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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준혁 May 11. 2022

어..

쓸 수 있어서 다행이다

'제목을 입력하세요'

신경도 안쓰던 부분이 너무나 크게 보인다

점점 커져서 시야를 가득 채우더니 순간 눈을 덮고 귀까지 막아버린다

겁이나 덜컥 '어..' 적어둔다


사실 좀 낯설다. 그렇게 설레었던 글쓰기 였지만, 한동안 안쓰다보니 그새 또 낯설어져 버렸다. 문득 글이 쓰고 싶어 창을 열었지만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도무지 생각이 안난다.

깜빡- 깜빡-

익숙한 작은 작대기를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좀 진정된다

어떤 글이든 일단 쓰고 싶어 지금은! 뭘 써볼까? 지금 내 기분은 어떻지? 요즘의 나는 어땠지? 주변 환경은 어떻지? 이걸 써야겠다


한창 글을 쓰는 동안 그렇게 좋았던 이유가 이거 였나보다. 어떤 글을 쓸까 생각하면서 그동안 놓치던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지금 이 '순간'도 그렇고, 지난 '시간'들도 그렇다. 글을 쓰는 순간은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모두 놓치던 순간들 이다. 여기저기 흘렸었던 순간들이 다시 나에게 모인다. 그 순간들이 모여 온전히 내게 집중하는 소중한 또 하나의 순간이 된다.

물론 좋은 순간들만 있는것은 아니다. 부끄러운 순간들, 후회되는 순간들, 서글픈 순간들 같은 영영 잊혀졌으면 좋았을 순간들 조차도 따라온다. 하지만 그런 순간들은 특히 더, 어디에 흘려놓든 결국은 나의 세상에 흘려놓은 것이라 돌고돌아 만나게 될 것 들이다. 차라리 모든 순간들을 품는것이 좋다.

확실한건, 그 모든 순간들이 와도 글을 쓰는 동안 그렇게 좋았다는거다.


그동안 쉬었던 글을 다시 써볼까 한다.

이렇게 좋은 글쓰기를 놓치 않아서 다행이다. 다시 쓰고 싶어져서 다행이다.

쓸 게 없어도, 쓸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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