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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품고 산다는 것은'

연재를 마치며

by 민선미

안녕하세요.

<기다림은 희망을 낳고>라는 책의 저자 민선미입니다. 첫 책이 자식만큼 소중하기에 열심히 홍보하고 끊임없이 알려야 하거늘

그리하지 못한 점도 후회로 남고 그럼에도 희망의 끄나풀을 붙들고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 분들 따라 하다 이런저런 고민에 휩싸이면서 '아, 이 방법도 아니었구나'라는 것을 깨닫고 나만의 스타일을 추구하기로 했어요.


독자들에게 읽히는 글을 써야 하는데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을 떨치지 못해 자꾸만 못난 자책의 글을 쓰게 되었더라고요.


그동안 연재를 하지 못하면서도 새로운 글은 쓰고 싶은 마음에 계속 쓰게 되었지만 무언가를 완결 짓지 못해 미숙하게 정리해 봅니다.




부족한 점이 많았던 연재를 아쉽게 마무리하게 되어 무거운 심정으로 솔직히 고백해 본다.

초심처럼 매주에 하나씩 발행하려고 했는데 쉽지만은 않았다. 책 출간과 함께 홍보하려는 욕심이었지만 보기 좋게 마무리 짓지 못해 더 못나 보이고 몇 개월째 묵묵히 버텨왔던 건 꼭 완결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어 브런치에도 글을 쓰는 즐거움이 하루하루를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눈을 뜨고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고 멋진 풍경이나 맛난 음식 사진을 보면 내 머릿속에서 글감들이 춤추듯이 뛰어다녔다. 더불어 책 출간을 준비하면서 여러모로 쓰고 또 쓰고 고쳐 쓰면서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그렇게 탄생한 나의 첫 단행본 <기다림은 희망을 낳고>라는 책은 성공리에 인정받아서 여전히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절대로 나의 아픔을 자랑하는 것이 아닌 나와 같은 고통을 겪는 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 부끄러움도 모르고 한 줄 한 줄 정신없이 써 내려갔다. 어찌나 가슴에 담아두고 내 경험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힘든 줄도 모르고 쓰는 일에만 매달렸었다. 글을 쓰면서 울음이 멈추지 않아 한 줄만 쓰다 멈출 때도 있었고 사진첩을 찾아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는 여행도 즐겼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태교일기와 임산부 수첩을 보면서 그 순간의 감정에 묻혀 다시 감사함을 느꼈다. 지금 한창 사춘기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대하 너그러워졌다. 아주 짧았지만 약효가 오래가고 자꾸 돌직구로 쏟아져 나오는 말을 멈추게 해서 좋았다.


글을 쓰면 쓸수록 내 상흔은 스스로 치유되고, 더 깊은 곳에 움푹 파였던 마음의 상처들이 어루만져지고 쓰다듬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괜찮아, 그래도 지금은 그 일로 더 단단해지고 모든 일이 귀중하고 감사함을 느끼잖아."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내 책의 주제가 예민한 부분일 수도 있는 시가, 친가, 친구 등등 관계에서의 갈등들이 낱낱이 쓰여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그래도 인생을 올바르게 살았는지 내 걱정을 해주면서 더 고통받을까 조심스레 조언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내가 온몸을 받았던 고통은 희한하게도 겉으로 꺼내고 살포시 드러낼수록 뼈를 깎는 고통은 믿기지 않을 만큼 옅어졌다. 단지 그걸 계속 꺼내야 할 '용기'만이 필요했다. 두려워서 감히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할 일들을 내 글을 읽으면서 자신의 과거를 소환하며 나보다 더하면 더한 고통을 받았다는 독자의 후기를 읽으면서 쪼그라들었던 내 마음에 다시 산소호흡기를 달아주었다. 작가로서는 이보다 더 감사한 일이 있을까 싶었다.


사실 원고를 쓰는 몇 달간은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주변 가족들에게 본의 아니게 민폐를 많이 끼쳤다. 자기 계발을 하면서 멀티가 가능한 줄 알고 큰소리만 떵떵거리며 우쭐댔지만 속내는 구멍이 숭숭 뚫린 연근처럼 가정 내 서운함과 갈등이 고조되어 멈춰야만 했다.


한 동안 마음을 내려놓기 위해 애쓰고 애썼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마음과 다르게 내려놓아야 하는 심정이다.

'왜 나만?', '왜 하필이면 지금?', '또 실패야?" 끊임없는 질문들이 쏟아졌지만 내게는 책 출간과 함께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기에 번아웃처럼 비슷한 사건들이 줄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겉으로 보기엔 성공한 것처럼 보였지만 드러나지 않고 드러낼 수 없는 사적인 일들로 인해 조용히 묵묵히 연재를 멈추고 있었다. '이게 맞을까?'라는 물음이 계속 따라왔기에.


변화는 성장을 의미하지만 그만큼 고통도 따른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며 이어서 연재하려는 것은 <기다림은 희망을 낳고>라는 책으로 대변하고 새로운 연재를 시작하려고 다짐했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처럼 "희망을 품고 산다는 것"이라는 브런치북을 마치고 새로운 주제로 단단한 글쓰기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실망시켜 드렸다면 이 시간을 빌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신 작가님들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반성과 후회가 담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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