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컬리지 준석사 지원하기
나는 올해 9월 캐나다 칼리지 post graduate(준석사) 과정에 지원했다. 유학원 없이 혼자 지원했는데, 광고 글 외에 실질적인 정보를 찾는 게 쉽지가 않아서 막막했다.
특히 나의 경우, 기존 학사 학위 및 경력과는 관계없는 분야에 지원을 희망하고 있었던 터라 더 답답했던 것 같다. 뒤늦게 새로운 것을 다시 쌓아가는 것이 맞는 건지, 정말 늦은 건 아닌 건지. 몇 번이고 스스로 묻고 답했다. 하나도 불안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 길을 안 가보면 어느 길을 가더라도 자꾸 생각날 것 같았다. 그래서 지원했고,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또 용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후기를 남긴다.
나는 한국에서 4년제 대학 경영학사 학위를 가지고 있고, 기획/마케팅 분야에서 7년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커리어 방향을 완전히 바꾸고자 결심했다.
자폐 아동 대상의 일을 하고 싶어서 찾아보다가 캐나다에서 응용행동분석학을 공부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분야에서는 이렇다 할 학업 및 경력 사항이 없다. 다만 아일랜드에서 자폐 아동 대상으로 1년간 봉사 활동을 했고, 한국에서 주말 봉사를 6년 정도 했다.
사실 캐나다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었으나, 관련 분야 학위나 경력이 전무해서 디딤돌이 필요했다. 다시 학사 과정을 길게 밟고 싶은 생각은 없었고, 향후 석사 진학을 고려해서 실무적인 내용을 짧은 시간 내에 집중적으로 배우고 싶었다. 캐나다 컬리지 준석사 과정은 1~2년 정도로 비교적 짧은 편이고 실습(코업 프로그램)이 포함된 실무적인 커리큘럼으로 구성돼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한국에는 없는 개념이라 편의상 준석사라고 칭하는 것 같은데, 학사(2년제 Diploma, 3년제 Advanced Diploma, 4년제 Bachelor's Degree)-준석사(Post Graduate)-석사(Master)-박사(Doctor) 순으로 진학 가능하다. 다만 준석사는 석사 과정을 위해 필수적인 코스는 아니며, 학문적인 성취를 쌓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좀 더 현장에서 실무를 배우기 위해서 많이 진학하는 것 같다.
나는 어차피 스스로 준비해야 할 서류(성적증명서, IELTS 성적확인서, 졸업증서 등)들이 대부분이니, 그냥 혼자 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 유학원 없이 혼자 진행했다. 나중에 알았는데 특정 칼리지와 연계된 유학원들이 있어서 무료로 대행 지원해 주는 곳도 있다고 하니, 필요하신 분들은 그쪽을 알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대략 아래의 서류는 스캔본으로 업로드가 필요하니, 준비해놓는 게 좋다.
대학교 졸업증서(영문): 대학교 홈페이지에서 출력 가능
대학교 성적증명서(영문): 대학교 홈페이지에서 출력 가능
고등학교 졸업증명서(영문): 학교로 전화해서 민원 신청하면 받을 수 있음
고등학교 성적증명서(영문): 학교로 전화해서 민원 신청하면 받을 수 있음
IELTS 성적증명서: 시험 보면 우편으로 받을 수 있음
여권: 사진 및 여권 정보가 포함된 첫 페이지
내가 지원하는 프로그램 입학 요건을 찾아보니, 관련 분야 학사(심리학, 교육, 사회복지 등)가 있는 사람이 우선적으로 고려된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단순히 서류만을 두고 평가했을 때, 나의 조건은 불리했다.
나는 너무 간절했고, 합격 확률을 0.1%만이라도 높일 수 있다면 뭐든 할 생각이었으므로... Cover letter와 Resume를 작성해서 함께 제출했다. 국제학생 담당자들은 각 프로그램에 대해 상세하게 관여를 하는 건 아니다 보니까 아무래도 좀 무관심했다. 그래서 학과 코디네이터에게 직접 연락해서 양해를 구하고 이메일로 추가 서류를 냈다.
Cover letter: 학업 동기/해당 분야에서 내가 가질 수 있는 강점/향후 진로 방향(학업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
Resume: 관련 필드 경험(봉사활동)/경력사항(학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 강조)/학력사항(대학교때 활동 위주)
캐나다는 중앙 교육청이 없고 주마다 교육 편제가 다르다. 나는 향후 온타리오주 내에서 생활하기를 희망하므로, 해당 지역 내에 있는 칼리지만 서치했다.
① 프로그램 리스트업
우선 내가 공부하고 싶은 컬리지를 찾아야 한다. 아래 사이트엔 온타리오주 모든 칼리지 프로그램이 리스트업되어 있다. 해당 사이트에서 내가 원하는 분야 프로그램을 추렸다. (온타리오주 컬리지 프로그램 보기)
② 상세 요건 서치
대학마다 데드라인, 자격요건, 요청하는 서류, 학비, 프로그램 기간 등이 다 다르다. 입학 요건은 각 컬리지 사이트 내에서 확인(위 온타리오주 칼리지 사이트에서 연결됨)할 수 있다. 이것저것 찾아보다 보니까 헷갈려서 아래와 같이 표로 만들어서 정리해두었다. 나의 경우, 관련 학사 학위를 요하는 곳에는 지원할 수 없으므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확인했다.
사이트 내에 상세하게 나와있지 않는 정보는 직접 이메일로 문의해서 확인했다. 답변이 느긋하게 오니, 문의 사항은 촉박하지 않게 미리미리 문의할 것.
③ 캐나다 준석사 과정 지원하기
학교마다 지원 방법이 다르다. 학교 사이트 내에 잘 기재되어 있다. 학교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서류를 업로드하여 지원하는 곳도 있고, 이메일로 서류 및 신청서를 받는 곳도 있다. 지원비는 학교당 10만 원 내외였다.
문의를 해보니 제출 순으로 검토해서 합격/불합격을 가른다는 곳도 있었고, 순서와 관계없이 평가된다는 곳도 있었다. 어쨌든 일찍 내서 손해 볼 것은 없으니 최대한 입학 신청 기간이 열리면 바로 제출하는 게 좋을 듯하다. 9월 학기 프로그램은 대개 전년 12월 중순부터 1월까지 신청서를 받는데, 참고로 나는 1월 초에 제출했다.
내가 경험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공유할 수 있는 정보는 이 정도뿐이지만, 이 글을 보고 있을 분들에게 꼭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다.
누군가는 늦었다고, 영리하지 않은 선택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선택의 결과를 책임지는 사람은 나이므로, 내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 보기로 했다. 조금 늦으면 어떻고, 조금 돌아오면 어떤가. 인생에서 의미 없었다고 할 수 있는 시간과 경험이 있기는 한 걸까? 오늘의 나를 만든 어제의 나. 그리고 내일의 나를 만들 오늘의 나. 모두를 보듬으면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