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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연 Oct 08. 2023

무형의 가치 - 꽤 오래전부터 있던 '가상세계'

매체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최초의 '매체'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좀 더 친근한 말로 하자면 미디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미디어라는 단어는 필요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쓰이고 있죠. 그중에 하나가 매스컴(mass communication)이고요, 이것은 사회학 사전에서는 "기술적인 매체를 이용하여 청중들에게 메시지를 조직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매스미디어, 미디어 매체 등등 있지만 사전적 의미를 따져 보아도 결국 일맥 상통 하는 것은 "대중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말입니다.


그럼 매체가 무엇일까요? 어떤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입이 쓰인다면 그것이 매체가 될 수 도 있겠지요. 사실 우리와 항상 붙어있는 가장 오래된 매체는 '입' 일수도 있겠습니다. 잠깐 다른 길로 새서 술자리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혹시 이런 말 들어 보셨나요? "고문의자도 아닌데 앉으면 진실만 말하게 된다." 아마 많은 분들이 눈치를 채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밈으로도 유명하죠. 살다 보면 다들 한 번쯤은 편의점 밖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초록색 소주병, 과자 한 봉지로 진실의 대화를 하게 되는데요. 이때 술을 마시고 썰렁, 꿉꿉한 밤공기와 분위기에 취해 가십거리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속마음을 꺼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이때 오가는, 어쩌면 실토하는 내용들은 정말 재밌죠. "사실 누구랑 누가 연애를 하다 어떻게 헤어졌다." 하는 연애 스토리부터 직장 상사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교수님의 사생활, 대학동기 누구의 사생활까지 다양한 분야와 사람들을 아우르며 우리만의 비밀 아닌 비밀을 만들어 갑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그렇게 입에서 나온 '말' 들은 비밀이 아닌 것이 되어버리고 한 며칠만 지나도 주변 지인들은 다 그 이야기를 알게 됩니다.


과연 옛날이라고 달랐을까요? 필자의 생각이지만, 분명 조선시대 또는 그 훨씬 전부터 우리 조상님들도 주막이나 처마밑에서 탁주 한잔 하시며 당대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을 겁니다. 이렇듯 '입'은 인류 가 언어로 소통하기 시작한 이래 최고의 매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일단 말을 하는 순간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의 말을 기억할 테니까요.


그리고 문자가 발달하고(벽화까지 가지는 않겠습니다... 이 글이 역사를 다루는 글은 아니니까요.) 우리는 '활자'라는 엄청난 것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죠.


이제 우리는 본격적으로 가상세계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됩니다. 바로 '소설'을 통해서요.

잠깐 들어가는 글을 쓰자면. 인류 역사에서 검증 가능한 가장 오래된 인쇄본은 751년 경 신라에서 제작한 목판인쇄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라는 걸 다들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불교경전을 목판으로 만들어 찍을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 나무판을 깎아 활자를 만들어 낸다는 생각을 어떻게 했을지... 당시로는 정말 엄청난 도전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검증 가능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가 나왔고요. 이때를 기점으로 책을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는 기술이 나오기 시작했겠지요.


여하튼 우리가 다룰 '소설'은 더 전에 나오긴 했습니다. 단지 '출판'이 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은 '금오신화'라는 한문 소설입니다. 5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소설책인데요. 현실과 판타지적인 요소가 잘 섞인 내용입니다. 저승, 용궁, 신선 같은 요소들이 있죠. 그야말로 정말 우리가 알고 있는 '소설'입니다.


자, 아마 글을 여기쯤 읽으신 분들이라면 이 글이 메타버스를 다루는 글이라는 걸 잊으셨을 수도 있습니다. 이제 다시 소설과 메타버스가 어떤 상관이 있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소설은 반드시 작가에 의한 '세계관'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자면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은 대략 동해 번쩍 서해 번쩍하면서 탐관오리들을 농락하고 수령들의 재물을 탈취해 민중에게 나눠주는 가상의 세계관을 갖고 있습니다.


세계관으로 보았을 때, 당시 부정부패가 엄청났고 민중들은 거기에 엄청난 불만을 갖고 있었을 것이라는 걸 추측해 볼 수 있겠지요. 따라서 그런 탐관오리들을 요즘말로 '참 교육' 하는 내용의 책은 대중들에게 엄청나게 매력적인 소재였을 것입니다. 작가는 그 점을 캐치하고 인기 있을만한 그럴듯한 세계관을 설정했을 것이고 그 덕에 홍길동전은 지금까지도 나름 꾸준히 읽히는 소설이 된 것 일 겁니다.


필자가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세계관' 입니다.


지금 가장 큰 메타버스 플랫폼 또는 가상세계에서 사는 게임으로는 'VR Chat'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해당 플랫폼에서는 맵(가상환경) 제작자들이 어떤 특정 테마를 갖고 맵을 제작하고 사용자들이 그것을 사용하게 되는데요. 만들어진 환경들을 보면 크게는 각 국가의 랜드마크부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작은 역전, 아늑한 집, 침실, 저택, 우주선, 다른 행성 등등 엄청나게 다양합니다. 그리고 인기 있는 환경들은 테마에 따라 정교하게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즉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세계관을 가지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콘텐츠(가상환경) 이 사람들에게 흥미를 준다는 것이죠. 너무 당연한 말인가요? 여러분이 당연하게 느끼는 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소설이나 책이나 각종 콘텐츠를 보며 "어떤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인기 있을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감각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결론적으로 보았을 때, '홍길동전'처럼 사람들의 흥미를 끌만한 세계관(가상세계)이 중요하고, 그것은 지금의 메타버스 콘텐츠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메타버스뿐만일까요? 특히나 세계관의 중요성은 게임에서 훨씬 중요하게 고려되는 부분이죠.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하고, 그 안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게임이 인기게임이 되니까요. 물론 만듦새도 중요하지만 그건 뒤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여하튼 정리하자면, 소설도 가상의 세계관을 가지고 펼쳐지는 '가상세계'라는 점에서 메타버스의 중요한 요소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 '음성' 보다는 생동감이나 재미는 없을 수 있겠지만요.


이번 글은 여기까지 다루고 다음 글에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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