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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노트 Oct 20. 2024

[파르메니데스] 논술의 원리 : 논리

[논술의 원리 : 논리]


우리는 '미토스에서 로고스'라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생각의 발전과정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로고스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요? 로고스는 말(언어), 원리, 이성 또는 이성적 관점 그리고 논리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뭔 뜻이 이렇게 많지?'싶어 헷갈릴 때면, '도(道)'를 떠올려 보면 좋습니다. '도'는 로고스처럼 말이란 뜻이 있습니다. '도'에 어긋난다는 건 논리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다는 뜻이고, '도'를 깨쳐라는 말은 논리적으로 세계의 원리를 깨달으란 의미입니다. 확실히 비슷하죠?



논리(logic)란 말이 로고스(logos)에서 나왔듯이 이성적 관점은 곧 논리를 의미합니다. 앎을 쌓아가는 학문도 논리적으로 알아냈기 때문에 '(로지)-logy'를 붙여 부르곤 합니다. 생물학은 biology, 사회학은 sociology, 지질학은 geology식이죠.


결국 학문의 모든 원리는 논리에 기반합니다. 그런데 막상 논리를 배워보려면 어렵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평소 대화에서 쓰는 말이 느슨하기 때문입니다. 아래 대화를 봅시다.

하나 : 저 개는 사나워 보이네.
유진 : 모든 개는 훈련만 잘하면 길들일 수 있어. 사람을 좋아하는 유전자가 있다고 하니까 말이야.
하나 : 야생화된 개는? 호주의 딩고 같은 개는 유전적으로 늑대와 닮은 부분이 많다던데.
유진 : 그건 들개잖아.
하나 : 모든 개라고 말했잖아. 들개는 개가 아니라는 거야?
유진 : 내가 말한 '개'는 반려견을 말하는 거지.
하나 : 반려견이 집을 잃으면 들개가 되고, 들개를 키우기 시작하면 반려견이 되는데?
유진 : 아휴. 너는 개를 싫어하는 게 분명해.
하나 : 개의 범주를 말할 뿐인데 갑자기 개를 싫어한다고 추측하다니, 넌 논리적이지 않구나!

유진은 '개'의 집합을 느슨하게 정의하는 바람에 논쟁에 휘말립니다. 그런데 유진의 불만처럼 대화 중에 '개'의 집합을 엄격히 설정하고 사용하진 않습니다. 일상에서 논리적인 잘못을 찾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1+1=2처럼 수학기호를 사용하면 오류를 쉽게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수리논리학 또는 기호논리학입니다. 이런 논리학은 컴퓨터 코딩처럼 '참과 거짓으로 표현가능한 문장'(명제)에서 잘 작동합니다. 그런데 수학처럼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게다가 세상만사는 자체의 모순과 가치판단이 뒤얽혀 있습니다. 또한 논리도 결국 자신의 가치판단에서 시작하기에 참과 거짓이라고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도리어 논리의 한계는 논리를 개발할 여지를 줍니다. 이 책의 뒷장에서 귀납과 연역이란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을 배우겠지만, 여기서는 파르메니데스의 논리적 사고를  힌트로 논술 법칙을 배워보겠습니다.


[논리 개발 논술 쓰기]


'겜알못', '갑툭튀', '지름신'과 같은 신조어 사용과 표준어 사용에 대한 의견을 우리말 지키기와 연관 지어 논술하시오.
주장 : 무분별한 신조어 사용을 줄여 아름다운 우리말을 지켜 나가자

근거
: 1. 언어는 원활한 대화와 소통을 위한 사회적 약속이므로 표준어는 모두가 잘 지켜 써야 한다.
  2. 신조어는 소통부족과 갈등을 유발하는데 반해 표준어는 세대 간 동질감과 화합을 이루게 한다.
  3. 표준어를 잘 지켜 쓰면, 시간이 흘러도 아름다운 우리 고유 언어의 보존이 가능하다.

깨달음 : 갈등과 소통의 어려움을 유발하는 신조어를 줄이고, 사회적 약속이며 원활한 소통과 화합의 기본이 되는 표준어를 열심히 배우고 사용하여, 아름다운 우리말을 지키고 계승하자.   

좋은 논술은 당연한 생각을 반대로 생각하여 비판해 보고 남과 다르게 쓴 글이라고 배웠습니다. 위의 논술에서 당연한 생각은 '신조어는 나쁘고, 표준어는 좋다.'입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신조어는 좋고, 표준어는 나쁘다.'입니다.


그런데 신조어의 좋은 점과 표준어의 나쁜 점이라니 당황스럽습니다. 이때 논리를 개발해야 합니다. 논리는 옳은 답을 찾는 과정인데, 비판을 위해 논리를 개발한다니 이상합니다. 마치 틀린 답을 옳은 것처럼 억지로 우기는 것 같아 꺼려집니다. 하지만 비판을 통한 변증법의 원리로 발전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파르메니데스가 헤라클레이토스의 '변화'에 맞서는 '불변 세계'를 주장한 덕분에 우리의 인식이 넓어졌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논술의 논리 =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근거]


당연한 것을 반대하기 위해 논리 개발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영화 <월드워 Z>에서 이스라엘 정부의 10번째 사람(The 10th man Rule)의 역할입니다. 그는 당연한 것에 반대하는 논리를 개발합니다. 즉, 9명이 좀비 사태 따윈 당연히 벌어질 리 없다고 할 때, 논리를 개발하여 그럴 수도 있다고 반대하는 게 10번째 사람의 임무입니다. 그 반대를 통해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성벽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반드시 논리적이어야 합니다. 이때 논리를 참 거짓 판명이 가능한 명제로서 이해해선 개발이 어렵습니다. 논리를 개발할 때에는, 논리를 '상대를 이해, 설득할 수 있는 근거'인가로 바꾸어 생각해야 합니다.


그에 따라 논리를 개발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표준어 사용의 단점
1. 시대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는 개념을 빠르고 정확히 포착하는 데 한계
2. 변하지 않는 고정된 언어 사용은 창의성을 약화
3. 말이 지닌 다채로운 변용이 제약되어 대화의 재미가 감소

신조어 사용의 장점
1. 시대의 흐름과 생각이 드러난 적확한 표현 가능
2. 말은 생각의 표현이므로 다양한 신조어는 자유로운 사고로 창의성 향상에 도움
3. 다양한 조합과 변용이 가능한 한국어 및 한글의 우수성
4. 신조어를 활용한 재미있는 대화와 소통 가능


[논리 개발의 3가지 법칙]


논리를 개발한 논술 쓰기를 다음과 같이 완성했습니다.

주장 : 신조어는 표준어의 한계를 보완, 발전시킬 수 있는 또 다른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근거
: 1. 언어는 사회적 약속인 동시에 시대의 반영이므로 신조어 역시 가치가 있다.
  2. 말은 생각의 표현이므로 기존 표준어의 한계를 넘어, 자유롭고 창의적 사고를 가능케 한다.
  3. 다양한 조합과 재밌는 변용의 신조어는 한글의 우수성과 소통의 즐거움을 배가 시킨다.

깨달음 : 표준어뿐 아니라, 신조어 사용 역시 우리말의 우수성을 알리고 대화와 소통, 문화적 발전을 가능케하는 길이다.


위의 고쳐 쓴 글을 토대로 논리 개발 시 유의할 것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전제를 넓고 다양하게 생각하자.

- 기존 글의 대전제는 '언어 = 사회적 약속'이란 것입니다. 이 전제에 묶여있으면 계속 국어원에서 인증한 표준어만 사용하는 게 옳은 것처럼 보여 새로운 주장을 하기 어렵습니다. 고친 글에서는, '언어 = 시대의 반영'이란 전제를 새롭게 추가했습니다. 언어가 시대의 반영이라면, 신조어의 탄생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 됩니다. 이처럼 기존 전제를 다른 각도에서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2. 지나치게 단정적 어휘를 피하자.

- 주장을 날카롭고 뾰족하게 쓰는 것은 중요한 덕목입니다. 하지만 논술은 설득을 위한 글이고,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에는 모순적인 부분과 장단점이란 양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근거를 댈 때에는 지나치게 단정적인 표현을 피하고, '~인 동시에', '~의 경우엔', '~일 수도 있다.'처럼 수긍의 여지와 기존 주장에 대한 인정을 표하는 방식을 연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위의 글에서도 '사회적 약속인 동시에 시대의 반영'이라고 쓴 이유입니다.  


3.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근거는 포기하고, 권위자의 논리를 인용해 보자.

- 반대에만 치중되어 논리를 개발하다 보면,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근거를 쓸 때가 있습니다. 이런 논리는 기존의 타당한 논리까지 설득력을 잃게 합니다. 반대 논리가 떠오르지 않을 때에는 책이나 권위자의 논리를 인용하면 좋습니다. 이걸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해당 논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짧은 글 안에서 효과적으로 해당 논리 전체를 끌어들여 설명하는 효과를 갖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평소 책을 많이 읽고 공부해둬야 합니다.



논술의 기본 원리는 논리이며, 논리는 개발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배운 논술의 법칙을 토대로, 위의 표준어와 신조어 사용에 대한 논술문 전체를 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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