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o estas? 2-3. 다시 출발

Chapter 2-3. 다시 출발

by 이상

이번엔 지난번처럼 출발 전날 술을 마시진 않았다.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었기에 조금 아쉽지만 마지막 날은 콩나물 국밥을 다시 한번 먹고 짐을 쌌다.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라는 누구도 잘 따르지 않는 권고사항을 따르는 나는, 캐리어와 노트북 그리고 부식을 가득 담은 이민 가방을 갖고 낑낑거리며 공항버스에 올랐다.


이번엔 가서 읽을 책까지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인천공항을 가는 길, 한강을 보며 챙기지 않은 건 없나, 가서 처리할 일들을 생각해보다 박 부장님이 생각났다. 잘 출발하셨나.


파견 동기라고 그새 정이 좀 들어서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이 끝나고 음성 녹음을 알릴 때까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짐 챙기시느라 바쁘신가.


전화했으니 연락 주겠지 하고 꿀 같은 잠을 청했다.




공항에 도착해보니 프런트의 줄이 길었다. 일찍 오면 이럴 때 마음이 편했다.


프런트 직원 분에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비즈니스 좌석으로 업그레이드 안되냐며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오늘은 풀 부킹 (full booking, 다 예약됨)이라고 상냥하게 안된다고 말해주시지만, 표정은 귀찮게 왜 이래라고 말하고 있어서 바로 기대를 접었다.


네, 고맙습니다.

관계의 유종의 미를 그렇게 거두고, 부친 짐에 혹시 문제가 있을지 몰라 프런트 앞 의자에 잠시 대기했다.


간편식 포장 순대까지 부식으로 사 오라고 해서 조금 걱정이 되어 5분을 기다렸다.


전화가 걸려왔다.


박 부장님인가.


발신번호를 보니 아니었다. 전화를 받아보니 프로젝트 지원해주시는 본사 직원 분이셨다.


“출발 잘하고 계시죠?”


“네, 공항입니다.”


“그렇군요. 오늘 같이 가시기로 한 박 부장님은 못 가십니다. 혼자 가셔야 할 것 같아요.”


“네? 무슨 일 있나요?”


잠시 주춤하더니,

“휴가 기간 동안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폐 쪽에 이상이 있으셨나 봐요. 정밀검사를 받으셔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네, 알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고, 보안 검색을 기다리는 긴 줄에서도 계속 박 부장님 생각이 났다.


오래된 공장에서 업무 특성상 계속 돌아다니시면서 일해야 해서 유해가스와 먼지 이런 걸 많이 마시셔서 그렇게 되셨을까. 안타까웠다.


자기라고 하던 모습이 떠오르면서 큰 문제 없으셔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건강 관리 잘하시고 쾌유하시라고 문자를 남겼다.




긴 비행시간도 이제 적응이 조금 되었나 보다.

내릴 때쯤 되니 자느라 못 본 영화가 있어 아쉬웠다.

숙소 가서 봐야지 뭐하고 짐을 챙겼다.


정말 다행히도 짐에 문제가 있지는 않았다.


현지 휴대폰을 켜니 문자들이 들어왔고, 잠시 후 전화가 왔다.


“C과장, 휴가 잘 다녀왔어?

나 여기 출장 나와있는데 로컬 비행기 같이 타고 가자고. 시간 맞췄어. “


“네, 같이 가시죠. “


본사 옆 팀 마 부장님이셨다. 처음 여기 왔을 때 적응할 수 있도록 잘 챙겨주시고, 현지 식당도 소개해주셔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탑승구에서 만난 마 부장님은 조금 지쳐 보였다.


“업체하고 미팅은 잘하셨어요?”


“그냥 그렇지 뭐. 한국하고 달라. 말을 잘 안 들어.

시간 좀 남았으니 맥주나 한잔 하자고. “


본사에 있을 때도 꽤나 술을 좋아하는 양반이셨는데 해외에 와선 거의 매일 술을 드시는 것 같았다.


“무슨 낙이 있어야지 여기.”


하며 자신은 1년 365일 중 하루 빼고 술을 마신다고 한다.


적당히 드시라고 하다가도 그 하루는 뭐냐고 물으니 건강 검진 전날이라고.

특히, 소변 검사하면 뭐가 문제가 있는지 재검받으러 가야 하고 그러면 귀찮아지고 또 술 못 마셔서 그날엔 술을 안 드신다고 웃으며 이야기한다.


아이고, 이 양반아 그러다가 골로 가요.

그렇게 술 좋아하시면 소주 회사에 취직을 하시지 그랬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도 술을 꽤 좋아해서 자신은 술 마시려고 한약 먹고, 등산 간다고 말했던 기억이 났다.


와이프 분하고도 술 문제로 싸우셔서 해외 나오면 눈치 안 보고 편하게 맘껏 마실 수 있어서 좋다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시기에,


“지난번처럼 술 마시고 취해서 비행기나 놓치지 마세요.” 하고 말았다.


현지 국내선이어서 조금 쪽팔리고 자기 돈 적게 물어내서 다행이지 국제선이었으면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었을 거다.


다시 돌아온 이 곳.

한결같이 습하고 더운 해안가 날씨.


오랜만에 들어온 숙소에는 도마뱀이 더 늘어난 것 같았다.

이젠 별로 놀랍지도 않다. 밤에 잘 때 얼굴로 기어 다니다 입 속으로만 들어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부식을 가득 담은 이민 가방을 끌고 만난 현채 업무지원 친구는 고생 많으셨습니다. 하며 반가운 얼굴로 맞았다. 그러고 보니 부식 리스트가 거의 이 친구가 좋아하는 음식이었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여기 도마뱀 좀 적은 방 없나?”

하고 물으니,


“도마뱀이 벌레도 잡아주고 얼마나 좋은데요. 지금까지 도마뱀 물려서 병 난 사람 아무도 없어요.”

라는 어만 소리를 하길래,


‘그래, 온 숙소 도마뱀 다 잡아서 너 방에 풀어줄까? 도마뱀이 그렇게 좋으면’


하려다 그냥 웃고 말았다.


누구 말대로 여기 돈 받고 일하러 온 거지, 돈 내고 대접받으러 온 것도 아니니 조용히 할 일 하고 복귀할 때 되면 아름답게 복귀하는 게 제일 좋은 그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