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생들 중간고사 기간이 끝난 지 일주일 정도 지났다. 처음으로 중간고사를 보게 된 중2 아이들의 후기가 특히 다양했다. 지필 고사는 그동안 봐왔던 단원평가나 수행평가와는 차원이 다른 긴장감을 선사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시험 보는 거 너무 싫다고 우는 아이도 있었다.
사실 울었던 그 아이는 딸아이다.
"시험 보는 거 너무 싫어. 빨리 어른 되고 싶어..." 이러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아이를 달래며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어른이 되어도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단다.'
나도 학생 신분만 벗어나면 시험에서 자유로울 줄 알았다. 그러나 웬걸.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무수히 많은 평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학원강사를 지원하면 대부분의 학원에서는 20~30분 정도 길이의 시강을 준비해 오라고 한다. 원장을 비롯한 강사들 앞에서 시강을 한다는 것은 절에서 공연하는 댄스가수의 심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좋은지 싫은지 알 수 없는 냉정한 표정들과 마주하며 준비한 내용의 50%도 보여주지 못한 채 끝나버리는 시간. 처음에는 초보 강사의 부족함 탓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경력이 아무리 쌓여도 시강은 원래 그런 거다'라는 선배 강사의 말에 나는 절망했고, 시강 안 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었다.
'내 학원을 차리고 싶다. 내가 원장이 되면 평가받지 않아도 되겠지.'
참 철없는 생각이었다. 드라마 미생에서 그랬던가. 회사는 전쟁터지만, 나가면 지옥이라고. 그 말이 정답이다.
몇 년 전 남편과 나는 동네에 작은 학원을 호기롭게 차리면서 자영업자의 세계에 발을 담갔다. 자영업자에게는 온전한 선택권이 주어진다. 하지만 선택은 곧 평가였다. 선택에 대한 결과도 온전히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학원에 소속되어 있을 때는 시강에 대한 피드백과 업무 보조를 받을 수 있었고, 일한 만큼 수입은 보장되었다. 그러나 자영업자의 삶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것들이다. 우리에겐 매출이 곧 평가에 대한 결과이며, 결과에 대한 분석을 잘 못하면 더 나쁜 결과가 기다릴지도 모르고, 코로나19 같은 예상 못한 사건이 터지면 중간고사 전 날이라도 학원 문을 닫아야 했다.
평가는 입에 쓴 약이다. 그러나 쓰다고 다 약은 아니다. 적절한 피드백과 조언이 수반되어야 몸에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학원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지속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의 쓰디쓴 경험을 몸에 좋은 약으로 만들기 위해서.
평가의 쓴 맛을 처음 경험한 아이들과시험에 대한 분석을 하면서이번 경험이 아이들에게 좋은 약이 되기를, 이아이들과 함께 나도 성장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