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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노트 Nov 09. 2024

[플라톤] 논술 논리개발 : 사고실험

가장 기본적인 사고 실험(사유 시험)은 '만약 ~한다면'이라고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플라톤의 <국가>에서 지혜로운 철인이 다스리는 나라는 좋아 보이지만, '만약 모두가 지혜롭다고 주장한다면?'이란 상상을 하자 똑똑함을 가려낼 교육과 선발 시스템이 필요함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상상을 이어가다 보면 가장 좋은 나라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도 있고 상대 논리와 당연함을 격파하강력한 무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반드시 두 가지를 덧붙여 상상해야 합니다. 그것은 '모두가''영원히(언제나)'입니다.


• 논술 논리 만들기 : '만약 모두가, 만약 영원히 ~ 한다면'이라고 상상해 보자.

[철인왕이 통치하는 국가 시스템을 논리적으로 만들기]

• 가장 지혜로운 철인(철학자)이 국가의 통치자가 되어야 한다
  [사고실험] 만약 '모두가' 지혜롭다고 주장한다면? → 평등한 교육과 능력에 따른 선발 시스템 필요

• 국가가 유지되려면 통치자 - 군인 - 시민(생산) 계급이 필요하다
  [사고실험] 만약 '영원히' 기존 계급이 유지된다면? → 계급을 믿도록 만드는 가짜 신화가 필요  


'만약 모두가 ~한다면'은 간단한 사고 실험처럼 보이지만, 임마누엘 칸트의 <도덕형이상학의 정초>에 나오는 보편화 (가능성) 시험이라고 부르는 논리적 상상법입니다. 도덕은 나라와 문화마다 차이가 있고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에 어떤 게 윤리적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럴 때에 이 상상법은 보편적으로 옳은 행동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해 줍니다.

다음 대화를 보고 상대 논리를 비판해 봅시다.


[쓰레기를 버리는 건 좋은 일]

하나 : 쓰레기를 길바닥에 버리면 안 돼. 길을 걷다가 다칠수 있고, 보기에 안 좋을뿐더러 비위생적이잖아.

유진 : 물론 그런 문제가 있지. 하지만 쓰레기를 버리는 건 좋은 일이야. 요즘 일자리가 부족한 데, 길에 쓰레기가 있어야 청소를 할 수 있고 관련된 일자리도 생기는 법이니까 말이야. 네가 말한 잠깐의 불편 정도는 참아야 해.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된다는 건 우리가 잘 알기에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유진의 논리는 이상해 보여도 말이 되는 듯합니다. 청소할 필요 없이 길거리가 깨끗하다면 청소 관련 일자리는 줄어들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럴 때에 바로 사고 실험을 적용하면 문제점을 간파하고 비판할 수 있습니다.


[만약 모두가 언제나 쓰레기를 버린다면?]

하나 : 만약 '모두가 언제나' 길에 쓰레기를 버린다면, 청소하는 사람과 청소차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다 치울 수 없게 될 거야. 너는 그런 세상에 살고 싶니?

유진 : 아... 그건 좀 곤란하네.  


플라톤이 민주주의를 탐탁지 않게 여긴 것은 유명합니다. 우리는 시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고, 학교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좋은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플라톤은 왜 민주주의를 싫어했을까요? 혹시 민주주의에도 단점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표준 국어대사전의 정의를 인용하면 '민주주의란 인권, 자유, 평등, 다수결, 법치주의 등을 원리로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스스로 행사하는 제도'입니다. 민주주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 투표입니다. 인권이 보장된 상태에서, 평등하게 주어진 한 표를, 개인 자유의사에 따라 투표하여 다수결 원칙으로 정치인을 뽑거나 법을 만들어 법치로 유지되는 체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거) 투표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부릅니다.


민주주의의 단점을 살피기 위해 사고실험으로 면밀히 살펴봅시다. 투표를 하는 국민 모두가 민주주의에 필요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 받은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선거 공보에 적힌 공약과 후보자의 경력은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능력과 무관하게 자기랑 친하다고 생각되는 사람, 인기 정책을 내세우는 정치인에 투표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능력 있는 정치인이라 해도 무지한 국민이 대다수라면 당선되지 못할 것입니다.


나쁜 권력자들은 이러한 민주주의의 허점을 이용합니다. 국민을 어리석게 만드는 우민정책펴서 판단력을 상실케 한다음  중우정치로 이끌려는 경우가 종종 발견됩니다.


이렇게 보면 민주주의의 다수결이 마냥 좋은 건 아니란 결론에 도달합니다. 플라톤이 민주주의를 이상적인 제도라고 생각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바로 이러한 중우정치에 의한 희생이라고 본 것입니다.


      [사고 실험으로 본 민주주의의 단점]


'그것 봐. 민주주의는 썩었다니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평가는 민주주의 원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평가입니다. 민주주의는 꽉 닫힌 좁은 방이 아니라 창문이 여러 개 달린 거실과 같습니다.


잘못 제정된 법이라 할지라도 수정하거나 투표를 통해 잘못 뽑은 지도자를 교체할 수 있는 수단이 있기 때문입니다. 창문을 열면 탁한 공기가 나가고 신선한 바람이 들어오듯 인권, 자유, 평등의 정신아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수정될 여지가 열려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우리가 발견한 가장 나은 정치체제가 된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최대 장점은 서로 다른 의견을 자유롭게 비판하면서 정반합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이 점에서 좋은 논술 역시 민주주의와 닮아있습니다. 남과 다른 질문을 논술의 주제로 삼는 순간, 당연시하던 답답한 공기가 빠져나가고 신선한 생각이 사람들 마음에 들어옵니다. 플라톤이 아테네 민주주의를 비판한 덕분에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생각하게 됐고 정반합으로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 방법을 고민하게 된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좋은 논술은 사고실험으로 논리를 구체화하고 더 나은 논리를 찾아낸 글입니다.


질문) 플라톤의 <국가>에 나온 철인정치를 민주주의에 반영한다면 어떤 제도를 어떻게 적용해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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