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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zart Mar 22. 2021

코로나, 그리고 쿼런틴의 추억

지난 600년 동안 인류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코로나 팬더믹의 시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비드-19)가 지구촌을 덮친지 1년이 지나고 있다. 그 긴 시간동안 인류는 새로운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이었다고 밖에 말할수 없다. 과연 인간들은 과거의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까. 돌아갈수 있겠지. 이번에는.‘하지만 또 다른 치명적 바이러스가 언제 지구촌을 덮친다면 인류는 지금과 같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다시 빠질 수밖에 없다는 무기력감이 퍼져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의학적 대처방법이 전무한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쿼란틴(자가 격리) 이외에 뾰족한 선택지가 없었다. 백신 접종이 진행중인 현재도 여전히 지구촌은 마스크 쓰기, 자가격리와 거리두기 등 인간들의 사회 활동을 제약하는 비의학적 처방을 고수하는 있다. 각국 정부는 여전히 격리와 거리두기가 바이러스 퇴치법인양 자국 국민들에게 선전하고 있다.  




자가격리를 의미하는 쿼란틴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중세 베니스 항구의 모습

 

1448년 유럽에 또다시 흑사병이 창궐했다.


베니스 정부는 흑사병 확산을 막기 위해 베니스 항구로 입항하는 무역선에 탑승한 선원들을 40일 동안 배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강제했다. 격리’를 뜻하는 영어 단어 쿼런틴(Quarantine)은 ‘40일’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콰란타 조르니(quaranta giorni)에서 유래한 것이다.  


자가 격리라는 전염병 퇴치법이 생긴 건 그보다 100년을 더 거슬러 올라간다.


14세기 중반 유럽에 처음 흑사병이 창궐해 유럽 인구 3분의 1이 사망한다. 흑사병이 한창이던 당시 크로아티아 남부의 두브로브니크라는 도시에 30일간 자가 격리를 실시한 기록이 남아있다. 결국 자가 격리는 유럽에 처음 흑사병이 창궐한 시점부터 사용된 가장 오래된 전염벙 퇴치법이며, 이 방법은  6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가장 유효하다.


혹자는  ‘자가 격리’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할 지도 모른다. 미안하지만 사회적 격리는 1918년 스페인 독감이 전 세계를 휩쓸던 당시에 사용한 전염병 퇴치법이다. 바이러스의 존재는 100년 전 인류는 독감의 원인이 바이러스라는 사실 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이 방법을 사용했던 것이다.


현재 인류가 바이러스와 전쟁에서 사용하는 주력 무기들은 600년 묵은 자가 격리와 100년 묵은 사회적 격리다. 도대체 인류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스페인독감이 유행하자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스크 착용 강제하는 법안 통과시켰다(1918)




코로나 백신의 등장


전세계 의료진들의 노력으로 작년 말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이번 신종 코로나 팬더믹으로 mRNA방식의 혁신적인 백신이 신속하게 상용화 되었다. mRNA는 유전자 설계도이다. 끊임없이 변이하는 바이러스들도 기본설계도를 공유한다. 모더나와 화이자의 신형 백신은 이 점에 착안하여 변이된 바이러스에도 면역력을 갖도록 한다..고 알려져 있다. 할렐루야.


현대 의학은 19세기 중반 '병’과 병을 일으키는 '원인 제거'를 중심으로 피르호 박사가 기틀을 세운 병리학을 기반으로 완성되었다. 당시 병을 일으키는 공공의 적은 현미경의 탄생으로 발견된 '세균'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균을 돈주고 사먹는 시대에 살고 있다.  현대 인류는 세균이 병의 원인이기 이전에 인간의 생존에 없어서는 안될 동반자라는 깨닫게 된 것이다.


세균이 그러하듯, 바이러스의 존재 목적 역시 인류의 말살이 아니다. 바이러스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숙주를 찾아 정착하려 할 뿐이다.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유행병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모든 바이러스를 말살한다면... mRNA 바이러스로 모든 변종 코로나를 말살시킨 후에 인간들은 행복해질까. 지금 우리는 지금 그 답을 알수없다.  

코비드-19용 모더나 mRNA 백신

팬더믹과 국가 의료 체계


코로나19 팬데믹이 심각하던 작년, 대한민국은 성공적으로 대처한 국가로 인정받고 있었다. 보다 정확히는 대한민국 언론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한국 이외 국가를 경험한 내 관점에서 한국의 방역 성공은 (그것이 사실이라면) 국가의 성숙한 대처 때문이라기보다는 코로나19 확진자 검사에 자신의 삶을 희생한 의료인 덕분이었다.


SNS에서 코로나 검진을 위해 불철주야 고생하는 의료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덕분에 챌린지’가 유행했다. 나도 그들의 취지에 공감했지만 솔직히 그들을 말리고 싶었다. 국민들의 응원을 바라보는 의료진들은 당혹스러울수밖에 없다. 의료인들은 자신들이 힘겨워한다는 사실이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청와대와 여당은 2022년부터 의대 정원을 대폭 증원하는 안을 검토한다고 폭탄을 투하했다. 한편에서는 정원 1000명의 공공 의대를 신설하는 안을 밀어붙였다. 그동안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했던 의료계가 힘들다고 불평할 수 없는 이유다.



팬더믹이 앞당긴 원격의료


의료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해주려는 움직임은 의사 증원에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의료계가 반대하던 원격진료가 비대면 진료라는 이름으로 현실화 되었다. 추진하는 측에서는 전화나 영상통화 등 다양한 IT 기술로 의사들이 효율적으로 진료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주장한다.


IT 기술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한다. 개인의 생체 정보에 이상이 감지되면 스마트워치가 자동으로 담당 주치의에 연락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준다. 팬데믹이 발생하면 특정 지역 사용자들이 전송하는 생체정보를 취합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다.


물론 원격진료가 봉쇄된 한국에서는 소설이었다.


SF 영화 같은 이 시나리오는 IT 세계에서는 미래가 아닌 과거 이야기이다. 2015년 등장한 애플워치는 애초부터 건강 산업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었다. 2018년 애플와치 모델부터 심전도 기능이 탑재되었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만큼은 이 기능이 불법이었다. 의료계가 반대하는 원격진료에 포함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생체신호 ECG 기능을 탑재한 애플와치


하지만 내막은 단순하지 않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원격진료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형 병원들은 원격진료가 활성화하면 대형병원에 환자를 빼앗기게 될 것이라며 도입을 반대한다. 하지만 대형병원들은 코로나 사태가 초래한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적합한 원격진료 도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원격진료와 함께 의료 혁명을 일으킬 분야가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을 진찰 도우미로 사용한다면 한 사람의 의사가 돌볼 수 있는 환자 수가 획기적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의사 정원을 늘리자는 정부 정책은 명분을 잃었을 것이다. 아쉬운 일이다.




의료 혁명은 시작되었다.


코로나 팬더믹은 200년 된 현대 의료 시스템에 파문을 던졌다. 흑사병이 등장한지 6백년이 지났지만, 인류는 전염병의 정복에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편으로 팬더믹은 그동안 막혀있던 신기술이 등장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코로나가 없었다면 바이러스 변이에 대응하는 mRNA 백신, IT기반의 원격진료와 인공지능 의료 서비스는 우리 곁에 쉽게 올 수 없었을테니까.


코로나가 창궐하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과거에 집착할지
새로운 흐름에 동참할지
 선택의 시간이 왔다.

세상이 바뀌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할 때다.

- Boza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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