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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젼정 Jul 09. 2024

청춘은 어떤 것이었을까


뚜껑 닫힌 냄비 속에 끓어오르는 무엇처럼 항상 넘쳤던 감정들이 그 시절에 분명 존재했었다. 포기해야 할 것을 알면서도 나아갈 수밖에 없었던 마음도 있었고, 이만하면 됐지 하면서도 스스로를 더 괴롭혔던 순간도 있었고, 무엇을 왜 해야 되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할 수만 있다면 하고 바보처럼 바라기만 하며 시간을 보낸 날들도 있었다. 너무 뜨겁고, 너무 차가워 웃다가 이내 슬퍼지기도 순식간이었던 그런 나날들 속에 나의 청춘은 놓여 있었다. 멈출 수 없을 것만 같던 마음도 조금씩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고, 언제나 거기 있을 것 같던 기분도 차차 다양하게 길을 찾아 떠났다. 청춘, 그 시절에 머무를 땐 청춘을 몰랐다. 이미 지나왔다고 여기기엔 아직도 내 마음은 이따금 끓어 넘친다.


가끔은 적당하지 못했던 그 시절의 감정이 그리울 때가 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너무 좋아해 그것만 생각했던, 그럴 수 있었던 시절. 무엇을 하고 싶어, 너무 하고 싶어져, 그것만을 고민했던, 그럴 수 있었던 시절.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 많이 달랐을까. 자연스럽게 누군가와 멀어지듯 그때의 나와도 이렇듯 낯설게 멀어진 걸까. 나의 청춘을 생각한다.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어떤 열기와 과잉된 감정들을 떠올린다. 친구와 의미 없는 농담을 나누며 마구 웃어대고 집에 돌아와 잠들기 전엔 펑펑 울다 잠들었던 청춘의 순간들. 이토록 사적일 수 있나 싶게 나만을 생각하며 지내던 날들.


나의 청춘은 어떤 것이었을까. 일요일 오후 거실에 누워 혼자 영화를 보다가 분홍색 체크무늬 커튼을 기억해 낸다. 무표정이 미소로 바뀌는 순간, 미소로 환하게 밝혀지는 그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그 기억을 머릿속에서 쓰기 시작한다. 아, 쓰고 싶어라. 그 순간 내 얼굴은 그렇게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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