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마음

by 젼정

다른 게 아무리 정상이어도 마음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고,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싶다가 너무 구려서 봐줄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당신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그런 마음은 오로지 나로부터 비롯된다. 주변을 돌아보면 나 빼고 다 열심히 사는 것 같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나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닐까 의심스럽기도 하다. 나만 효율적이지 않은 일에 매달리고 있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 비효율적인 일들 때문에 심심하지 않다는 사실 정도라고 할까.


어떤 날은 전업주부로 사는 내 삶에 만족하다가 다음 날이 되면 뭐라도 하지 않는 내가 한심해 못 봐주겠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아픈 어깨를 붙잡고 새벽마다 청소일을 하러 나가는 고모의 모습이 자꾸 내 마음을 흔든다. 일흔이 얼마 남지 않은 엄마가 앞으로 일을 더 늘려서 하겠다는 말이 내 마음에 걸린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 싶다가 살아있다면 그렇게 사는 게 맞지 않나, 이제 마흔인 나는 무엇이 두려워 시작조차 하지 못하나. 흔들린 마음은 멀미에 시달린다. 마음에 걸린 말은 억지로 먹은 음식처럼 속을 불편하게 만든다. 타인의 부지런함은 내 삶을 이상하게 만든다. 아니, 타인의 부지런함을 볼 때마다 나는 자꾸 고개가 숙여진다. 마음에 얼굴이 있다면 나는 그 순간에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그 이상한 죄책감이 묘하게 마음을 스치고 지날 때 내 표정은 어떨까. 나는 늘 왜 그런 게 궁금한지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쌓여가는 책들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한다.


책을 사지만 말고, 쓰는 사람이 되는 건 어때?


내가 그럴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해 나는 너무 오래 생각하고 있다. 지겨울 정도로 묻기만 하고 있다. 내가 한 질문에 시원스럽게 대답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시간을 마냥 흘려보내고 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글을 더 잘 쓰기 위해 쓰지 않고 있다고 변명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내가 생각한 것을 누군가가 먼저 쓸까 봐 조바심을 내고 있다. 이 얼마나 이상한 마음인가. 내 마음은 엉킨 실뭉치처럼 끝을 찾기가 어려운 상태로 바닥에 방치돼 있다. 끝을 찾아야만 한다. 아니라면 가위를 들고 어디라도 잘라내야 한다. 마음이 급해진다. 이대로는 있다가는 타인의 성실함과 부지런함에 주눅이 들어 영영 쓰지 못할지도 모른다.


시간이 없다. 쓸 수 있는 걸 쓰자.


시간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마음이 이상했을 뿐이었다. 마음은 모순적이다. 그냥 '좋다'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좋긴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라고 말할 수도 있고, '싫다'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싫긴 하지만 어딘가 귀엽기도 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좋은데 불편하고, 싫은데 귀엽다는 마음, 사실 누구에게나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그런 묘한 마음의 형태를 쓰고자 한다. 무슨 말인지 모호하긴 해도, 알 것 같기도 하지 않은가? 그래, 바로 그런 마음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