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다 지나가.
애써 붙잡으려 해도 어디론가 가 버려.
너는 앞으로 키가 더 클 거고,
어떤 날엔 많이 울게 되겠지만,
결코 절망 속에만 있지 않아.
너는 동네 화단에 있는 흙을 바닥에 펼쳐 놓고
손으로 만지며 그 순간을 기억할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겠지만
그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겨진 순간이 너에게 자주 찾아오게 돼.
언젠가의 너가 여전히 아무것도 되지 못했고, 무엇이 되고 싶은지 알 수 없다 해도, 다행히 너는 그다지 불행하지 않아.
너는 남의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며 입을 꾹 다물고도 그 순간을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는 애거든. 너는 그런 그냥 그런 사람이야. 그러니 그냥 살아가면 돼.
그 시절로 돌아가 나를 만날 수 있다면 이런 말들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 ‘여름의 책’을 읽다가 문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