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와 줘서 고마워
처음 언어 치료를 받기 시작했을 때, 우리 아이에겐 고쳐야 할 습관이 하나 있었다. 말이 나와야 하는 상황에 숨을 내뱉지 않고 들이마시는 소리를 내는 것이다. 특히 음식 장난감을 가지고 먹는 흉내를 내면서 "쓰읍-" 하면서 숨을 들이마셨다. 숨을 내뱉어야 소리가 나오는데 자꾸 들이마시기만 하니까 더욱더 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러한 버릇을 없애기 위해 리코더와 하모니카를 구입했다. 여러 개 구입해서 눈에 보이는 곳곳에 두었다. 동생이랑 사이좋게 하나씩 나눠 가지고는 자주 불었다. 덕분에 입 근육 강화 운동이 되었고, 악기에서 소리가 나니 즐거워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 ‘이런 버릇이 있었지’ 하면서 말할 수 있는 과거가 되어버린 추억이다. 지금은 완전히 사라진 버릇 중 하나이다.
나도 집에서 아이에게 단어 말하기 연습을 많이 하게 했지만, 아이에게서 보인 모습은 이랬다. 단어를 따라 말할 때, 앞에 한 글자만 말했다. 예를 들어 코끼리는 ‘코’라고 말이다. 꽤 오래 동안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아이가 다음 글자를 말할 때까지 반복해서 단어를 들려줬다. 몇 달이 지나자 한 글자가 두 글자가 되었고, 이제 모르는 단어 따라 말하기를 시켜도 한 글자만 말하는 경우는 없다. 발음이 어려워도 단어를 끝까지 다 따라 말하려고 노력한다. 한 글자만 말하는 모습은 꽤나 오래 유지되었기 때문에 엄마가 보다 더 인내심을 가지고 연습해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다음으로, 아이와 놀이 방법을 바꾸면서 아이와 상호작용이 좋아졌다. 애착도 많이 형성되어 나만 보면 장난감을 가져와서 놀자고 한다. 중간에 치료 기관 선생님이 바뀌기도 했지만, 다행히 아이가 잘 적응해서 수업을 거부 없이 들었다. 적응력이 좋아진 것 또한 엄청난 변화였다!
우리 아이는 기다리지 못하고 성급하며, 규칙과 순서 지키기를 어려워했다. 놀이가 단조롭고 같은 놀이 방법이 반복되며, 상황 전환을 어려워하고 현재 하고 있는 놀이를 멈추기 어려워한다. 그래서 아이가 기다림을 배울 수 있게 아이에게 기다리도록 지시를 내리고 잘하면 칭찬을 많이 해줬다. 내가 의도치 않게 아이에게 기다리라고 말을 많이 하게 된 것이 첫째 아이가 우유를 달라고 하면 보통 나는 둘째 아이를 돌보고 있거나 다른 집안일을 하고 있어서 바로 못 준 적이 많았다. 나는 그런 상황이면
“엄마 지금 이거 하고 있으니까, 기다려줘!”
라고 말하고, 아이는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또다시 나에게 우유를 달라고 한다. 그럼 그땐, 우유를 주면서
“엄마 기다려줘서 고마워!”
라고 말하며 칭찬해주고, 우유를 주었다. 내가 일부러 기다리기를 연습하게 한 건 아니고 상황이 그러했는데, 성급한 아이에게는 기다림이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난 아이에게 바로 뭔가를 해주지 못한 내 자신에게 화가 나고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는데 한편으로는 기다림을 가르쳐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지금은 아이가 잘 기다려준다. 예전에 보였던 성급했던 모습이 많이 나아졌다.
내가 아이에게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바로 사회성이다. 말이 늦어서 친구와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 과연 우리 아이와 놀아줄까? 친구는 있을까? 항상 내가 첫째 아이에게 드는 걱정인데, 또래 친구와 함께 수업을 들으니 사회성도 좋아지고 친구의 존재를 알아가는 것 같다. 또한 서로 규칙을 지키면서 하는 놀이를 해서인지 차례에 맞게 하고, 설명을 들으면 규칙을 예전보다는 많이 이해하는 것 같다. 같이 수업 드는 친구는 말을 더 잘해서 언어 자극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아이에게 좋아한다는 표현을 많이 해줘서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