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단계는 건축물로 봤을 때 기본 설계도를 그리고 땅을 다지는 과정입니다. 설계도가 엉터리거나 땅이 제대로 다져지지 않았다면 건물은 쉽게 무너지겠지요? 따라서 주제에 대해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글을 쓸 것인지 정하고, 서론-본론-결론에 해당하는 주요 키워드와 문장을 써야 합니다. 이때 작성과 완성 부분에서 쓰게 될 내용까지 감안하여야 합니다.
준비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비판적으로 생각하기와 글의 구조 만들기입니다.
특정 주제가 주어졌다는 것은 이미 찬반 등에 대해 논의해 볼 만한 주제라는 비판적 관점이 반영된 것입니다. 따라서 논쟁이 될만한 쟁점 부분을 키워드로 정리하고, 비판할 지점을 사전에 메모해야 합니다. 글의 구조를 만들 때에는 보통 주어진 시간의 20% 정도를 할애하는 게 좋습니다. 시험에서 제공되는 연습지나 시험지의 빈 공간을 활용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간단명료하게 키워드 형태로 요약해 놓도록 합니다.
[논술 작성단계 : 서론, 본론, 결론 쓰기]
작성 단계는 기둥을 세우고 벽돌을 쌓아 가는 집짓기 단계에 해당합니다. 준비 단계에서 작성한 키워드와 서론, 본론, 결론의 논리 구조 메모를 토대로 글을 쓰면 됩니다.
서론에 해당하는 주장에선 당연한 생각이 무엇인지를 찾고, '정말 그럴까?'란 질문을 끈질기게 물어야 합니다. 만약 그것이 어렵다면, 남들이 당연하게 쓸 법한 주장과 반대로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논술 시험이라면 심사위원들은 당연한 논리로 된 당연한 주장만 수 백개를 보게 됩니다. 정해진 답이 있는 주관식 시험형 논술이 아니라면, 심사위원은 똑같은 논술에 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분별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설사 반대 논리가 불가능한 주제라 할지라도 당연함과 맞서 생각해본 사람은 남과 조금이라도 다른 글을 쓰게 됩니다. 이는 평가에 분별력을 가져와 좋은 점수를 받게 됩니다.
둘째, 새로운 주장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회적 규범에 둘러싸여 살고, 그것을 당연한 것이라 여깁니다. 이런 생각은 장벽처럼 견고합니다. 장벽에 똑같은 벽돌을 하나 더 얹어봐야 그러려니 합니다. 그러나 당연한 생각을 깨는 주장은 벽을 내려칠 때처럼 큰 소리를 냅니다. 독자는 호기심을 갖고 진지하게 글을 읽고 생각해 보게 됩니다.
셋째, 사고가 확장되고 창조성이 꽃피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당연함을 깨는 주장과 논리는 필연적으로 기존 생각에 틈을 만듭니다. 벽에 금이 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벽에 균열을 만들 수 있다면, 그 틈으로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구나!'라며 사고가 확장되고 창조성이 꽃핍니다. 철학적 사고는 모두 견고한 벽에 충격을 가하는 식으로 발전해 왔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작성 단계에서 본론을 쓸 때에는 논리로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우리는 논리를 어렵게 생각합니다. 수학 기호를 활용한 수리논리학이나 논리적 오류를 참된 논리라고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논리 공부를 위해 권위에의 호소, 성급한 일반화, 우물에 독 타는 오류 등 수십 가지 논리적 오류를 외우곤 합니다. 그런데 이런 논리적 오류에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논술에서의 논리는 자신과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근거'라는 표현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엄밀한 논리는 수학적 코딩 체계 같은 닫힌 시스템에서 잘 작동할 뿐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명확한 경계 없이 모호한회색지대로, 수많은 가치 판단이 뒤얽혀 있습니다. 똑똑한 철학자들이 논리적으로 이론을 세우며 주장했지만, 그 이론들조차 다양한 비판 지점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논리적 오류를 겁내지 말고, '논리는 개발되는 것'이란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다만 '합리적이고 상식적'이기 위해, 독서를 많이 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논리가 허용되는 경계를 깨닫고, 논리를 개발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내 주장과 결론을 더 견고하게 만들고 싶다면 상대의 주장이나 반론을 예측하여 본론에서 타당하게 반박을 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좋습니다.
결론에서는 다시 한번 주장을 요약하고 구체적 해결법과 실천 방법을 내놓아야 합니다. 이때, 변증법적으로 '정'에 해당하는 기존 주장과 '반'에 해당하는 비판적 주장의 찬반, 장단점을 조화시켜 주장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존 주장과 근거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진 이유는 그 자체로 강력한 논리와 타당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은 무조건 반대를 넘어, 더 합리적인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완성 단계 : 스토리텔링과 문장]
완성 단계에서는 집을 다 짓고 외벽에 페인트를 칠하고 실내 인테리어를 하는 꾸미기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똑같은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실내를 잘 꾸민 집이 보기에도 좋고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즉 같은 내용의 논술이더라도 글 꾸미기를 잘한다면 설득력 있고 남과 달라 보이는 논술을 쓸 수 있습니다.
비유와 스토리텔링은 뻔한 글도 새롭고 돋보이게 만들어줍니다. 특히 주장이나 결론의 핵심 문장은 깜짝 문장 등으로 신경 써서 표현해야 합니다.
글을 꾸며주는 비유와 스토리텔링, 그리고 깜짝 문장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예를 들어뉴스 기사를 비유로 사용했다면, 기사에 등장하는 문구를 깜짝 문장으로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어떤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논술의 스토리텔링에 활용했다면 그의 명언을 깜짝 문장으로 쓰는 게 통일감을 줍니다. 이러한 글의 꾸미기 과정은 논술을 남과 다르게 만들어 주며, 설득력을 효과적으로 높여줍니다.
지금까지 고대 그리스 철학자에게 배운 논술의 비법을 중간 정리해 보았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는 철학이 사회적 문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와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배운 논술 법칙을 철학자들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했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