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by 운동화

일본 영화 <해피 플라이트>가 개봉하자 영화 제목만 듣고도 무조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일 한낮의 영화관, 광화문 씨네큐브 2관에 앉아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나 뿐이었다. 이거 영화 영 별로인 건가? 아무리 사람이 없어도 이건 무섭잖아? 영화 정보도 모르고 괜히 왔나 싶은 불안감을 대변하듯 상영관의 불이 갑자기 다 꺼지고 눈앞의 화면이 지지직거리며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는 유쾌하고 가볍게, 그러나 승객은 잘 몰랐던 비행의 준비부터 착륙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영화적 사건 속에 잘 배치해 전해주었다. 객석에 홀로 앉아 영화 속 비행기에 같이 탄 승객이 되어 긴장되고 웃기고 두렵고 행복하게 영화 속 비행을 함께 했다. 불이 켜지자 행복감이 차 올랐다. 한 번의 여행을 또 떠났다 도착한 듯한 충만한 행복이기도 했고, 한 번의 비행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애쓰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행복이기도 했다.


영화를 본 이후로 비행기를 탈 때마다 새롭게 보인다. 비행기 입구에서 환하게 인사해주는 승무원분들, 동그란 창밖에서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더운 날도 추운 날도 도열하여 손을 흔들어주는 비행기 정비사분들, 출입국장에서 한 자리에 하루종일 앉아, 상기된 표정으로 떠나고 도착하는 무수한 사람들의 얼굴을 마주하며 여권을 스캔하고 건네는 출입국관리 공무원분들, 비행기가 일정 고도에 오르고 밸트사인등이 꺼지면 자글거리며 시작되는 안내 방송에서 오늘의 날씨를 안내하며 본격적 비행을 알리는 기장분들, 화려하게 차려입은 승객들이 가득한 탑승장에서 정복을 입고 안전을 관리하는 공항 관리직원분들, 열린 비행기 문 앞에서 흥분된 표정으로 내리는 승객들과 반대 방향으로 쓰레기 봉투와 청소도구를 들고 비행기 내 환경정비를 위해 올라타는 환경미화원분들, 면세점 안의 매장에서 승객들을 상대하고 도와주는 매장 직원분들, 탑승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목청껏 항공사와 목적지를 외치며 뛰어다니는 항공사 지상직 직원분들,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안전한 비행기 운항을 위해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관제탑 직원분들, 전국 각지에서 공항으로 승객들을 태워 오는 리무진 버스 운전기사분들, 공항까지 운행하는 열차 운전사분들. 우리의 비행을 위해 자기 자리에서 일상의 근로를 이어가는 사람들 덕분에 오늘 나의 휴식과 여행이 있다.


비행과 관련한 나의 이야기들은 나에게 비행을 가능하게 해 준 사람들과 함께 만든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 또한 나의 자리에서 그들의 일상과 일탈에 한 줌이라도 도움이 되는 존재로 살아가고 싶다. 오늘 하루 나의 삶이 무사히 지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가득 차올라서 언제나 나의 비행은 ‘해피 플라이트’가 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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