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를 옮기는 날이다. 체크인까지 두 시간이 남았다. 가방을 숙소에 맡겨두고 주변을 어슬렁거리는데 영화 <메종 드 히미코>에서 튀어나온 듯한 여장남자처럼 보이는 아줌마가 가게 문을 오픈하시다가 날 불렀다. 마사지샵이었다. 허름하고 작은 곳이었지만 그녀의 개성 넘치는 외모에 끌려 들어섰다.
핑크빛 옷을 위아래로 입고 볼터치를 곱고 진하게 한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한참은 안 빨았을 것 같은 거무죽죽한 붉은색 스팀 타월로 내 발을 닦더니 발마사지를 시작한다. 붉은 케찹통에서 오일을 짜서 발에 듬뿍 발라준다. 핫도그 가게서 흔히 보는 그 케찹통이다. 나는 그녀에게 핫도그같은 내 발을 맡기고 아이의 몸이 된다.
할머니 체력인 나는 마사지를 좋아한다. 아니 외로워서 마사지를 좋아하나? 누가 내 몸을 정성스레 만져주는 느낌이 좋다. 몸살이 나서 40도의 열로 몸이 쑤실 때, 목디스크로 목을 움직일 수 없었을 때, 해산 후 어혈이 안 나와서 내시경 시술을 해야 한다고 했을 때 나를 살린 건 다 마사지다. 마사지를 통해서 얻는 사람의 따뜻한 기가 내 몸을 한바퀴 돌면 차가운 체질인 내 몸도 온기를 얻고 따뜻해진다. 사람의 기운을 나눠주는 마사지사를 나는 그래서 의사보다 더 귀히 여긴다. 엄마손은 약손을 직업의 세계로 가져온 그네들이 고맙다. 그리고 그들은 항상 다정하다. 계속해서 릴렉스를 말한다. 그리고 만져준다.
마사지 받기 전날 밤 몸살로 누워 있다 읽은 책소개 칼럼에서는 우리가 스스로를 다그치는 이유가 불안 때문이라며 불안을 외면하지 말고 계속 생각하라고 했다. 계속 생각해서 불안한 건데 더 생각하라니 이상했지만 생각해보면 실체가 없는 것이 불안이므로 한편 맞는 말이기도 하다. 여행중 한 유명 정치인의 죽음을 기사로 읽으며 생의 무상과 자신을 스스로 몰아붙이는 강박 또는 용기 없음에 대해 생각했는데 결국 나도 그런 강박과 나약함 속에서 내 삶을 계속 경직시키며 사는 건 아닐까 싶다.
릴렉스~
그녀가 발에 여러 오일을 계속 덧바르고 있다. 때가 나올까 걱정이다. 아무리 깨끗이 씻어도 때는 또 생기고 생긴 때는 밀면 된다. 때가 생길까 전전긍긍하고 미친 듯이 밀 시간에 우리 모두 릴렉스 그리고 스마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