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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이나 모임 등으로 참 많은 식당들을 가 보았습니다.
서울에서 20년 회사 생활하며 강의도 하고 이런 저런 활동들도 많이 하고 있어서,
어쩌면 필연이었겠지요.
많은 분들이 꾸준히 제 글, 특히, 식당 관련된 글을 봐주고 계셔서 역시 먹고 사는 것.
음식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맛집 탐방, 먹방은 늘 인기도 많고, 흑백요리사와 백종원 씨와 더본코리아의 일에도 관심이 많고 그런 것 같습니다.
세상일은 많이 비슷해서 직장인이 한 회사를 오래 다니며 같은 일을 계속 하다보면, 항상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퍼지기도 합니다.
식당도 처음엔 신선한 재료와 깨끗한 위생, 친절한 서비스로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 계속 찾다가도, 가게가 잘 되다 맛이 가버려 재료도 신선하지 않고 반찬 가짓수도 줄고 맛도 예전 같지 않은 경우가 있지요.
상추는 잘 씻고 관리가 잘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먹었을 때 쓴 맛이 나서 잘 씻었는지 의문이 생기고, 맛이 없는 걸 떠나서 먹고 나서 속이 불편하게 되면 다시 그 곳을 찾지 않게 되겠지요.
집 앞 가게도 그러할 건데, 일부러 차를 몰고 찾아가야 하는 곳이 그렇다면 더 찾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오랜만에 찾은 청기와 생등심 집엔 손님이 없었습니다.
‘주말인데 사람이 이렇게까지 없나?’
싶었지만, 그동안 신선한 재료와 먹고 나서 속 편함을 믿고 자주 앉던 자리에 앉았습니다.
사장님이 계시지 않았습니다.
“사장님, 어디 가셨어요?”
“예, 잠깐 어디 가셨어요.”
흐음
음식점에서 사장이 가게를 자주, 장기간 비운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합니다.
관리가 잘 안 된다.
직원들이 대충 할 수 있다. 음식 관리, 서비스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지요.
특히, 요즘 같은 여름철엔 음식이 상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고 직원들이 놓치거나 귀찮아서 내버려 두는 것도 사장님이 자기 사업이니 더 잘 챙겨야 하는 것은 기본이겠지요.
대신 인상 좋은 젊은 아드님이 계셨는데,
친절하게 하시는데 솔직히 음식 재료를 잘 관리하고, 직원들 관리도 잘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집은 개인적으로 1.7만 원짜리 삼겹살이 참 괜찮다고 했는데, 같이 간 친구가 오늘은 차돌이 땡긴다며 먼저 먹자고 해서 시켰습니다.
1인분에 2.9 만원으로 차돌이 빨리 구워지기에 먹고 삼겹살 시켜서 잘 구워서 먹으면 되겠다고 생각했지요. 지난 번에도 그렇게 먹은 적이 있었구요.
반찬이 나올 때부터 이상했습니다.
전에 맛있게 먹었던 감자 반찬 등이 빠져 있었고, 샐러드는 신선해 보이지 않았지요.
이전에 잘 했던 것을 믿고 다시 갔는데 그때보다 더 질이 낮아지면 실망하지요.
전에 먹었던 반찬은 없고, 샐러드는 아니나 다를까 맛이 이상했습니다. 구내식당 등 에서도 늘상 샐러드와 함께 밥을 먹는 저인지라 신선도와 맛을 분간할 입은 갖고 있었지요.
젓가락을 내려 놓고 고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온 차돌을 보고 눈을 의심했습니다. 빨간색이 잘 보이지 않는 하얀 지방만 가득한 고기였지요. 처음 간 집이었으면 사장님을 불러서 한 소리 했을 것인데,
이게 정말 1인분에 2.9 만원 받는 차돌이냐고
그냥 차돌 만들고 남은 비곗덩이 아니냐고
자주 왔던 집이고 사장님도 안 계셔서 그냥 먹었지요.
당연히 맛은 그저 그런 것보다 아래 수준이었습니다.
그냥 삼겹살 먹을껄.
그래도 싼 것 먹고 후회하는 게 낫고, 그나마 삼겹살이 실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었지요.
고기를 싸 먹으려고 쳐다보니 상추는 3장.
허허, 어쩌다 이 집이 이렇게 되었지.
기름과 배합되면 그렇게 맛있던 콩나물과 김치도 더 자극적으로만 변했지 예전의 그 맛은 어디로 가고,
마지막으로 믿었던 돌판 된장도 칼칼한 맛은 사라지고, 더 쎄진 간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먹었는데 속이 좋을 리가 없지요. 전엔 맥주를 곁들여 먹어도 워낙 재료가 신선하고 음식이 맛있고 건강식으로 속이 편했는데, 이번엔 술도 안 마셨는데 속이 무척 불편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같이 간 친구도 밥 먹고 나서 화장실을 같이 들락거리고 약까지 먹었으니 원인은 분명했지요. 이전까지 같이 먹은 것이 없었고 이 곳에서 밥을 먹고 둘 다 그랬으니 말입니다. 재료와 음식에 대한 느낌도 같았구요.
계산할 때 쯤 나타나신 사장님은 장사도 안 되고, 표정도 예전처럼 밝지 않았고 딱 봐도 뭔가 잘 풀리지 않고 맘에 안 든 상태에서 자포자기로 만사 귀찮아 하시는 모습이 엿보였습니다. 한마디로 무척 어두운 표정이셨지요.
조금 심하게 말하면,
돈도 안 되고 내 몸도 귀찮으니 대충 먹었으면 돈 내고 빨리 가라. 나 좀 쉬어야겠다. 여러 가지로 괴롭다.
이런 속마음이 들리는 듯 했지요.
그제서야 일하시는 분들의 표정과 행동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일하는 사람이 퇴근 시간만 기다리는 건 당연한 것이지만, 돈 받고 일하는 만큼 일하는 동안에 성실하게 할 것 제대로 해야 하는데, 사장님이 계실 때만 하는 척만 하고 시간 때우기가 보였습니다.
제가 그런 걸 어떻게 그렇게 잘 보냐구요?
식당을 많이 다녀봐서 이기도 하지만,
저 자체도 근로자 직장인이고, 회사를 다니면서 회사가 잘 되어서 바쁘지만 신나게 일하고 충분한 보상을 받을 때 직원들의 표정과 행동은, 회사가 성장하지 못하고 문제 생기며 심지어 적자를 볼 때와 많이 비교가 됩니다. 그래서, 주식투자를 할 때 저는 그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가서 분위기나 직원들 표정이나 사무실 분위기를 보기도 하지요.
안 되는 회사에는 직원들이 출근할 때 흐리멍텅한 눈으로, 제대로 씻지도 않고 옷도 대충 지저분하게 입고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지가 없는 것이지요. 열심히 해봤자 월급이 오르지도 않고 성과급도 없거나 억지로 몇 푼 쥐어주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급여 삭감이나 임금 체불이 일어나면 더 심각하겠지요.
식당에서 그런 상황이면 신선한 재료를 가져다, 위생적인 환경에서 정성스레 조리를 할까요?
주방에서 큰 소리가 나고 다툼이 잦고 분위기가 좋지 않은 식당은 가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옆에서 싸우고 있는데 밥 먹기 불편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기분이 나빠서, 나 안 해. 니가 왜. 왜 내가 해.
이러면서 서로 일을 미루고 꼭 해야 할 일들을 하지 않거나 대충 했을 가능성이 있지요.
청소도 제대로 하지 않은 곳에서, 설거지도 대충 했을 것이고, 식자재도 뉴스에서 나온 것처럼 소비기한이 지난 걸 썼을 수도 있습니다. 그 모든 것들이 사실 제대로 하려면 참 힘든 일이거든요. 그래서, 성실하고 일 잘하는 직원을 쓰고 잘 관리하며 일을 나눠서 사이 좋게 해 나가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지요. 그런데, 망쪼가 들어가는 식당을 보면, 직원도 제대로 뽑지 못하고 관리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식재료를 다루는 분들이 틈만 나면 담배 피우고 게으른 분인데 손은 제대로 씻을까요? 무척 번거로울 수 있고 귀찮을 텐데 말입니다.
그 정도는 그냥 먹어도 돼.
먹고 안 죽어.
내가 먹는 것도 아닌데 뭐.
집에선 뭐 얼마나 대단한 것, 제대로 해서 먹냐.
(그것 못해서 식당 와서 비싼 돈 내고 밥 먹는 건데요 ;;)
이런 인식이 팽배해진 결과는 음식 맛으로 나타나고, 먹고 나서 속이 좋지 않은 게 당연할 귀결일 것입니다.
모든 장사가 다 그렇지만
음식 장사는 신뢰가 최고의 가치이지요.
재료가 신선하지 못하고, 설거지는 제대로 하지 않고 씻지도 않은 행주로 닦고, 지저분한 손으로 조리하고, 식당이 지저분해서 벌레가 음식에 들어가기 쉬울 정도라면 누구도 그런 식당엔 가지 않을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도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도 믿고 먹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하지요.
남이 해준 밥이 맛있지만,
그 밥을 먹고 속이 안 좋다면 그 음식을 다음엔 먹지 않겠지요. 불만을 제기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처럼 아니다 싶으면 다음부턴 그냥 가지 않는 분들도 많지요.
음식을 파는 건,
광고 문구가 아니라 정말 자신이나 가족이 먹어도 맛도 좋고 건강할 정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당신 같으면 이런 것 돈 주고 사 먹겠냐
는 말을 들으면 안 되겠지요.
나와 가족이 먹어도 괜찮고,
더 나아가서는 팔기 아까울 정도로 정성을 쏟은 음식이어야 그 진가가 나타나고 그것이 쌓여서, 그곳에서 밥 먹으러 사람들이 멀리서도 오고 식당이 인산인해를 이룰 것입니다.
잇속만 밝히며 소비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쓰는 등 정성스레 음식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말만 그렇게 하고 이상한 짓 하는 사람은 식당 주인이 아니라,
그냥 돈에 눈이 먼 사기꾼이라고 하지요
말씀 드린 것처럼 요즘 같이 더울 때는 식자재가 상하기 쉽습니다. 관리가 참 중요하지요. 김밥집 단체 식중독의 사례만 봐도 그렇지요.
거기다, 경기가 이렇게 좋지 않을 때는 식당이 안되면 오래 쓰지 못한 식자재가 쌓이고, 소비기한을 세심하게 챙기기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심정이 이해는 됩니다. 재료비 뿐만 아니라, 인건비, 임대료에다 대출 이자를 포함한 원리금 상환에, 관리비, 공과금 거기다 카드사와 배민 수수료 등등. 손에 쥐는 건 없고 망해가며 폐업을 고민하는데 음식에 신경을 쓰고 정성을 쏟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관리 당국조차도 날도 덥고 귀찮아서 현장 관리 감독도 제대로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많은 식당과 식자재 등을 취급하는 곳을 다니며 일일이 확인하고 시정조치 취하도록 하는 일이 만만치 않겠지요. 그래서, 자체적으로 식자재와 위생을 관리하는 곳으로 사람들이 몰리기도 합니다. 식당 자체만을 믿지 못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백화점, 호텔 좋은 식당에서 비싼 돈 내고 밥 먹었는데 구토, 설사하고 난리 나면 뉴스 등에 도배되어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테니, 정부에서 공무원들이 검사하기 전에, 자신들이 가서 확인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백화점, 호텔 식당이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3자가 확실한 이유로 한번 더 확인하니 안전 장치가 있긴 한 것이지요.
주로 맛집 추천을 많이 해왔지만, 세상엔 명암이 있습니다. 여기저기 가게가 바뀌고 임대 표시가 붙어 있는 걸 보지만, 잘 되는 집이 초심을 잃지 않고 10년, 20년 꾸준히, 성실히 맛있는 음식으로 행복감을 선물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자연스레 손님이 줄고 망해갑니다. 요식업의 경쟁은 치열해서 사실 식당을 찾는 사람들 입장에선,
여기 아니면 갈 데 없나
라는 생각이 들며, 발길을 옮겨가면 그만이니까요.
저 또한 변화하는 세상에서 잘못된 가게에 대해서는 처음엔 좋았더라도 추천을 철회하는 것이 맞겠지요. 제 글 보고 가셨다가 속았다 라는 말을 듣긴 싫거든요. 돈 받고 쓴 글은 없고 자발적으로 내돈내산 한 집들이라 추천의 자유가 있듯 철회의 자유도 함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이 맛집 여행 글들이 각 글들마다 수천단위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어 책임감도 있습니다.
다음엔 깨끗하고 맛있는 식당을 추천하겠습니다.
부정적인 이야기는 딱 필요할 때만 하는 것이 좋지요.
앞으로 갈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고 구리 한강 공원 가서 산책했던 좋은 기억만 남기겠습니다!
굿바이 구리 청기와 고깃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