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할 것 같은 마음

by 젼정

온 마음을 다해 그곳으로 달려가기엔 스쳐 지나는 풍경이 너무 소중해서 나는 계속 가던 발걸음을 멈춘다. 아무리 빠른 속도로 간다 해도 나는 그곳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다. 다른 사람들처럼 야무지게 해내지 못할 것만 같다. 무엇을 해내고 싶은지 말할 용기조차 내겐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내가 원하는 어딘가로 갈 수 없을 것만 같다.


왜 내게 포기된 것이 없겠는가. 선택함으로써 많은 것들은 저절로 포기된다. 포기하기로 마음을 먹어서 포기된 것이 아니다. '선택'이라는 버튼을 누르면 가질 수 없는 존재들. 우리는 그것을 상실이라 부르기도 한다. 가진 것이 가질 수 없는 것들을 대신할 수 없다. 가질 수 없는 것들을 가지기 위해 가진 것을 버릴 수도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의 선택에 의해 기쁘고, 그로 인해 느끼는 상실감으로 인해 괴롭다. 그런 마음을 대체 무엇으로 설명하겠는가.


늦으면 어때.

성공하지 않으면 어때.

무엇이 되지 않으면 어때.


나는 어쩔 도리 없이 침전하는 기분의 어깨를 다독인다. 못할 것 같은 마음을 마주한다. 웅크리고 앉은 가슴과 다리 사이에 모인 절망과 상실이 와르르 무너진다. 그러나 혼자 내버려 두지 않기로 한다, 그 마음을.


작고 가느다란 실을 붙잡고 나는 위태로운 마음으로 길을 찾는다.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목적지를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모든 것을 다 두고 갈 수 없어 무거워진 마음은 쉴 새 없이 내 발목을 붙잡는다. 내가 보는 세계가 여기 있는데 다른 세계에서 그것을 이루고자 할 수 없다. 이 세계를 지켜내야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나는 또 속도를 늦춘다.

움츠러든 어깨를 구겨진 옷을 다림질하듯 편다. 멈춘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세상을 본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분명 어제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나무들처럼, 오늘은 어제와 분명 다르다. 마음도 그럴 것이다. 그 차이를 정확하게 측량할 수 없다 해도 나는 그렇다고 믿고 싶다. 나의 글이 어제보다 나아져 있을 것이라고. 오늘의 못난 마음이 내일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