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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젼정 Jun 18. 2024

마음의 이면


한낮의 그림자를 보면서 마음의 이면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그림자는 마음과 닮았다. 분명 보이지만 만져지지 않는 이면,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어김없이 이승우 작가의 소설 ‘생의 이면’이 떠오른다. 나는 그 소설 자체도 좋아하지만 그 소설의 제목을 너무나 좋아한다. 생의 이면, 속으로 읽고 나면 마음속 어딘가 나만 아는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만 같다. 우리는 누군가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할 때 겉면만 보고 판단한다. 야속하게도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자기 자신의 생애조차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나’라는 사람이 타인의 생애를 얼마나 알 수 있을까. 각자에게는 말할 수 없는 인생의 면면이 존재하고, 그것은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된다. 나는 마음을 그림자에 빗대어 생각하곤 한다. 밝음이 주는 어둠, 어둠이 주는 밝음. 어정쩡한 위치에 서기도 하는 어떤 마음. 자세히 보면 흔들리지만 애써 꼿꼿하게 서있으려는 그런 마음.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순간이 존재한다. 그런 순간의 표현들을 사랑한다. 여름의 한낮 이글거리는 땅바닥에서 가볍게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친구와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다정한 말들이, 소설 속의 어떤 문장이, 길을 걷는 순간 살갗을 스치고 지나는 바람이, 내겐 그렇다. 마음의 이면을 생각한다. 나만 볼 수 있는 그런 면을 생각한다. 아무리 보여주려 애써도 타인에게 보이지 않을 사적인 순간의 흔들림, 그런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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