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글에서는 방글라데시에서 교통사고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 대해 '도덕경', '무위자연' 같은 우스운 이유를 붙여가며 설명했었죠. 조금 더 생활하다 보니 제 눈에 교통사고가 없는 것 처럼 느껴진 이유를 금방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어지간한 상황들은 사고로 취급하지도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릭샤(인력 삼발 자전거)와 자동차 사이의 접촉 사고가 그렇습니다. 방글라데시는 사람만큼 자동차도 많지만, 자동차보다 훨씬 많은 게 릭샤와 오토바이입니다. 특히 릭샤는 이곳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이라 여러분의 상상 이상으로 많죠. 이렇게 많은 데다 도로 역시 좁다 보니 종종 자동차와 릭샤끼리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한국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면 운전자는 뒷목을 잡고 내리며 "아이고... 어떤 새X끼야!" 하고 목을 다친 사람에게선 나올 수 없는 우렁찬 사자후를 뱉었을 겁니다. 여기는 다릅니다. 1) 신경도 쓰지않고 그냥 운전하거나, 2) 창문을 내려서 욕을 한 바가지 박고 자기 갈 길을 가거나, 3) 아주 가끔 차에서 내린 뒤 릭샤 왈라(릭샤 기사)의 얼굴을 때리고 다시 차에 타는 운전자가 있을 뿐입니다. 그 이상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못 봤습니다.
어느 정도 눈치챈 분이 있겠지만, 여기는 차주-릭샤왈라 사이에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보험이 없습니다. 릭샤 왈라들의 봉급으로는 평생에 걸쳐 갚아도 자동차 수리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죠. 따라서 대다수의 차주들은 자동차의 앞뒤 범퍼에 철근범퍼를 달고 다닙니다. 과거 지프차 또는 쌍용 무소에서 봤던 그 범퍼를 말이죠. 사고가 발생해도 범퍼만 찌그러지니까 신경을 안 씁니다. 현지 상황에 맞춰서 자동차 튜닝 문화, 사고 대처 문화가 자리 잡은 사례라고 볼 수 있겠네요.
자동차 전면 범퍼
자동차 후면 범퍼
헤모글로빈을 좀 많이 쏟아내지 않는 한, 사고를 신고하지도, 사고가 접수되지도 않으니 그냥 교통사고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