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메니데스의 여신 : 헤라클레이토스의 불을 들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분은 로고스로 세상의 변화 원리를 설명한 분이지요. 불꽃은 그대가 가야 할 길을 밝혀줄 겁니다.
유진 : 하지만 길을 잃었는걸요.
파르메니데스의 여신 :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나요?
유진 : 아마도... 헤라클레이토스 님은 대립되는 것들의 싸움을 통해서 세상은 소멸, 생성하며 변화한다는 변증법의 원리를 알려 주셨어요. 정. 반. 합에 따르면 '변화'가 '정'에 해당한다면, '반대'되는 건 '불변'이에요. 그리고 이 두 가지 입장을 종합해야 길이 보일 것 같아요. 그러려면 먼저 불변에 대해 알아야 할 듯한데, 여신님께서 가르쳐 주실 수 있나요?
파르메니데스의 여신 : 물론이죠. 불변은 나를 찾아온 파르메니데스라는 위대한 철학자가 깨닫고 들려준 이야기랍니다. 방금 전 내가 외친 주문을 들었나요?
유진 :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 요? 주문치고는 솔직히 너무 당연한 말이라, 말장난 같아요.
파르메니데스의 여신 : 하하. 그럼 이렇게 생각해 볼까요? 세상이 변화하려면 생겨나는 것이 있고, 사라지는 것이 있어야 해요. 그런데 '없음'에서 갑자기 뿅 하고 물질이 탄생할 수 있나요? 마찬가지로 있던 것이 갑자기 '없음'이 될 수 있나요? 즉, 있는 것은 계속 있고, 없는 것은 계속 없어요. 따라서 세상이 변화한다는 건 환상이에요.
유진 :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니, 없는 데서 있는 게 나오는 건 어려워 보이네요. 하지만 테이블에 '빈 공간이 있고', 그쪽으로 옮기면 꽃이 있는 게 되잖아요? 운동과 변화가 일어난 것이고요.
파르메니데스의 여신 : 방금 '빈 공간이 있다.'라고 했는데, '빈 공간'은 '없음'이란 뜻이에요. '없음이 있다.'가 돼버리죠. 마찬가지로 우리는, '빈 공간이 있다, 無(없음)로 가득 찼다.'처럼 '없음'을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말해요. 그것은 언어에 의한 착각일 뿐이랍니다. '없음'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에 생각하거나 말할 수 없어요. 따라서 있는 것은 영원히 있는 것이지 없음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답니다.
유진 : 와. 받아들이긴 어렵지만 신기한 논리네요. 이 말이 어려운 이유는 언어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세상엔 계절의 변화나 공이 굴러가는 것 같은 운동이 분명 눈에 보이기 때문 같아요.
파르메니데서의 여신 : 맞아요. 그래서 이성을 중시한 철학자들은 감각으로 느끼는 경험보다는 순수한 논리로 진리를 탐구하고자 했지요. 헤라클레이토스와 파르메니데스 둘 다 이성을 활용했음에도 변화와 불변이란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온 것도 신기하죠?
파르메니데스의 가르침
: 이성으로 논리적 답을 찾자
학습키워드
: 불변 / 일자 / 논리
1 서사시 : 주로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의 일대기를 써낸 이야기. 논리로 세상을 설명하여 최초의 논리학자로 평가받는 파르메니데스도 자신의 주장을 여신을 등장시켜 이야기합니다. 그 이유는 사람을 쉽게 설득하기 위한 목적이라 볼 수도 있지만, 미토스와 로고스적 관점이 뒤섞여 있었던 시대상이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2 영원불멸 :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 물질로 가득한 세계가 영원하다는 생각은 이상하지만 질량보존법칙, 에너지보존법칙 등의 사례처럼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충분히 인정될 수 있는 생각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