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나 Dec 02. 2023

어디까지가 욕심이고 어디까지가 능력인가

용량의 제한

찰칵, 오늘도 글을 쓰면 좋겠다며 사진을 찍었다. 보다 보니 너무 좋은 글귀는 심지어 캡처도 한다. 열심히 손가락은 놀리고 있지만, 왜 작가의 작품의 개수는 늘고 있지 않는 것일까? 그러다 경고를 맞는다.

용량 경고에 대한 내용을 제작한 이미지


제발 모으기만 하지 말고 쓰라고 핸드폰도 알려준다. 차곡차곡 쌓여서 농익은 작가가 되겠다던 꿈은 매번 엄지와 검지로 캡쳐만 하며 키웠나 보다. 스크린샷 폴더에 쌓인 이미지는 3000개가 넘었고, 얼핏 봐도 왜 찍었는지 모르겠는 사진들로 넘쳐난다. 



요즘 내가 나에 대해 깨달은 점이 있다.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은 어떻게든 알아내고 나아가는 사람이지만, 돌아보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다시 돌아보는 피드백도 어쩌면 두루뭉술, 가시화하지 않고 대~략 생각하고는 '음... 이 정도면 됐어'라는 판단회로가 발동하면, 구체적인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과 결합하여 자연스레 움직인다. 진격의 E인 건가. (아프고 작가라는 일에 도전해 보고, 창업을 준비하며 I와 E 사이에 그 어딘가 모르는 은하계에서 살고 있구나를 느끼곤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가지는 많아지고, 나 좀 봐달라고 외치는 휴대폰 속 사진들도 많아지지만 영감과 글감을 수집하는 것이라는 명목하에 계속해서 가족을 늘려간다. 아니, 잘 나가는 작가들은 영감 수집을 한다는데, 김신지 작가님도 분명 구름 찍으며 모으시고, 이은경 작가님도 글이 쓰다 막막할 땐, 사진 수집한다고 하셨는데? 글감을 수집하는 것도 능력 아닌가?




그분들은 글을 쓰시잖니



그렇다.

그거다.

그녀들은 글을 쓰다가 영감도 모으고, 사진도 수집하는 거고 나는 열심히 글을 두드려야 하는 열 손가락 중 두 손가락만 가지고 열심히 캡쳐만 한 것이다.



글감도 글이 되어야 그 존재가 빛을 발하는 법이며, 폴더 사이사이가 꽉 차서 새어 나올 정도의 스크린샷 폴더 역시 열어보고 활용해야 그것이 생명을 얻는 법 아닐까. 그래 수집이라는 허세 그만 떨고, 이젠 꺼내주자 폴더와 나의 마음속에서 나오고 싶어 하는, 생각과 시선들 말이다.



비록, 멋들어진 글이 아니더라도, 언제까지나 쓰지 않으면 늘지 않고 마주하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기에 능력과 욕심을 떠나 나는 나를 써 내려가는 느낌으로, 그렇게 한 뼘 성장해 보기로 한다.


이전 01화 작가는 다 같은 작가인줄 알았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