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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승민 Apr 03. 2022

독립하기 전 입원부터

한 때 홈쇼핑 주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냉장고 정리를 하던 중 떨어진 소스 통을 줍겠다고 등을 숙였는데 갑자기 심장이 덜컥 가라앉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이 가라앉지 않아 일을 할 수 없었다. 두근두근 심장 소리가 들렸고 어깨가 주저앉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지럽고 두통이 시작되었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자칫 잘못하면 쓰러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가끔씩 이런 증상이 나타났는데 최근 들어서 빈도가 점점 잦아졌다. 곧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하는데 계속 걸림돌을 안은 체 사회에 뛰어들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동네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을 찾아뵙었다. 

"어디가 아파요?"

"심장이 가끔씩 두근두근 거리고 어지러워서요. 심해지면 혈압 맥박이 170~190까지 치솟아요"

"심전도 검사를 해볼까요?"

"네"

"아마도 빈맥이 있는 것 같네요.. 응급으로 대학 병원에 예약해줄 테니까 진단을 받아보세요"


다음 날, 대학병원에 가서 다시 진단을 받았다. 병명은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 쉽게 말해 부정맥이다. "시술하면 90~95%는 완치돼요. 하루만 입원하면 되고요" 치료하고 싶은 마음에 재빨리 시술을 진행했다. 시술 당일 허벅지에 마취를 하고 정맥에 바나나 우유 빨대만 한 전극 줄을 꽂아 넣었다. 정확한 시술 방법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피가 새는 혈관을 지지는 것이었다. 


"음악 어떤 장르 좋아해요?" 의사 선생님이 불안감을 덜어주려고 하셨는지 가요를 틀어주셨다. 어차피 긴장도 안 했지만 6~7명이 있는 수술실에서 들려오는 K-pop이라니... 그렇게 1시간쯤 지났나? 

"아휴 고생했어요! 다 끝났습니다. 허벅지에서 줄 뺄게요." "금방 끝났구나. 별거 아니네"하는 순간 갑자기 옆에 계시던 간호사 분이 다급한 목소리로 한 마디 하셨다. 

"선생님! 환자 리덕션 왔어요!" 다시금 부정맥 증상이 나타난 거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네"하시는 선생님이 다시 시술을 진행하셨다. 이때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어렵지 않게 시술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시술을 마치고 선생님이 하신 말이 기억에 남는다. "다른 분보다 훨씬 예민하고 안 좋네요"


비유하자면 40대의 심장이라고 보면 될 거 같아요.

이보다 확 와닿는 말이 있을까? 28세 청년이 '선천적인 결함'으로 심장이 안 좋다니 기분이 좋진 않았다.      

사랑하는 연인과 만나 설렘으로 편안하며 솔직한 사이로 때로는 다툼으로 인해 더 끈끈해지는 다른 의미로 심장이 아프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하루 정도 입원한 뒤, 며칠 후 다시 검진을 받으러 갔다. 완치율 95%라는데 "다 나았겠지?"라는 생각으로 심전도 검사를 하고 의사 선생님을 만나 뵈었다.

"음.. 아직 부정맥이 있는 것 같네요. 일단 6개월 정도는 지켜봅시다." 

"하..." 


뭉뚝한 모래주머니를 찬 것 같았다. 언제 모를 그때 겪고 싶지 않은 증상이 또 나타날 수 있다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했다. 하지만 그것도 내 선택이었다. 후회 없는 선택.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앞으로 독립해서 살면?


이왕 이렇게 된 거 지금 벌어지는 일상에 집중하고 몰입한 체 지내보자. 자주 씁쓸한 커피를 마시면서 독서를 하고 의미 있는 보람을 얻기 위해 창업(가치관 소개팅)을 지속하자. 꾸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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