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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복 Mar 19. 2021

짐승 같은 짓

천사 같은 유아를 학대한다는 것은


"잘 들어갔어요?"

"방금 도착해서 간단하게 샤워하고 침대에 누웠죠."

"네", "오늘 매우 즐거웠습니다."

"저도요"

"잘 자요. 좋은 꿈꾸시고."

"미투, 굿나잇"


시계추는 자정을 가리키고 있다.

헤어진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또 보고 싶은 마음과 함께 나른함이 몰려온다.


게임 개발자와 기자의 만남은 하루를 24시간 이상으로 쪼개야 가능할 정도다. 게임 개발자는 필이 오면 몇 날 며칠 밤과 낮 없이 몰두하고, 기자는 쪽잠을 자면서 진실을 찾아 보도 거리를 만들어 투쟁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우리 둘은 아쉬움의 반과 직업인으로서의 책임감 반을 합쳐 사랑을 만들어 냈다.


이렇게 리는 서로의 반쪽을 만나 행복에 취해 있었다. 우주 만상 속에서 제일 축복받은 우리 둘이 보는 세상은 무엇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다. 우리 둘만의 공간인 승용차로 그리고 대중교통인 버스로 기차로 배로 비행기를 이용해서 산과 들로, 강과 바다로 거침없는 행보에 늘 함께했다.


스치는 듯 잡아본 손에서 느껴지던 전율은 가슴속 깊은 곳에 숨겨 둔 채 엄마, 아빠, 일가 친척들, 아니 만물의 축복을 받으면서 우리 둘은 하나가 되었다. 보물이라도 찾으려는 듯, 아니면 대륙을 발견하려는 듯이 서로가 서로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전신을 탐험하면서 지칠 줄 모르게 발산되는 에너지에 사랑의 힘의 위대함을 느낀다.


가끔 의견 충돌로 투닥거리다가도 바라보는 그 사람의 눈 속에 나 하나만이 있음에 감사한다. 우리는 끝이 없는 우주여행을 떠난다. '이것이 사랑이구나'라는 달콤한 감정과 함께.


우리 둘의 사랑을 시기라도 하듯이 몸이 나른하고 권태롭다. 서로가 귀가하는 시간도 점차 늦어져 대화의 시간도 함께 떠나는 여행의 횟수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평소 입에 대지도 않던 제 계절도 아닌 과일이 먹고 싶어 두어 시간이나 늦게 귀가하며 들고 온 과일을 본 순간 메스꺼움이 올라와 반기지도 못하고 화장실을 찾는다.


우리 둘의 사랑이 식어가는 걸까? 슬픔이 역류하며 눈물이 흐른다. 그런데 힌 가운을 입은 의사 선생님의 미소가 가득한 얼굴에서 나오는 파장 음은 "축하합니다." 이어지는 파장음 "임신 3개월 입니다." 우리 둘의 귀를 의심하면서 "아들인가요? 딸인가요?" 성급하게 물었다. 옆에 있던 간호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가슴속 깊은 곳에 숨겨둔 전율이 배를 통해 느껴질 때 "이놈 왜 이렇게 암전해"라며 귀를 갖다 대어본다. 우리 둘은 이렇게 다시 시작했다. 몸이 부서지는 고통을 통해 우렁찬 멜로디와 함께 우리 둘만의 분신이 세상 구경을 시작했다. 우리 엄마, 아빠도 이런 느낌이였을까?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 우리 둘만의 분신을 대하는 성스러운 마음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힘주어 우리 손을 잡고 응얼거릴 때, 눈을 맞추며 미소 지을 때면 천사가 따로 없어 보이고 간장이 스르르 녹아내린다. 우리 둘은 우리의 천사를 통해 다시 우리들만의 여행을 떠난다. 맞벌이라서 낮에는 우리 둘의 천사를 다른 사람의 손에 맡겨야 하는 불안함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육아의 책임과 보고 싶음에 퇴근과 동시에 집으로 달려온다.


우리 둘의 천사가 자라면서 또 하나의 걱정거리가 엄습한다. 종종 언론을 통해 벌어지는 어린이 집에서의 아동학대, 어떻게 이 천사 같은 아이들을 학대할 수 있을까? 백번 양보해서도 이해나 용서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자신들이 한 행동에 대해서 잘못을 느끼지도 못하고 죄책감도 없이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아원이나 어린이 집에서 종사하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행동발달 과정에서 행해지는 아이 자신만의 행동을 이해하고 보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직업에 머물면 안된다. 직업을 다시 선택하라는 말이다. 그리고 유아원이나 어린이 집에서 선생님으로 활동하고자 준비하는 청년들은 '나에게 인내심과 참을성이 있는지?' '유아나 어린이들의 행동발달 과정을 이해하고 있는지?' 등을 스스로에게 묻고 자신이 없다면 다른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서로를 위하는 길이다.


이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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