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에 포함된 내용은 창작된 소설의 일부분입니다. 따라서,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 등을 포함한 이 소설의 모든 요소는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허구적 창작물입니다.)
새벽 닭이 울기도 전에 소집된 전직원 조례가 끝나고, 심난한 우리 주인공 A는 지친 얼굴로 AB화학 본사를 나선다. 아직 채 어둠이 깔린 도시 속으로 무겁게 발걸음을 옮기는 A.
‘띠링’
스마트폰에서 울려 퍼지는 뉴스 알림 소리.
직감적으로 불안감이 장마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스크린에는 “전설의 이혼”이라는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그룹 총수 엄모순과 엄모순의 부인이자 뮤제AB 손혜민의 이혼 소송 항소심 결과가 떠 있다.
‘2조 원의 재산분할 판결’
“응….????”
A는 낙뢰가 머리 꼭대기에 스친것 처럼 화면을 빠르게 스크롤한다. 1심과는 판이하게 다른 결과에, 인터넷은 그야말로 폭발 직전이다.
그 시간 AB그룹 익명의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 직원들의 엄청난 실시간 라이킷을 자랑하고 있다. 댓글도 엄청나다. 그룹 총수 엄모순 회장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몇 년 전 “갑자기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들고 나오더니 그룹 경영철학에도 사랑을 반영해서 개정을 했다. 정확하게 내연녀, 오민형과 격렬한 새로운 사랑에 빠져있을 때였다.”
화면 스크롤 속도가 실시간으로 달리는 댓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2조 짜리 사랑인가?’
‘그녀가 이제 돈도 없는 늙은이라고 헌신짝처럼 내버린다면?’
‘내연녀가 AB그룹 본사를 그렇게 그룹 총수 부인 행세하며 방문하고 싶어서 달달 볶는다며?’
‘와 이 와중에 다시 재혼이라도 하면 전입가명이겠네?’
‘후계 구도는 어떻게 되는거? 손혜민이 그거 땜에 이혼하는 아님? 손혜민-오민형 박터지겠네?…’
그렇다 엄모순 회장은 새로운 사랑에 빠져 있었다.
‘그 시기에 갑작스럽게 사랑을 경영의 중심 키워드로 내세우며 AB그룹경영철학을 개정했던 거구나.’ 우리 말년 부장 A는 그룹경영철학이 정말 회장의 직원에 대한 진심인가 잠시 착각했던 자신이 원망스럽다. 세상물정 모르고 살아온 나날들이 머리에 스친다. 내 아들에게는 어떻게 얘기해야할까…..입에 혀처럼 꿀이라도 쏟아부을 것 처럼 그러나 독사처럼 소리없이 먹이를 1타에 날름 삼키는 처신으로 눈을 부릅뜨고 살아가야 한다고 해야할지, 아니면….갑자기 심장이 멎은 것 처럼 답답하다.
그러나 이제 갑자기 직원들이 해이해졌다며 AB경영철학의 기본 지키기로 돌아가자고 한다. 내연녀, 오민형과의 새롭고 짜릿한 새 사랑으로, 그냥 얼굴에 똥칠해 주고 싶은 늙은 구닥다리 손혜민과 파탄에 직면해 있을 때다.
그는 자신의 사적인 문제로 인해 회사의 경영 철학을 흔들고 있다. 직원들은 혼란스러움은 이미 극치에 달해있다. ‘AB경영철학’의 기본 이념은 사랑 위주의 경영을 통한 수퍼맨이 달성할 수 있는 레벨에 달하는 극도의 이윤 추구였다. 그러나 현재의 AB그룹은 그 이념과는 거리가 멀다. “작금의 회사를 보면 사랑도 없고, 경영도 없다. 그저 오너와 임원들의 행복과 그들 위주의 경영만 있을 뿐이다." 글쓴이는 현재의 AB그룹이 오너와 임원들만을 위한 경영을 하고 있다고 신랄한 댓글로 비판하고 있다. 직원들은 밤낮없이 애쓰고 있지만, 당연히 그들의 노력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이끄는 대로 밤낮없이 애쓴 구성원에게 책임을 돌릴 게 아니라, 위부터 바뀌어야 한다. 말 그대로 솔선수범을 해야하는거 아님?."
글쓴이는 경영진부터 변화해야 한다고,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면, 철저한 감사를 통해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화면에서 침이 튀어나올듯 성토하고 있다.
"정말 기본 지키기가 중요하다면, 최근 그룹 전체 감사도 그냥 끝낼 게 아니라 엄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들리는 소식으론 감사 결과로 집에 가는 임원은 없다. 그저 허무한 구조조정의 메아리만 울릴 뿐이다."
익명 게시판에 또 하나의 신랄한 비판글이 올라온다. 그 글은 그룹 총수의 과거와 현재의 인사 정책을 비꼬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AB그룹에서 대성하고 싶으면 이번에도 AB그룹 총수인 엄모순을 반드시 감옥 보내는 방향으로 구도 짤 듯?” 글쓴이의 냉소가 극에 달해 있다.
“감옥 따라가면 평생 가신으로 인정받을 텐데, 개꿀 아님??”
AB그룹의 총수, 엄모순 회장은 예전에 세 번이나 감옥에 갔다 왔다. 그리고 감옥에 있는 동안 그를 뒷바라지한 사람들이 이제는 임원이 되어 주요 자리에 앉아 있었다.
AB그룹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업적인 성과보다는 총수에게 얼마나 충성했느냐가 더 중요해 보였다. 글쓴이는 이러한 현실을 비꼬며, 감옥살이까지도 충성의 일환으로 여겨지는 상황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감옥 따라가면 평생 가신으로 인정받을 텐데,” 그는 한숨을 쉬었다. “이게 바로 AB그룹의 현실인가?”
이러한 현실 속에서 AB그룹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직원들은 사업의 성공보다는 총수의 비위를 맞추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과연 AB그룹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은지 이미 오래.
그룹의 경영진은 이러한 비판을 무시한 채, 여전히 로열티와 충성을 최우선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리 주인공 A는 문득 생각에 잠겼다. 그룹의 주요 인사들의 면모를 다시 떠올리며 자신이 처한 현실을 되짚었다.
엄민규 (AB그룹 총수의 동생): 정해진 미래라며 무리하게 수십조 투자를 집행한 후 그룹 전체를 위기에 빠뜨린 장본인.
엄모순(AB그룹 총수): 자신의 개인적인 이혼으로 그룹 지배구조 전체를 혼돈에 빠뜨린 사랑에 미친 놈.
엄민용:(AB그룹 총수의 사촌동생) 기업문화가 해이해졌다면서 1, 2번한텐 찍소리도 못하고 직원들한테 호통치는 위선자.
가만히 월급받고 시키는 일 하던 평범한 우리 주인공 A를 포함한 AB그룹 직원들.
이 모든 사태와 그리고 회사 생활을 되돌아보면, 중세 시대 아니 조선시대 왕놀이를 보는 것 같다. 시대와 형태만 다를뿐 컨셉은 똑같다는 생각을 한다. 조선시대는 아니지만, 해서 왕도 없고 백성도 없지만, 사회는 빽빽한 계층으로 거미줄처럼 엮여있고, 부자로 태어나면 계속 더 부자, 가난하게 태어나면 부자 되기는 점점 어렵고 팍팍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A는 이런 생각을 하며, 앞으로 닥칠 일이 더 갑갑하지만, 이제는 그도 각자도생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어떤 전략이 좋을지 고민한다. 스맛폰을 켜자 다시 부동산 폭등이 예고된다며, 오르는 곳만 오른다는 뉴스가 저녁 뉴스 여기 저기를 도배하고 있다.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해서 대기업에 들어와 벌써 20년 넘게 그것도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는데, 재벌은 한순간 사랑 놀음으로 2조를 갚아야 할 판. 개인 사랑 놀이에 그룹이 휘청거리고, 사랑 놀음하는 동안 그룹 여기저기에는 위험이 지뢰처럼 퍼져있다. 어디가 먼저 밟혀 터질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는데, 정확하게 오비이락처럼 이혼 소송에 패소하여 벼랑끝에 밀려 추락할 지경에 이르다니. 허탈하다.
그러나 내 인생은 내 인생.
AB그룹의 현실은 결국 각자도생과 동상이몽.
여느 다른 한국의 재벌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와중에 구린 뒤라도 빨아줄 기세로 덤비는 가신들은 득실거리고, 가신들 간의 알력 다툼과 시기 질투, 이런 시기에 자기 배만 어떻게 더 불릴 지 고민하는 임원들. 그 안에서 직원들은 미쳐 돌아버릴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