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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친니 Apr 22. 2021

5살이 된 아들

2020년, 아이는 얼마나 컸을까?

단어 실력이 좋아지면서 언어 수업에서 문장 만드는 연습을 하고 있다. 처음에 배운 문장은 ‘하고 싶어.’였고,  문장을 배우고 나서 스스로 다른 동사에 접목해서 활용도 해보았다.


먹고 싶어! 놀고 싶어!”


하고 싶어문장을 배웠던 초반에는 동생한테 가서


하고 싶어.”


라고 말하면서 손을 잡았다. 그럴 땐

같이 놀자라고 말하는 거라고 알려주니, 다음부터는 


같이 놀자!”


말하면서 동생을 데려간다. 예전에는 혼자서 집중해서 노는 모습을 많이 보였는데, 지금은 어울려 놀고 싶어 한다. 이제는 놀이방 있는 식당에 아이들과 가면  먹기가 수월하다. 첫째가 둘째를 손잡고 데려가서 둘이 놀다가  먹으러 돌아오고, 다시 동생을 데리고 가서 같이 논다. 동생을 가장  챙기는 때가 이때이다.



 자연스러운 문장 만들기는 어렵지만, 단어를 조합해서 짧은 대화를 많이 한다. 아이가 단어로만 말을 하면, 그 단어들을 연결해서 문장으로 만들어주고, 한 번 더 문장을 정리해서 아이가 말하고자 하는 게 맞는지를 확인한다. 그러면 아이가 내가 말한 문장을 따라서 말해본다. 예전에는 내가 따라 말하기를 시키면 하지 말라고 소리 지르거나 무시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나랑 매일 곤충 그림 벽보를 보며 단어 말하기 놀이를 하는데, 처음에는 5~60% 단어를 몰랐다면 지금은 80% 정도를 안다. 발음 어려운 단어 빼고는 그림을 보고 정확히 알아서 하루가 다르게 아이의 언어 습득력과 흡수력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가족들이 옆에서 많이  걸어주고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에서 언어 자극을 주는 것이 좋다는 것을 몸소 배워가고 있다.


 아이는 언어적인 발달뿐만 아니라, 성격도 많이 명랑해졌다. 그러면서 아이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다양하게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었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눈을 감아버렸다. 오랜만에 만나는 고모와 친할머니 앞에서 울고 옆에 가려고 하지 않아서 나를 민망하게 만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의 그런 모습을 떠올리며 서로 웃을  있는 추억이 되었고, 오히려 식당에 가거나 엘리베이터를 타면 모르는 사람에게도 먼저 인사를 한다.



 시댁에 가서 오랜만에 고모와 할머니를 만났던 날, 첫째 아이는 낯가림 없이 고모에게 다가가서 말을 붙였다. 시댁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아이가 잠이 들어 할머니와 고모와 인사를 하지 못한 ,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집으로 가는 도중, 차에서 잠이  아이는 계속 고모가 보고 싶다고 그랬다. 다음에  만나러  거라고 했는데,  후로 차에만 타면 고모를 보고 싶다고 무한 반복했다. 결국 우리는 일주일 만에 다시 시댁에 갔다. 아침에 첫째 아이가 가장 먼저 일어났고, 내가 가방을 주면서 고모네 가져갈 장난감을 챙기라고 했더니 기차를 여러  챙겼다. 고모네 놀러 가서 고모와 기차를 가지고 놀고, 스티커북을 같이 풀고, 할머니한테도 스스럼없이  다가갔다.


 내가 이번에 아이에게 놀란 점은 아이가 가방을 어깨에 매달라고 하더니, 고모네 가기 전까지 계속 가방을 착용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 아이는 어릴 적부터 모자나 가방 등을 비롯한 액세서리 착용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첫째 아이는 3 무렵부터 몸에 액세서리 착용을 일절 거부했다. 촉감에 예민했던  같다. 모자, 장갑, 가방뿐만 아니라 어린이집에서 놀이 활동할  입는 의상도 거부했다. 그래서 어린이집 사진 속에는 우리 아이만 일상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아이가 마스크를 쓰고, 가방을 메고, 사람을 좋아하는 표현을 하고 있다니

1 만에 모든  많이 바뀌었다.



 작년 봄에 우리 가족은 주말 농장을 분양받아서 감자와 고구마를 심었다. 감자를 심을 때에도 첫째가 장갑까지 착용해서 아빠를 도와 심었는데, 이번에 감자를 캐러 갔을 때에도 직접  손으로 감자를 캐고 주워 담았다. 더운 날인데도 땀을 뻘뻘 흘리며 아빠 옆에서 함께 감자를 캐던 아이의 해맑은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월요일에 유치원 가자 마자, 선생님들께 


감자, 캤어!”


라고 말하며 자랑을 하고 다녔다. 아이와 자연에서 즐거운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다.



 아직은 친구들에 비해 우리 아이의 언어 표현력이 한참 모자라지만, 우리의 노력으로 좋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까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아이를 기다려 주고, 아이의 속도에 맞춰 함께 걸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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