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배운 논술 쓰기를 정리하면 그림과 같습니다.
1. 글감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아낙시만드로스 비판)
2. '정답'처럼 보이는 당연한 생각은 무엇일지 찾는다. (소크라테스 문답법)
3. 당연한 정답을 반대로 생각해 본다. (소크라테스 문답법)
4. 당연한 정답과 내가 찾은 반대 논리의 좋은 점과 나쁜 점, 또는 장단점을 찾는다. (아낙시만드로스 비판)
5. 글의 논리성을 점검하고, 그에 적합한 비유와 스토리텔링을 써본다. (플라톤 비유와 스토리텔링)
6. 주.근.깨 구조로 연습장에 메모한 뒤 논술을 작성한다. (탈레스 주장-근거-깨달음)
논술은 궁극적으로 더 나은 답을 찾는 순환 과정이다.
논술은 남과 다른 비판적 논리를 찾고, 이해가 쉬운 비유를 들어 주장, 근거, 깨달음의 구조로 정리한 글입니다. 이 방법으로만 써도 논술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논술의 목적은 점수를 잘 받기 위한 글쓰기가 아닙니다. 논술의 진짜 목적은 이전 보다 나은 해결책을 찾아 결론으로 쓰는 것입니다.
당연한 주장을 '정'이라고 한다면, 반대되는 주장은 '반'이 됩니다. 그런데 '반대'에서 끝나버린다면, 자칫 반대를 위한 반대가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에 치우치면 말꼬리 잡기나 억지 논리가 생겨나 버립니다. 이런 논술은 더 나은 답을 찾아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변증법이 생겨난 것입니다. 변증법은 상대 주장의 장단점과 내 의견을 종합하여, 장점과 공통점을 살린 조화로운 해결책을 만들 수 있게 합니다. 헤라클레이토스가 대립되는 것들의 불꽃같은 싸움을 긍정한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서로 반대되는 의견의 대립 속에서 잘못된 논리는 사라지고(소멸), 새로운 결론이 생겨나기(생성) 때문입니다. 이런 식으로 학문과 지식은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제 실제 논술에서 변증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아봅시다.
[게임 금지 논술과 그 반박 논술의 변증법적 결론 ]
앞선 글에서 하나는 게임을 금지하자는 주장을 위해 게임의 단점을 부각했습니다. 반대로 유진은 게임의 장점을 들어 반박했습니다. 하나의 주장이 '정'이라고 한다면, 그에 대한 반박인 유진의 논술은 '반'이 됩니다. 이 둘을 조화롭게 합친 해결책이 제시된다면 그것은 '합'이 될 것입니다.
게임의 장점과 단점 변증법적 해결책을 떠올리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서로 대립되는 의견 중에서 합의되는 지점을 찾고 그 장점을 조화롭게 합칩니다.
2. 계속 한쪽으로 치우쳐 행동하면 어떤 결과가 있을지 상상해 봅니다.
1번의 경우를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게임의 단점은 혼자서만 놀게 되고, 운동도 안 하게 되며,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장점은 온라인에서는 여럿이 놀 수 있고, 모션 게임처럼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게임도 있으며, 기술의 발전을 경험하게 되어 미래를 위한 공부가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입장을 들여다보면, 학생에게 해를 끼치는 게임도 있고, 좋은 게임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게임을 완전히 금지하기보다는 나쁜 게임을 멀리하고 좋은 게임을 찾아서 하는 게 타당하다는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2번은 '게임을 하자, 하지 말자'처럼 가치판단이 필요한 주제의 논술에서 논거로 삼거나 결론을 도출할 때 반드시 떠올려봐야 하는 법칙입니다. '모두가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 '결론을 극단적으로 받아들여 행동하면 어떻게 될까?'를 상상해 보는 것입니다. 이는 윤리학에 큰 영향을 끼친 임마누엘 칸트의 실천 방법 중 하나인 '보편화 시험'입니다. 개인의 양심과 가치 기준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 행동이 어디에 이를지를 미리 상상하여 모두에게 유익한 실천방법을 찾는 방법입니다.
'좋은 게임은 유익하기 때문에 맘대로 계속한다면 어떻게 될까?'
친구와 직접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 것이고, 야외 활동이 줄어들어 건강도 해칠 것입니다. 또 학업에 집중할 시간도 부족해져 수학능력이 떨어질 것입니다. 결국 아무리 좋은 게임도 적절한 시간과 나름의 규칙을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위와 같이 찾은 해결책을 이용하여 '합'에 해당하는 논술을 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주장(서론): 게임의 장단점을 파악하여 현명한 게임생활을 즐기자
근거(본론):
• 게임은 사회성을 저하시키고, 건강에도 좋지 않으며, 학업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 있다.
• 반면 다양한 친구를 사귀거나 신체 활동과 미래를 위한 공부에 유익하다는 주장도 있다.
• 따라서 무조건적인 금지와 권장보다는 그 단점은 멀리하고 장점을 살리는 게임생활을 해야 한다.
• 사회성과 건강, 학업에 유해한 게임 대신 유익하고 건전한 게임을 선택하자.
• 중독되지 않도록 적정한 시간과 규칙을 정해서 게임 생활을 즐기자.
깨달음(결론)
• 약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하고 치료제가 될 수도 있다.
• 게임이 독이 아닌 치료제가 될 수 있도록 유의하여 현명한 게임 생활을 즐기자.
[논술과 변증법]
논술 시험에서 비판할 글이 주어진 경우라면 모를까, 달랑 주제만 주어졌는데 변증법을 활용해 논술을 쓰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좋은 논술은 남과 다른 글이라고 배웠습니다. 남과 다르려면 당연하게 떠오르는 주장이 무엇인지 살펴야 합니다. 이때 당연한 생각은 '정'이 되고, 이에 대한 비판이 '반'이 됩니다. 이 두 가지 논거를 종합하여 내린 조화로운 결론이 '합'이 될 것입니다.
즉 남과 다르게 쓰려는 아이디어를 찾는, 비판적 성찰의 과정이 곧 변증법이 반영된 논술이 됩니다. 변증법은 대화의 기술이라는 뜻을 갖고 있기 때문이며, 그것은 상대와의 대화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과의 대화이기 때문입니다.
추후에 변증법 역시 다양한 주장으로 비판 대상이 됩니다. 대표적으로 헤겔의 변증법은 지금 배운 것처럼 뭔가 더 나은 곳으로 상승하는 이미지인데 반해, 비판주의 철학자인 아도르노는 부정 변증법이란 용어로 이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변증법으로 생각의 종이 비행기가 상승하든 하강하든, 변증법의 핵심에는 비판적 성찰이란 대화적 태도가 스며 있음은 분명합니다.
좋은 논술은 변증법적 성찰의 과정으로 쓰인 글입니다.
세상을 '변화'로 파악한 헤라클레이토스 주장의 반대입장은 무엇이고, 이를 변증법적으로 종합하여 제시한다면 그건 어떤 논리가 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