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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나 Dec 09. 2023

내 글을 보는 게 가장 어려워요

인생도 마찬가지

  몰랐다.

  정말 몰랐다.



  내가 나의 삶을 돌아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나의 빈틈을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아님 뚜렷한 주관이 없는 것일까. 나의 글을 돌아보는 것은, 내 인생을 돌아보는 것과 같다. 그래서인지, 조금 더 발개 벗겨진 느낌이 나곤 한다. 누군가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그 치졸하고 옹졸한 마음이 나만 보여서 인 걸까. (애초에, 내 글에 누가 보지 말아야 하는 내용은 넣지도 않으면서 웬 걱정.)



  성찰을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목표였다.

  늘, 아이들이 이런 것을 배우고 알면 좋겠다! 혹은 아이들과의 기록을 이렇게 남겨서 써볼까? 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다는 사실에, 1월 1일을 위한 계획이 아닌 매번 3월의 계획을 세웠음을 깨달은 나는 허탈함이 밀려왔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리고 내 이야기를 들은 나의 가장 힘이 되는 교사친구가 울었다. '불쌍하다고' 이건 진심이다. 열심히 살았고, 인정도 받았고 신나게 일하고 살아왔는데 그 속에 '나'는 없었던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났으니 말이다. 친구는 내가 목표가 있어서 달려 나간다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나의 목표가 없던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애초에 목표로 할 때 '나'를 중점으로 둔 적이 없었으니까. 나보다는 집단, 나보다는 가족, 나보다는 아이들 이었다.



  학교 계획만 세워봤지, 내 인생 계획은 세워본 적이 없구나하고 가장 큰 삶의 명제가 잘못되었음을 느꼈을 때는 우울해졌다. 그 우울마저도 깊게 성찰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새 털고 일어났긴 하지만 말이다. 성취성취해결해결완수완수 처럼 몰아붙이는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나를 내몰 때 그 파도에 나는 몸을 맡기는 일만 했던 사람이구나. 그렇게 나는 나라는 사람 없이 살고 있었구나의 현타를 맞았던 기억이 난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가고 있는지 모르는 채, 주어지는 일에 하나씩 해결하던 교직에서의 13년은 나에게 일을 쳐내고(해결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서둘러 다른 이의 일을 마무리하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제 시간 안에 해내는 것들이 익숙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헛되게 살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나만의 기록을 해보자, 하고는 호기롭게 다이어리와 필기구 풀세팅을 했다. 그리고 아이디어를 얻어보겠다는 보기 좋은 핑계로 연신 돋보기를 눌러 탐색창을 눌러댔다. 외국인의 일정관리, 자기 관리 잘하는 법, 시간관리 방법 등 어느새 동요되고, 방법을 알려준다는 그들의 강의를 듣는다. 막상 배워보면 스킬만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렇다. 소위말해 낚인 것이다. (내가 미끼를 물어 분 것이여) 강사를 탓할 필요가 없다. 본질을 알고자 했다면, 애초부터 다른 이를 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나를 보았어야 했는데 남의 기록을 보고자 했던 나의 불찰인 것이다.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글을 쓰며 조금은 터득하고 있다. 삶을 가꾸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글쓰기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느끼게 된다. 글은 그 사람의 생각과 경험을 뛰어넘을 수 없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글을 쓴 작가의 향기가 배어있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부딪히며 알게 된다. 나를 찾기 위해 글을 쓰지만, 나를 파헤치는 것은 단순 숫자로만 되는 것이 아니기에 판단하고 경험치를 계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아주 조금은 알랑가말랑가 싶기도 하다.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나'라는 사람도, 가치를 논하고자 하는 나의 이야기에 반응하는 숫자로 이야기하는 세계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강제적인 쉼이 나를 I로 잠시 데려다주었지만, 결국 본투비 E 인 나이기에, 내가 혼자 분석을 잘 못해낸다면 용기를 내서 드러내보는 것이다. 오히려 다른 이들은 피하는 방법일지 모르겠다. 그리고 더 망신이 뻗치는 일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화하며 내 생각을 정리하고 만들어내는 것처럼 글로도 대화하듯이 내보내보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래서 도전한 [브런치북 연재]도 벌써 3 회차다. 사실 사람이 쪼이는 맛이 있어야 습관화도 잘 되는 법. 



  수치화된 목표보다는 성취하고 싶은 목표를 정하고 나아가자. 그리고 천만 원과 몇만 팔로워라는 타이틀에 채근하고 밀어붙이는 그런 목표를 갖고 성찰하고 싶지는 않다. 느리든, 분석이 부족하든 시행착오를 겪든 주변도 챙기고 가끔은 손해도 보고 실패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성장해가고 싶다. 요즘은 그것이 내 목표다. 월 천을 못 벌면 어떻고, 드러나지 않음 어떠리. 운에만 맡기지 않고 내가 인생을 개척하다 보면 그렇게 나는 나아가며 또 나아가겠지. 인생을 조립하다 잘못된 것 같을 때 내가 작성하는 나만의 인생 설명서를 펴고 나사를 잘 못 끼운 것은 없는지, 돌아보며 또다시 풀고 다시 끼우고 완성해 가면 되는 것 아닐까.



모두가 다 같은 방법으로 성장할 필요는 없잖아.





이미지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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