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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zart Mar 24. 2021

기후의 역습, 팬더믹

달라진 환경에서 생존을 위협받는 생명체는 살아남기 위해 변이를 한다

기후변화는 생태계를 변화시킨다. 


달라진 생태계에서 생존을 위협받는 생명체는 살아남기 위해 변이를 한다. 지금 세계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에 빠뜨리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비드-19)도 ‘지구온난화’라는 환경변화에 적응하려는 변이의 산물이다.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는 자칭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도 생태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종에 불과하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곳곳에서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은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기후변화 관점에서 주목할 시기는 14세기 초반부터 17세기 후반까지의 ‘소빙하기’이다. 


최근 1000년 지구 온도 변화


칭기즈칸이 몰고 온 흑사병


이슬람 성을 공격하는 징기즈 칸

소빙하기가 시작되기 전인 13세기 초 중앙아시아에서는 이상 건조 기후 현상이 일어나 목초지대가 급격히 감소한다. 풍요로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몽골 지도자 칭기즈 칸은 정복 전쟁을 시작한다. 금나라를 정복한 칭기즈 칸은 이슬람 제국을 멸망시키고 유럽까지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결국 아시아와 유럽을 뒤흔든 칭기즈 칸의 신화는 기후변화라는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칭기즈칸의 몽골 기마병들은 폭풍처럼 서역으로 정복 전쟁을 확장한다. 이슬람 제국도 칭기즈칸의 정복 욕구를 피할 수 없었다. 몽골군은 성문을 걸어 잠근 이슬람을 공략하기 위해 전염병으로 사망한 시체를 성안으로 던지는 전법을 구사했다. 이때 몽골이 사용한 전염병이 바로 흑사병이다.


 흑사병은 중앙아시아의 나무가 없고 풀이 많은 스텝 지대에서 발생했다. 그 흑사병이 칭기즈칸의 정복전쟁을 따라 중앙아시아를 거쳐 1346년 유럽에 창궐한다. 결국 기후변화에 생존을 위해 변이 한 전염병이 기후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복전쟁을 펼친 인간 숙주를 따라 전 세계에 퍼진 것이다.





종교개혁을 촉발한 흑사병
마틴루터의 종교개혁 (1517)

흑사병은 처음 유럽에 등장한 14세기부터 주기적으로 기승을 부렸다. 흑사병 앞에 성직자도, 왕족도, 귀족도 속수무책이었다. 자신들처럼 흑사병으로 죽어나가는 성직자들을 지켜본 평민들은 평등의 사상을 깨우치기 시작한다. 그 위험한 평등사상은 결국 1517년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현실화된다.


루터가 종교개혁의 도화선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신실한 가톨릭 수도사였고, 신구교 간의 물리적 충돌을 막으려 노력했다. 종교개혁을 종교전쟁으로 확대시키는데 핵심 역할을 한 것은 흑사병과 기근으로 고통받던 분노한 농민들이었다. 신구교 간에 벌어진 30년 전쟁에서 패배한 신성로마제국이 붕괴하고, 베스트팔렌에서 ‘국가’라는 개념이 탄생한다. 


이 거대한 역사적 격변의 시발점은 기후변화로 발생한 흑사병이었던 것이다. 



아시아를 뒤흔든 대기근


13세기에 시작된 소빙하기는 17세기까지 지속된다. 


1627년 중국에서 이상 기온에 의한 대기근이 발생하고 역병이 창궐한다. 쇠락하던 명나라 조정은 백성을 돌볼 능력도, 의지도 상실했다. 탐관오리들이 백성들을 괴롭히자 반발한 농민들이 곳곳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반란 세력 중 우뚝 선 인물이 이자성이다. 1644년 이자성의 반란군이 만리장성을 넘어 베이징을 점령하자 명나라 마지막 황제 숭정제는 33세의 젊은 나이에 목을 매어 자살한다. 


조선도 명나라를 무너뜨린 소빙하기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현종 11년(1670년) 이상 기온이 발생하면서 경신 대기근이 일어난다. 현종실록에 지진, 역병, 냉해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당시 조선 인구 1200만 중 90만~15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수치는 70년 전에 일어났던 임진왜란 사망자의 4배가 넘는다.

숙종21년(1670년) 발생한 경신대기근 

경신 대기근이 일어난 지 25년 후인 1695년(숙종 21년) 을병대기근이 또다시 조선을 덮친다. 대기근에 고통받던 평민과 천민들은 앞다투어 양반으로 신분을 바꾼다. 그들이 양반으로 신분 세탁한 이유는 입신양명을 위해서가 아니라, 양반은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이었다. 조선을 지탱하던 신분체제가 무너지면서 세수가 급격히 줄어든 조선 왕조는 이때부터 쇠락의 길을 걷는다.


팬더믹이 뒤흔든 세계 정치


인류 역사는 기후변화와 팬데믹이 권력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 19도 예외가 아니다. 각국 수뇌부는 코로나 19의 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을 지키는 한편, 이번 사태가 정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코로나 19 사태의 진원지인 중국은 3월 개최 예정이던 양회 일정을 4월로 연기했다. 1978년 양회가 정례화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국은 코로나 19를 ‘보이지 않는 적’으로 지칭하며 전시동원 체제를 가동했다. 영국 총리인 보리스 존스 총리는 코로나 19에 감염된 최초 국가수반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보수적 의료 시스템을 유지해 왔던 유럽의 정치적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코로나 사태가 유럽 정치 지도를 바꾸게 될 것은 불문가지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코로나 환자가 탑승한 유람선의 본토 상륙을 거부하는 강수를 두면서까지 올림픽 개최에 집착했지만, 결국 1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도 여전히 개최 여부는 불투명하다). 


대한민국도 예외일 수 없다. 우리도 코로나에 의한 정치적 불확실성, 양극화와 불신으로 가득찬 혼란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도 바이러스이다. 
다만 생태계에 처음 선보였을 뿐. 

팬데믹을 살아남은 인류는 면역성을 갖게 되고,
신종 코로나는 ‘신종’이라는 접두어를 떼고
‘코로나 19’라는 이름으로 생태계에 정착할 것이다.

그날이 오면 각 국가들은
코로나 19가 초래한 새 시대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치열한 레이스를 펼칠 것이다. 

나는 묻고 싶다.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승리할 준비를 하고 있는가.

- Boza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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