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les 밤의 까페
고흐가 한 때 살았던 그리고 그의 유명한 그림의 소재와 배경이 되었던 곳 아를(Arles)
Paris에서 TGV를 타고 4시간 남짓 달리면 Arles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여름이면 라벤더, 해바라기 등 각종 꽃밭으로 유명한 Provence 지방에 속하는 곳으로, 아를을 찾았던 3월말 경에도 17-18도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 온화한 날씨를 자랑하고 있었다.
아를하면 떠오르는 화가인 고흐.
그의 흔적을 찾고자,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바로 찾아갔던 Le café la nuit (밤의 까페). 고흐의 유명한 작품인 Le Café Terrace, Place du Forum의 배경이 된 밤의 까페는 포럼 광장의 한 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고흐의 그림처럼 한 밤에 강렬한 노란책 장막이 치렁치렁 걸쳐진 이미지는 아니었지만, 멀리서도 한 번에 고흐 그림의 배경이 된 곳이란 건 알아차릴 수 있었는데, 모랄까 고흐 그림을 내 눈 앞에 바로 들이대는 느낌이었다고 해야할까. 이미지로만 감상하던 장소가 바로 눈 앞에 펼쳐지는 초현실적인 느낌을 형용하기가 어렵다. 머리속의 이미지가 갑자기 3D로 형상화되는 그 순간이 아직 생생하다.
고흐 작품의 명성답게 많은 관광객들이 까페 앞에서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으나, 까페에서 음식이나 음료를 즐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조차도. 아직 이른 시간이기도 했고, 프랑스 남부 여행의 절정기인 여름은 아니여서, 그런가 보다 하다가, Tripadvior를 검색해 보니 이 까페의 음식이나 서비스가 형편없다는 의견들이 대부분이었고 평점도 아를의 레스토랑들 중에서도 매우 낮은 수준에 해당했다.
명성에 준할만큼의 서비스와 음식맛은 아닌 그곳. 왠지 모를 씁쓸함을 뒤로 하고, 인근의 다른 까페로 자리를 옮겨 커피와 크레뻬를 즐기며 아를에서의 한 때를 넉넉히 시작했다. 포럼 광장을 오가는 사람들 구경과 함께.
포럼 광장 가는 길. 여타 유럽의 많은 도시들처럼 도시의 중심에는 큰 이정표가 하나씩 있다. 주변에 반드시 시청과 교회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법.
세월의 흔적이 물씬 묻어 나는 벽들. 작은 테라스이지만 왠지 정겹다.
성당의 벽. 정성이 디테일로 드러난다.
여기를 돌면 포럼 광장이.
드디어 밤의 까페. 3월말이었지만 아를 관광객은 여기 다 모여있는 듯 했다.
밤의 까페가 가게 이름이지만 가게의 큰 벽에는 더 큰 글씨로 까페 반 고흐라고 써 있다. 아마도 관광객 유치 전략인 듯 하지만, 너무 상업적인 느낌이 오히려 약간 거북스러웠다고나 할까. 밤의 까페라는 명칭은 까페 문에 살짝.
노란색 페인트는 매년 칠하는 것일까...
포럼 광장의 주변 모습
Arles의 골목골목은 Antibes의 그것과 많이 다르지 않았다.
Antibes와 Arles은 크게 Provence-Alpes-Côte d'Azur 로 묶여 있는 지역이라, 지역의 특성은 곳곳에 그대로 드러난다.
사실 프랑스도 Paris 중심의 상당히 중앙집권적 파워가 강한 나라여서, 파리를 벗어나면 다 풍경이 대동소이하다. 각 지역마다 느낄 수 있는 개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좀 과장하자면 파리를 벗어나면 다 시골풍경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마르세유, 리용 등 몇몇 큰 도시가 있긴 하지만).
그러나 고흐가 살았던 곳, 그리고 그의 그림의 배경이 된 도시라 그런지 왠지 모르게 특별히 다가왔고, 그래서 그의 흔적을 찾는 더 아기자기한 묘미가 있는 곳이긴 했다. 아니 그 기대감이 아직 마음에 도사리고 있었다고 해야할지.
Arles도 큰 도시가 아니어서 포럼 광장을 중심으로 걸어서 소소히 다닐만 했다.
로마 시대의 유적들이 아직도 남아 있는 Arles은 유명한 원형경기장 근처에 도시 전경을 다소 나지막히 내려다 볼 수 있는 작은 언덕이 있는데 주변에 교회도 위치해 있었다.
Arles역에서 원형경기장까지는 Envia 버스를 이용하면 되는데 노선 A를 이용하면 무료일 뿐더러 컨퍼런스가 주로 열리는 Palais des Congrès까지도 약 20분이면 이동할 수 있었다.
프랑스 남부 지방의 집들의 특징인 덧문도 각양각색. 창문틀을 소소히 장식하고 있는 꽃 화분들. 프랑스 남부 사람들의 소박한? 여유로움이 한껏 부러운 오후였다.
프랑스 남부의 집들엔 이렇게 덧문이 보편적이다. 덧문의 색깔도 아주 다양하다.
원형 경기장의 입구들
엄연히 아를 주민의 가정집인데 마구 사진을 찍어댔다. 생각해 보면 다른 사람이 내 집 사진을 찍는 게 그렇게 유쾌하진 않을터인데.
담쟁이가 무성해질 6월 경 이 담벼락의 변화된 모습을 상상해 보면서.
어느 덧 거주 지역을 벗어나니 큰 올리브 나무들도 보이고, 높은 곳에 위치해 있지는 않지만, 나름 전망대 스러운 장소를 발견. 마치 4-5층 쯤에서 1층을 내려다 보는 느낌이지만 높은 건물이 없는 평지를 관망하기엔 적당한 높이였다.
꾸밈없는 성당의 모습. 자연스럽게 자라는 식물들과 나무들. 일부러 이쁘게 보이려고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각자의 길을 가는 모습이 오히려 더 아름답다.
오래된 지붕. 구멍이 송송난 세월의 흔적.
다시 포럼 광장 주변으로 돌아와 기념품 가게도 살펴본다. 이제 다시 컨퍼런스가 열리는 호텔로 이동할 시간이다. 내일은 Social event로 빛의 채석장을 체험할 시간을 가진다고 했었다. 설렘이 벌써부터 마음 속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