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소설가 되는 법
얼마 전, 스타벅스 2층에 앉아있는데 옆 자리에 앳된 여성분이 노트북에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모바일 형태로 구획된 문서양식을 보자마자 웹소설 작가임을 알아봤다. 평범한 커피숍 옆자리에서 누군가가 소설을 쓸 만큼 웹소설 시장은 넓어졌달까?
나 역시 휴직기간 동안 안 해 본 일을 해보고 싶어 웹소설 작가에 도전해봤다. 그 도전의 기록과 결과를 한 번 정리해보고 싶기도 하고 웹소설 작가를 꿈꾸는 분들이라면 작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글을 써본다.
웹소설 작가는 크게 아마추어와 프로로 나뉜다. 계약 없이 유료 연재를 하는 사람도 일부 있지만, 프로 작가는 출판사나 웹 소설 플랫폼과 계약을 맺은 작가라고 봐야 한다. 이 경우, 출판사에서 담당자를 붙여 출판의 전 과정을 함께 한다. 그러니 처음 글을 쓰는 사람은 당연히 아마추어로 시작해야 한다.
아마추어 작가는 자신의 원고를 올릴 플랫폼을 찾아 회원가입을 하고 글을 연재하면 된다.
여성 독자 취향의 소설을 여성향, 남성 취향의 소설을 남성향이라고 하는 데, 플랫폼 역시 이를 기준으로 나뉜다. 그때그때 다르긴 하지만 통상 문피아를 남성향, 조아라를 여성향 정도로 구분한다. 유명한 카카오 페이지의 경우엔 정식 출판 작품만 취급하므로 아마추어는 진입이 불가능하다.
내 경우엔 남성향과 여성향 두 가지 소설을 모두 썼다. 시장 파악 측면도 있고, 내가 쓸 수 있는 장르를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남성향 소설은 문피아, 브릿G, 네이버 웹소설에 올렸고, 여성향은 조아라와 블라이스, 네이버 웹소설 이렇게 연재했다.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긴 하지만, 아마추어의 경우엔 어떤 출판사와 인연이 될지 모르므로 가급적 여러 플랫폼에 동시 연재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프로의 시장도 치열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아마추어의 시장은 그야말로 난리법석이다. 매일 쏟아지는 수천 편의 글 중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매일 꾸준히 연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개 5천 자 내외를 한 편으로 인정하므로 가급적 이 정도 분량으로 매일 연재할 수 있어야 한다.
작품의 완성도, 즉 수준과 관련해서는 아마추어 작가들의 오해가 많이 있는 부분이다. 대개 웹소설을 보면 문체가 없고, 짧은 문장과 대화 위주로 이뤄지므로 수준이 낮다...라고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다. 결코 그렇지 않다. 웹 소설 작가들은 화려한 문장을 못쓰는 게 아니라 안 쓰는 것에 가깝다. 가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체가 화려할 필요는 없지만 재밌는 이야기, 흡인력 있는 구성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오히려 내 경우엔 빠르고 간결하며 대화 위주로 구성하는 작법이 낯설게 느껴져 힘들었다.
두 소설 모두 약 스무 편 정도의 글이 모아졌을 무렵 등업과 출판사 컨택을 받았다. 먼저 연락이 온 곳은 네이버 웹소설이었다. 남성향 작품이 베스트 리그로 승급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네이버 웹소설에 올릴 경우, 첫 시작은 챌린지 리그인데 편집진 및 여러 지표(기준이 명확하진 않은 듯하다)를 기준으로 베스트 리그에 승급해준다. 일단 베스트 리그에 올라가면 출판사 편집진 눈에 띄므로 프로 작가가 되기에 매우 유리하다.
내 경우에도 베스트 리그에 올라간 지 얼마 안돼 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보통 출판사 컨택을 받게 되면 아마추어 작가들은 흥분해서 덜컥 계약하려고 하지만, 이것 역시 엄연한 계약. 해당 출판사가 믿을만한 곳인지 꼭 확인해봐야 한다. 내게 제안한 출판사는 업력도 오래되었고, 대형 플랫폼 자회사여서 신뢰가 갔다. 담당 PD 역시 친절하게 질문에 답해줬다.
여성향 소설은 네이버에선 여전히 챌린지 리그에 남아있었지만, 블라이스 쪽 반응이 괜찮았다. 마침 블라이스에서 일정 기준(조회수, 구독 수, 평점 등)을 달성한 작가들에게 지원을 해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어서, 그곳에서 계약 검토작이 되었고 작가 키트 선물도 받았다.
아마추어 작가들은 이처럼 플랫폼 별 특성, 이벤트, 승급 등을 잘 찾아보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출판사 컨택에 계약서까지 받았음에도 계약을 포기했다. 그 주요한 이유는 휴직이 끝나가고 있어서였다. 일하면서 써도 되지 않겠는가 싶었지만 성격 탓이라고 해두는 편이 낫겠다. 계약까지 했는데 불성실한 작가가 되고 싶진 않았다. 그럼에도 친절한 담당 PD 덕분에 작가가 된 이후의 일들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작가가 되면, 장르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출판사에선 회당 5천 자를 기준으로 통상 100편 정도의 글을 요구한다. 길면 길수록 선호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회당 매출이 발생하는 데 이야기가 짧게 끝나버린다면 마케팅비, 표지작가 비, 기타 제작비 대비 수익을 길게 회수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체 원고의 60% 정도를 편집자와 논의하면서 미리 써놓고, 나머지 40%는 연재 형식으로 제안하기도 한다. 전체 원고의 60%는 카카오 페이지 등에 한 번에 올려 몰아보기로 쭉쭉 수익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출판사는 카카오페이지 프로모션 이벤트에 심사를 넣는다. 플랫폼 심사를 통과하여 프로모션을 받게 되면, 눈에 띄는 자리에 올라가므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출판사와 이야기하면서 웹소설 작가의 나이를 물은 적이 있다.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은 실로 다양하다고 한다. 특히 장르에 따라 연령이 좌우되는 데 아무래도 스릴러 장르는 40대에서 60대 작가들이 꽤 많고, 하이틴 로맨스, 로맨스 판타지 류는 나이가 젊다고 한다.
어쨌거나 인터넷이란 익명성 때문에 나이나 직업 따위는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는 게 좋아 보였다. 즉 누구나 재밌는 이야기를 쓸 수 있다면 도전할 수 있는 직업인 것이다.
프로 작가로 이름을 날리는 사람들이 쓴 작법서를 읽어보면서 느낀 게, 출판과 수익은 별개라는 것이다. 즉 어렵게 출간을 한다 해도 조회수가 쭉쭉 늘고, 프로모션을 받고, 영화나 드라마 판권 계약까지 이어지는 성공하는 경우는 참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지 않은가?
게다가 출판사 컨택을 받거나 플랫폼으로부터 출간 제의를 받는 것 자체가 실제로는 매우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실로 어마어마한 양의 작품이 매일 등록되는 걸 보면 입이 쩍 벌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글을 쓰는 걸 즐거워하는 사람이어야 기다림의 시간을 버틸 수 있을 듯하다.
나 역시 휴직 기간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여유 있게 놀이하듯 글을 쓸 수는 없었을 듯하다.
과거 진지한 소설들과는 너무도 달라 보이는 웹소설을 은연중에 쉽게 생각했던 듯하다. 나이를 먹고 새로운 일과 새로운 직업에 도전할 때면 점점 반성을 많이 하게 된다. 우습다는 듯 쉽게 생각하고 이야기했던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쉬운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어!', '그곳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었어.' 같은 탄성이 나온다.
세상 일이란 그런 것이다. 그런 점에서 쉬운 일, 쉬운 직업 따윈 없다. 마찬가지로 쉽게 살아지는 인생도 없다. 모두 주어진 삶을 아껴가며 소중히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웹소설 도전기는 그럴듯한 작품을 완성해내진 못했지만, 몇 가지 직업적 지식과 겸손해야 한다는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지금 쓰다가 중단한 작품들은 다시 독자의 입맛에 맞도록 써서 완성하려 한다. 그때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