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디자이너에서 사회복지사를 공부하게 되었을까.
나는 학교를 졸업하기 전부터 일을 시작해
스무 해가 넘도록 남성 액세서리를 디자인하는 일을 했다.
넥타이, 양말, 벨트, 손수건, 머플러처럼 누군가의 일상에 살짝 스며드는 작은 물건들.
그 물건들에 나의 감각과 감정을 담아내는 일이었다.
어느새 나는 회사의 실무 디자이너가 되었고, 누구에게나 당당히 말할 수 있게 열심히 일했고, 나 자신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출근하는데 회사 건물이 보이는데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이 차기 시작했다.
수년간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 ‘잘 해내야 한다’, ‘버텨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나는 나를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몸은 아팠고 마음은 더욱 그랬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도 힘들었고, 결론이 없는 회의 시간이면 심장이 조여왔다.
결국 나는 멈추기로 했다. 잠시 쉬는 게 아니라, 아주 멈춰보기로. 내 안에 남은 나를 찾기 위해서였다.
회복의 시간 동안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싶은가?’
디자인은 여전히 소중한 기억이고 자랑이었지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내 마음은 점점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바로 사람이었다.
예전엔 남들이 멋지다, 부럽다 말해주는 디자이너의 삶이 좋았다.
이제는 누군가의 곁을 지키며 '당신은 괜찮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 아이를 키우며 느꼈던 것,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배웠던 것, 그리고 내 상처마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 그것이 내가 사회복지라는 길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지금 나는 사회복지사 2급을 취득했고 사회복지사 1급을 준비하고 있다.
처음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두려웠지만,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과 그리고 동료들의 따뜻한 말과 웃음이 나를 지탱해 주었다. 아이들로부터 직장인 시절의 상처도 많이 치유받는 느낌이었다.
과거의 커리어와 지금의 나는 전혀 다른 길 위에 서 있는 것 같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비슷한 점도 있다.
그때도 나는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했고, 지금도 여전히 ‘사람을 위한 실천’을 하고 있으니까.
이제는 내가 만든 무언가가 아니라
내가 건넨 마음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나는 디자이너에서 사회복지사로 방향을 바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