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2. 그래도 휴가는 휴가
긴 비행 끝에 이제 곧 인천 공항 도착이다.
야호!
요구르트가 포함된 간단한 조식을 먹고 양치를 하고 나니 도착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갔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한국의 섬과 바다.
익숙한 풍경.
나무 생김새마저 너무 다른 남미와 한국.
분명히 같은 숲인데 아마존의 열대 숲은 답답하고 빽빽하고 아나콘다가 돌아다녔지만, 한국의 대나무 숲은 서늘했다.
공항에서 짐을 찾고, 한국 도착 기념 공항 식당에서 차돌 된장찌개를 한 그릇 먹자 기운이 돌았다.
보통 빨리 집에 가고 싶어서 짐을 찾자마자 공항버스를 타는데, 난 휴가 기간이고 시간도 많다 보니 더 여유를 갖고 된장찌개를 먹고 붕어싸만코를 편의점에서 사 먹고 나서야 공항버스를 기다렸다.
공항버스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
몇 달 만에 보니 반가웠다. 매일 볼 땐 지겹기도 하고 그러는데 해외 생활 오래 하다 이렇게 보면 왜 이렇게 정겹고 아름다운지.
역시 이래서 한국 사람은 한국 땅에서 한국 음식 먹고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고국, 고향이라는 말이 그렇게 살갑게 느껴지고, 삶의 휴식처가 되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
휴대폰을 켜니 익숙하던 해외 통신사가 아닌 국내 통신사가 잡히니 더 실감이 난다.
카톡과 문자 등이 들어왔지만 다행히 현지에서 온 조급한 연락은 없었다.
즉, 온전한 자유.
오랜만에 집에 도착해서 들어가려고 하니 아파트 현관 키가 없었다. 어, 어디 놔뒀더라.
오늘의 나를 생각하며, 그때의 나는 ‘아마 여기부터 찾을 거야’라고 싶은 캐리어 안 주머니에 현관 키를 넣어두었다. 다행히 어렵지 않게 찾아 집으로 향했다.
집 현관문을 열려고 하는데 비밀번호가 바로 떠오르지 않고 헷갈렸다.
오랜만에 오니 별 게 다 생각이 안 나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무척 익숙한 단어가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질 때.
’익숙한 것의 낯섦‘
그 묘한 느낌을 오랜만에 돌아온 아파트 현관문에서 느낀다.
집에서 짐을 풀고 간단히 샤워를 하고 편한 옷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뜨끈한 콩나물국밥 한 그릇을 먹고, 모주 한잔을 마셨다. 나의 soul food (소울 푸드, 영혼의 음식)
끝까지 비우면 그 얼큰함에 속이 확 풀린다. 파스타나 스파게티와 같은 해외 음식을 먹으면서 느낀 느끼함이 확 날아간다.
그리고 사우나.
양치를 하고, 샤워를 하고 온탕에 들어가서 푹 담그고 있으면 몸이 나른해지고 잠이 온다.
그래서 목욕을 마치고 베지밀 한 병을 마신 후 수면실에서 한숨 꿀잠은 국룰이다. (국가적인 rule)
어렸을 때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조금 이해가 가는 어머니의 3시간 목욕탕 여행.
마치 어렸을 때는 맛을 잘 몰랐던 회와 삼합과 같다.
의식의 흐름은 이렇게 나를 삼합집으로 이끌었다. 동네 친구와 한국식 삼합을 막걸리와 함께 하며 한국어로 현지에서 있던 일을 마치 무용담인 양 늘어놓는다.
말조심이 기본인 사회생활에서, 허물없이 격의 없이 이 얘기 저 얘기 나오는 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라는 존재는 참 소중하다.
이래서 평생을 함께하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중요하다고들 했나 보다. 우리 부모님이 그렇듯 친구네 집에 놀러 가면 친구네 부모님도 처음 본 나를 그렇게 환대해주셨을지도.
부모 자식 간에 하기 힘든 이야기도 같이 할 수 있는 관계가 되고, 힘들 때는 서로 도와주고 기쁠 때는 함께 할 수 있는.
어쩌면 부모님이 없으실 때도 함께 이 험한 세상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벗이 되어달라고.
그렇게 기어이 생맥주까지 한잔 시원하게 마시고 나서야 집으로 가서 시차는 아랑곳하지 않고 잠든다.
해외에서 사무실에 죽 치고 있을 땐 시간이 그렇게 안 가서 1시간도 길더니,
한국에서 쉬면서 놀 때 2주는 왜 이렇게 순식간에 지나가나. 순삭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한국에 도착했을 땐 현지로 복귀하는 날이 올까 싶었는데 눈 떠보니 곧 복귀였다.
복귀해서 처리할 일들이며 부식 챙겨 가야 하는 저 이민 가방까지 생각나며 하루하루가 금방 가기 시작했다.
아침 10시 넘어서 일어나니 일할 때 아침 6시에 일할 때보다 하루가 짧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본사에 인사 차 갔을 때 담당 임원은 바쁘신지 딱 5분 만났다.
“어이구, C과장 고생이 많지? 거기 일은 잘 되고 있다며.”
하소연 좀 하고, 빨리 복귀시켜달라고 말할 찰나, 갑자기 회의가 있다며 가서 건강하고 남은 일 잘 처리하고 주기적으로 보고 잘해달라고 하며 황급히 떠난다.
진짜 바쁘신 것 맞나? 눈치 까고 가는 것 같기도 하고.
같은 팀 직원들과 점심을 먹고 집으로 가다 약국이 보여 상비약을 샀다. 슬슬 현지로 복귀 준비를 해야 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