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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노트 Oct 01. 2024

[아낙시만드로스] 학문의 기본 방법 : 논술 = 비판

좋은 논술은 남과 다른 질문에서 출발하여 생각해야 합니다.(소크라테스 문답법)

좋은 논술은 이해를 돕기 위해 적절한 비유와 이야기가 담겨있어야 합니다. (플라톤 비유)

좋은 논술은 글의 구조(주장_서론)-(근거_본론)-(깨달음_결론)가 있어야 합니다. (탈레스 주근깨)

좋은 논술은 비판이고, 비판은 학문의 기본 방법입니다. (아낙시만드로스 비판)  


지금까지 배운 것은 비판을 위한 방법입니


비판은 어떤 것에 대해 옳고 그름을 논리적으로 판단해서 밝히고 잘못된 점을 지적한다는 뜻입니다. 논술이 곧 비판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놀랍게도 이 세상에 당연하게 옳은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대학교에 가고 대학원에 가서 공부하다 보면, 당연하게 옳은 '정답'이 없단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이 사실은 박사과정에 올라갈 때까지 배운 것 중 가장 중요한 깨달음이었습니다.


물이 1 기압 섭씨 100도에 끓는다는 것도, 석유가 공룡이 죽어서 만들어졌다는 화석연료설도, 그 공룡이 진화해서 파충류가 되었다는 것도 '정답'이 아닙니다. 심지어 소크라테스가 물었던 '정의'에 대해서도 우린 아직 잘 모릅니다. 누군가가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정답이라고 주장한다면, 외세의 침략에 맞서 싸운 영웅들조차 존경하고 기려선 안되니 이 역시도 당연한 정답은 아닙니다.

코파일럿 그림 : 초등학교 때에는 공룡이 살아남아 파충류가 되었다고 배웠지만, 요즘은 새로 진화됐다는 이론을 믿습니다.

따라서 소크라테스는 '당연한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무지의 지)을 학문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입니다. 이 출발점에 서면 모든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주장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남들을 설득하는 주장이 되려면 타당한 근거가 필요합니다.(탈레스) 또 자신의 주장, 근거, 깨달음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비유와 이야기를 써야 합니다.(플라톤) 지금까지 배운 논술의 지식들은 모두 비판을 잘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논술은 비판적 글쓰기입니다.


논술은 찬성과 반대, 문제 해결, 설명과 제안을 위한 글 등 여러 유형이 있지만, 모두 문제상황이나 글감이 주어집니다. ‘제안하는 글’에서도 어떤 상황이 주어졌다는 것은 그 주제가 다시 생각할 가치가 있는 문제라는 비판적 생각이 담겨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런 상황을 주제로 글을 쓰지 않습니다. 반대로, ‘왜 사과가 떨어지는지 이야기해 봅시다’라고 제안했다면 생각해 볼 문제라는 비판적 생각이 이미 제안에 포함된 것입니다.


‘정말 그럴까? 왜 그럴까?’라는 소크라테스적 질문엔 비판적 관점이 담겨 있고, 그에 따른 근거를 찾아 주. 근. 깨로 정리하는 것은 비판의 과정이 됩니다. 결국 글감을 포함한 논술 과정 전체가 비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논술은 ‘비판적 글쓰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제 비판적인 논술 쓰기를 배워봅시다.


[게임을 하지 말자는 비판적 논술]


유진은 주말이면 친구들과 온라인에서 만나 게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곁에서 지켜보던 하나는 친구들이 게임만 하느라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학급신문에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치고 공부를 방해하는 게임을 하지 맙시다’라는 기사를 썼습니다.


문제 상황 : 공부는 안 하고 게임에 빠진 친구들이 많아졌다.

•주장 : 학생들은 학업과 건강에 방해가 되는 게임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근거
1) 게임은 혼자 놀게 되므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사회성이 떨어진다.
2) 게임은 실내에서 같은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게 되므로 근육량이 줄어 운동 능력이 떨어지고 시력, 허리나 손목 등 신체에 무리가 가기 쉬워 건강을 해친다.
3) 게임은 공부와 관계가 없고 중독되기 쉬워 학업에 방해가 된다.
•깨달음 : 게임은 성장기 학생에게 해로우니 권하지도 말고 하지 말아야 한다.

유진은 글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게임은 그만해야겠다. 하나의 말은 언제나 옳으니까.’


그런데 문득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이 떠올랐습니다. 유진은 반박의 글을 써서 학급신문에 싣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키워드로 비판적 반박 논술 쓰기]


하나는 자신의 주장을 위해 게임의 단점을 근거로 사용했습니다. 이 주장을 유진은 비판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논술의 핵심 주장과 근거를 키워드로 파악해야 합니다.

주장의 근거 3가지를 키워드로 정리하면, #사회성, #건강 # 학업으로 요약이 가능합니다. 앞에서 배운 청개구리 방식으로 반대로 생각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게임을 하면 혼자 놀게 되어 사회성이 떨어진다? → 인기 있는 게임은 세계 각지의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 어울려 놀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사회성을 떨어트린다’는 타당한 근거가 아니다.  

•게임을 하면 건강이 나빠진다? → 최근 운동을 도와주는 댄스나 스포츠 게임 등 센서를 이용한 모션 인식 게임도 많다. 재밌게 운동할 수 있으니 모든 게임이 건강에 나빠진다는 근거는 타당하지 않다.

•게임이 학업과 관련이 없다? → 로봇과 A.I. 등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최신 게임을 하면 기술의 발전을 경험하며 세상의 변화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 결국 게임도 미래를 위한 공부가 될 수 있다.


유진은 상대의 주장을 키워드로 정리하고 이에 대한 장단점, 찬반 의견을 근거로 아래와 같이 비판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주장 : 하나의 주장은 게임은 무조건 나쁜 것이란 선입견에서 출발한 잘못된 의견이다.  
•근거 :
1) 게임은 사회성을 떨어트리지 않는다. 오히려 온라인에서 세계 여러 나라 친구들과 만나 어울릴 수 있기에 글로벌한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 건강을 해치는 게 걱정이라면 모션 인식 게임을 하면 된다. 놀이처럼 재밌게 운동을 할 수 있어 건강에 도움이 된다.
3) 학업은 학교에서 교과서로 배우는 공부가 전부가 아니다. 최신 게임을 접하다 보면,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경험하게 해 준다. 이는 미래를 위한 공부가 될 수 있다.
•깨달음 : 게임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편견이다. 게임은 사회성을 기를 수 있고 건강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미래를 위한 공부가 될 수 있다. 게임 중독은 주의하되 서로 유익한 게임은 권하면서 즐겁게 플레이해야 하자.


[비판 시 주의할 점 : 비난]


논술을 쓸 때, 비판은 하되 비난은 금물입니다. 비난은 논리보다는 감정에 치우쳐 더 나은 결론을 이끌기보다는 나쁘게 말하는 데 집중하는 것입니다. 잘못을 지적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비난을 하면서 비판일 뿐이라고 우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상대는 올바른 비판이라 하더라도 자기주장의 결점이 드러난 셈이니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소크라테스와 대화했던 상대들이 자주 화를 내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비판하는 입장에선 상대보다 우월해진 느낌에 우쭐거리기 쉽습니다. 게다가 딱딱한 비판보다는 비난이 훨씬 재밌습니다. 이런 이유로 평론가나 학자들조차 상대를 놀리듯 비난하는 실수를 저지르곤 합니다.



그런데 철학과 논술을 제대로 배운 사람들은 압니다. 우쭐함에 취해 비난을 퍼붓는 사람이야 말로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임을 압니다. 정당한 비판 앞에서 의연하게 결점을 수용하는 자세를 보이는 사람이야 말로 훌륭한 사람임을 압니다.

  

따라서 비판적인 글을 쓸 때에는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표현을 쓰거나 비난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주장과 근거 중에 옳은 점은 칭찬하고, 내 비판은 오해가 없도록 자세히 설명해야 합니다.

더 좋은 해결책과 결론에 이르기 위해 상대의 주장과 근거도 받아들일 부분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탈레스의 제자인 아낙시만드로스 역시 물질을 쪼개다 보면 아르케가 있을 것이라는 스승님의 논리적인 주장은 받아들이면서, 더 나은 결론에 이르기 위해 비판했습니다. 이런 훌륭한 태도 덕분에 아낙시만드로스의 제자인 아낙시메네스도 다시 스승님의 주장을 비판하고 새로운 주장을 하며 학문을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좋은 논술이란 곧 비판이며, 비판은 학문 발전의 기본 방법입니다.


질문) 유진의 논술을 비난이 되지 않도록 다시 한번 퇴고해 본다면 어떻게 쓰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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