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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용 Oct 30. 2024

못나도 맛은 똑같다

    못났다는 말은 여러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못생겼다는 말이 될 수도 있고, 다르다, 모나다, 특이하다와 같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다. 인간은 그런데 이렇게 다른 것, 못난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인간의 역사가 증명했듯이 말이다. 

    예로, 백인은 유색 인종을 처음 만났을 때 단지 피부 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을 노예로 삼거나 학살을 시키는 것을 일삼은 기나긴 역사가 있으며, 중세 시대에는 신체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감금하여 그들을 동물보다도 못하게 취급하는 일이 흔했다. 오늘날에는 이러한 문제가 덜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우리는 아직도 나와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 두려움이나 경계심이 앞서는 것 같다. 누군가가 얼핏 보아 다른 것 같으면, 어, 나랑 다르네? 라는 생각부터 먼저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다르다고만 느끼면 다행이다- 다른 걸 틀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나와는 다르다고 해서 절대 틀린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생각하는 방식이 더 맞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상대방이 “덜 맞다"라고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맞고 틀리고의 문제 또한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한 목적지에 가는 데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나와 나의 남편은 한차에 타서 목적지로 향할 때 어떤 길로 가야 하는가에 대해 다툰 적이 있다. 어떤 길이 더 빠르냐, 어떤 길이 더 막힌다, 이런 의견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 둘의 의견 중 더 나은 방법은 따로 없었다. 교통상황에 따라서 더 빠른 길이 바뀌는 것뿐, 어떤 길이 항상 더 빠르거나 더 느린 건 아니었다. 막상 내비게이션보다도 더 빠르다는 길로 갔는데, 예기치 못한 차 사고가 생긴 경로로 가는 바람에, 교통체증이 심각해져서 약속 시간에 늦어 버렸다. 역시 그 길이 더 빠른지 느린지는 가봐야 아는 것이었다. 덧붙여서 그 경로가 이번에 더 빨랐다 한들, 다음번에도 그 길이 차가 덜 막힐 거라는 보장도 없는 것이다. 

    이렇듯, 항상 맞거나 늘 틀린 사람은 없다. 상황에 따라 더 나은 의견이나 방법이 상이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말이 늘 맞거나 덜 맞거나,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하는 건 역시 이상적인 태도는 아닌 것 같다. 그야말로 정말 틀린 생각이 아닐까.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가 가진 기준에 빗대었을 때 더 못난 사람들에 대한 의견에 더 혹독한 기준을 세우곤 한다. 예를 들어, 나보다 회사 경력이 더 짧다거나, 사회적 인정을 나보다도 못 받는 사람이거나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다거나 더 어리다거나 한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즉 얼굴의 생김새에 대한 “못남"이나 마음의 “모남"이 아닌, 개인적 잣대로 평가한 “나보다 못난 사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나보다 못난 것 같은 사람을 곧잘 무시하는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은 내 방식이나 생각이 늘 옳다는 보장은 없다. 예로, 회사에서 내가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더라도 교통체증의 현황처럼 세상은 늘 바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가 이제 막 입사한 신입이라 한들, 상대방의 의견을 찬찬히 들어보고 때에 맞게 판단할 필요성이 있다. 턱없이 경험이 부족한 신입이라고 해서 의견이 틀린 건 아니라는 의미이다. 

    요즘에 “어글리어스"라는 채소 구독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 해당 서비스는 말 그대로 “ugly”한, 즉 못난 채소를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게 하는 온라인 서비스이다. 못난 채소는 상품 가치가 없어서 유통을 못 하고 버리곤 하는데, 생긴 것만 못났지, 사실 영양소나 맛은 똑같다. (우리는 채소까지도 못남으로 평가하는 셈이다.) 꼬랑지가 두 개인 당근이라고 해서 당근 맛이 안 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뿌리가 하나인 일반 당근보다 양이 두 배라면 모를까. 나는 이 생각을 우리에게도 적용해 보고 싶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보다 못난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의 가치나 생각, 살아가는 방식의 무게가 감소하는 건 절대로 아니다. 채소가 아무리 못나도 맛은 똑같듯이, 우리가 각자 다 삶의 모양새는 달라도 그 가치는 동일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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