이유가 있었다.
PC통신부터 생성형 AI까지,
지금까지 써온 모든 이야기의 무대가 되었던 업계에서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그 흐름의 현장에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난 30년간 기술이 어떻게 사람들의 생활과 사회를 바꾸어 왔는지를
한 번쯤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돌이켜 보면,
그 변화는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전화선을 타고 삐익삑 거리던 모뎀 연결음이
이젠 사람 목소리를 흉내 내는 AI의 말소리로 바뀌었고,
무겁고 둔탁했던 컴퓨터는
이제 주머니 속에서, 심지어 손목 위에서
우리의 일상을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 변화들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묻고 싶기도 했다.
기술이 빠르게 앞서 달리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천천히 돌아봐야 할 것들도 많아지니까.
앞으로의 30년은 어떨까.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상상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지만,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기술은 계속 진화할 것이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또 새로운 일상에 익숙해져 갈 것이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스마트폰 대신 가볍고 얇은 안경 하나만 쓰고
메일을 확인하고, 길을 찾고, 화상 회의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길거리 간판 대신 공중에 뜬 정보창이
오늘의 메뉴, 할인 쿠폰, 대기 인원을 보여주고,
지나가는 사람의 이름과 소속까지 실시간으로 알려줄지도 모른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
몸속에 삽입된 나노 센서가 혈액과 장기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AI가 위험 징후를 감지해
의사에게 먼저 진단을 요청하는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다.
개인의 유전자 정보까지 분석해
맞춤형 약을 바로 조합해 주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로봇은 공장에서 일하는 것을 넘어,
가사노동, 간병, 배송, 응급 구조까지 수행하게 되고,
움직임과 표정, 말투까지 사람처럼 정교해져
감정을 교감하는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 모든 기술은
이미 실험실 어딘가에서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중이다.
지금은 상상처럼 보이지만,
그때가 되면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되어 있을지 모른다.
아마도, 인공지능은 지금보다 훨씬 똑똑해질 것이고
우리는 더 많이 연결되고, 더 많은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젠가는, 사람의 모습을 한 로봇이
우리 대신 무거운 짐을 들고, 무더운 날 인간을 대신해 묵묵히 일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모든 변화 속에서도
한 가지는 아마 변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더 나은 하루를 꿈꾸고,
조금 더 가까운 관계를 바라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를 원한다는 것.
그 중심엔
언제나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 긴 여정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다음 30년은,
당신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문이미지 출처 : Digital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