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화가가 아닌 동네 한쪽에 자리 잡은 휴남동 서점, 그곳에서 여러 사람들이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선택해 가는 잔잔한 이야기.
서점 주인 영주는 늘 서점 오픈시간 전 출근해 책을 읽는다. 한 때는 이 세상의 성공 가도에 맞춰 달리다가 번아웃이 온 후, 작은 동네 서점을 오픈해 본인만의 철학을 담아 운영한다. 처음에는 조용히 서점을 운영하다가, 재정적인 필요에 의해, 그리고 본인의 관심과 흥미에 의해 점차 이벤트를 늘려 나가면서 서점은 활기를 띤다.
서점 바리스타인 민준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열심히 달려왔지만, 채용에 좌절을 겪고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다 휴남동 서점에서 일하게 되었다. 민준은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지 계속 고민하고 갈등하다 마침내 본인만의 결론을 내린다.
고등학생 아들을 둔 민철 엄마 희주는 휴남동 서점의 1호 단골로, 속 썩이는 아들 민철을 일주일에 한 번 서점에 보낸다. 희주 역시 계속 서점의 단골로서 엄마들의 독서클럽의 클럽장으로 활동하게 된다.
사는 것이 재미없는 고등학생 민철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무료하게 지내던 민철은 엄마와의 협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 서점에 와서 영주가 추천하는 책을 읽기로 했다. 영주의 배려로 책을 보지 않더라도 서점에 와서 다른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며 본인의 진로를 고민하고 결정한다.
명상하는 장소로 조용한 휴남동 서점을 선택한 정서는 어느 순간부터 수세미를 뜨기 시작한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잘해도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아 사회에 대한 분노가 많던 정서는 명상으로 화를 다스리는 중이다.
서점에 원두를 공급해 주는 로스팅 업체 사장 지미는 유쾌하지만 남편과의 생활이 삐그덕거려 늘 불만이 많다. 민준과의 대화를 통해 본인 스스로와 결혼 생활을 다시 돌아본다.
일반 회사원이자 블로거이자 작가인 승우는 무뚝뚝한 사람이다. 승우가 책을 내자 마자 승우의 팬인 영주의 제안으로 휴남동 서점에 첫 번째로 북토크를 진행하게 되며, 나중에는 서점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게 된다.
스토리는 큰 기승전결이 없이 흘러가지만 지루하지 않고 편하게 술술 읽힌다. 책을 읽는 내내 마치 내가 휴남동 서점에 앉아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등장인물들이 대화할 때 마치 내가 옆에서 듣고 있는 것 같았고, 민준이 핸드드립을 연습할 때 커피 향이 나는 것 같았다. 이렇게 편안한 서점이 우리 동네에 있다면 나도 매주 찾아가고 북토크에 참석하고 싶다. 휴남동 서점이 영주에게 편하고 좋은 공간이라면,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나에게 편하고 좋은 공간을 제공해 준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스토리가 흥미진진하고 자극적인 웹소설을 많이 봤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정신이 조금 지쳐있어서인지 몰라도 요즘 부쩍 잔잔한 이야기 책을 찾게 된다. 핸드폰으로 보는 것 보다도 종이책을 보는 것이 훨씬 알차게 느껴진다. 책을 보는 내 모습에 멋있어 보여서일 수도 있다.
서점이나 북카페 관련 소설을 읽다 보면 힐링 이외에 또 다른 장점이 있다. 바로 다른 책을 자연스럽게 추천해 준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책과 관련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유명하거나 작가가 인상 깊게 본 책에 대한 내용이 나오게 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빛의 호위>와 <일하지 않을 권리>라는 두 권의 책을 추천받았다. 조만간 읽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