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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나 Nov 25. 2023

작가는 다 같은 작가인줄 알았지

같은 타이틀일텐데...

작가,

나에게도 작가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내가 정말 책을 출판한 작가가 된 것은 아니였지만, 브런치 합격메일을 받은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쳤던 때가 떠오른다. 벌써 1년전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엄마 무슨일이야?" 라고 물었을 때, 당당하게 이야기 했다. "엄마, 작가됐어!" 라고 말이다. 그때 아이들의 물개박수를 잊을 수 없다. 지나고 물어보니, 엄마가 정말 행복해 보였다고 한다.  과연, 합격의 기쁨이었을까, 타이틀의 희망이었을까는 지금도 조금 의문이다. (삼수 후 붙은 브런치라 둘다였다고 나의 기억을 만들어내본다.)



책을 내고 싶은지? 몰랐다. 그런데 휴식의 시간을 가지며 책을 꺼내 들때마다  그 책을 써낸 작가는 누구든 대단해보였다. 그리고 조금은 길쭉한 네모 속 #해시태그 들과 올라오는 글들은 평범해 보이지만 힘이 있었다. 그런 그녀들, 그리고 그들의 글이 조금씩 모여 책이 되는 과정도 보았다. 와, 나도 할 수 있겠네! 하는 어디서 삐져나온 자신감인지 모르지겠지만, '작가가 되고 싶다.'라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슬초 브런치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나의 글을 써볼 때 그때 알았다. 생각보다 개조식에 강할 뿐 '글'은 약한지도 모르겠다. '학생들의 글은 잘 지도해도, 내 글은 써본 경험이 없구나' 하고 말이다. 어떤 글이 매력적인지, 어떤 글이 조금 더 사람들 마음에 와닿는지 하는 고급 스킬은 나의 고민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나를 어떻게 써내려야 하는지조차 몰랐다. 자기소개를 써본지도 언 15년전, 이미 나는 삼남매와 아픈 사람으로 소개되고 있었기에 더더욱이 어려웠다. 그리고 나를 어디까지 드러내야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써보고 싶다는 욕구가 점점 생겨났다. 성인이 되고 나의 첫 글 스승은 [이은경작가]님 이시니까. 그녀는 같은 엄마 같으면서도 너무 매력 있었고, 간단한 글도 위트있게 써내려가곤 하니까 말이다. 어쩜 저렇게 센스가 있을까, 하는 동경의 마음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조금씩, 나를 드러내는 연습을 하면서 조금 더 책과 가까워지기로 마음을 먹었다. 호기롭게 제출한 작품은 보기 좋게 미끄러졌고, 그렇게 두번 더 도전 한 끝에 [축하드립니다!] 하는 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작가]라는 타이틀은 조심스럽게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쓰고, 링크도 살짝이 얹어둔다. 나름 퍼스널브랜딩 시대에 살고 있는 여자는, 직함과 경험 그리고 플랫폼이 매우 중요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게 함정이었다. 작가는 다 같은 작가가 아니였던 것이다. 첫 글을 쓰고, 든든한 동기들이 좋아요와 댓글을 남겨주었다. 따스한 댓글들 그리고 얼굴을 제대로 본 적 없지만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그녀들의 댓글과 좋아요를 볼때면, 내가 정말 뭐라도 되는 것 같았다.그리고 이쯤 되면 어디선가 제안도 좀 들어와야하는 것 아닐까? 하는 하찮고 어리석은 기대와 어깨뿜뿜이 있었던 것 같다.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조차 지금은 의문이다. (그러니, 동기분들과 다른 작가님들은 귀여이봐주시옵소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동기들의 글이 포털 메인에 떴다고 한다. 기쁨의 물개박수와 이모티콘을 날린다. 그리고 좋아요와 댓글을 단다. '어쩜, 이렇게 글을 쓸 수가 있지?', '나와 같은 동기가 맞나?',  '어디서 다들 배워오시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들이 음식으로 글을 썼다기에, 다음날 밥을 먹으며 괜히 음식 사진을 찍어본다. 하지만 어느새 잊어버린다. 혹은 써야지~~하다가 에이 안되겠다. 하고 넘어가기 일쑤다.


  

  다음날은 또 다른 작가님의 글이 에디터픽에 올랐다. 또 박수를 친다. 열심히 카카오톡으로 축하 인사를 날린다. 어느날부터는 100편을 쓴 꾸준한 작가님들도 생겨나고, 브런치북을 발행한 작가님들도 생겨난다. 나는 또 열심히 박수를 보낸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내 손은 축하만을 위한 손이니?' 라는 생각을 하며, 부러움을 내 마음 속 깊이 담아두기 시작한다. [질투는 나의 힘]이라고들 이야기하지만, 아직까지 질투라기보단 마냥 부럽다.... 질투도 따라가볼만한 할 때 생겨나는 것임을 몸소 깨닫는 순간들의 1년이었다.



  내가 글을 쓰는 꾸준함을 얻고 싶어서, 어쩌면 저 분은 책을 저리도 많이 내고 글을 매일매일 쓸 수 있을까의 궁금함으로 시작한 [슬초 브런치프로젝트]가 1년이 지났다. 다시 한번 작가님은 우리를 모아두고 글을 써야하는 이유를 조금 더 명확히 말씀해주셨다. '글로 팔자고치기' 라고 말해주시며, 몸소 시범을 보이시고 있다고 이야기 해주시지만, 이젠 안다. 글로 팔자를 고치는 것도 부단한 노력, 그리고 정말 많은 것을 갈고 닦아야 한다는 것을.



  함께하는 이들이 있다는 안도감, 작가님들의 이끔과 부러움, 나도 한 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한편으로는 조금 멋져보이고 싶은 허세가 실력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은 열기구를 띄울 글쓰기 연료를 모아가본다.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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