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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민국역사박물관 Apr 20. 2022

책은 항상 그 시대를 반영한다

전시 <베스트셀러로 읽는 시대의 자화상>

고등학교 국어 시간, 현대문학을 가르쳤던 국어 선생님은 늘 문학과 책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아직까지도 국어 선생님이 알려준 현대 문학들은 뇌리에 꽂이는데요. 국어 선생님은 “문학과 책은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며, “책은 항상 그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88만원 세대. 2000년대 후반 비정규직 청년을 지칭하는 신조어로, 책은 이렇듯 시대를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국어 선생님이 강조했던 3개의 현대문학.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은 인력거꾼과 병든 아내를 통해 일제강점기 민족의 힘들었던 삶을 투영했고, 최인훈의 ‘광장’은 “중립국”을 원하는 ‘나’의 말을 통해 이념이라는 이데올로기와 남북분단의 현실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국어 선생님이 가장 강조했던 소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은 19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도시하층민의 현실을 잘 그려낸, 1970년대의 명작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특히 소설이지만 실제 있었던 광주대단지 사건, 실제 지명인 상대원 공단 등을 통해 사회를 투영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같은 책은 시대의 여론을 형성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책은 그 시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시대를 고발하기도 합니다. 시대별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를 보면, 그 시대의 특징도 파악할 수 있죠. 이처럼 우리는 책을 통해 그 때 그 시절의 생각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이러한 책의 특성을 잘 살려, ‘베스트셀러로 보는 시대의 자화상’이라는 전시를 열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주제관의 첫 번째 전시인데, 주제관은 우리 근현대사의 다양한 주제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전시관입니다.


(베스트셀러로 읽는 시대의 자화상)


최초의 베스트셀러, 밀리언셀러-‘자유부인’과 ‘인간시장’

이번 전시는 총 5부로 구성됐습니다. 먼저 1부입니다. 1부의 주제는 최초의 베스트셀러, 밀리언셀러-‘자유부인’과 ‘인간시장’인데요. 이 자유부인은 당시 사회에서 금기를 건드렸습니다. 특히 이 자유부인과 관련해서 한 교수는 작가를 향해 “중공군 50만 명에 해당하는 조국의 적”이라고 비난했고, 여성단체는 “여성을 모욕하고 미풍양속을 해친다”며 작가를 고발하기까지 했죠.


하지만, 자유부인은 베스트셀러로 등극했고, 전근대적 가치와 서구적 생활양식이 뒤섞여 사회적으로 혼란한 1950년대를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미국의 원조와 함께 들어온 서구의 생활양식과 기존에 내려온 전통양식의 갈등이죠.



‘산업화·도시화의 그늘 – 경자, 영자, 그리고 난쟁이’

두 번째 주제는 1970년대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룬 책들입니다. 1970년대는 새로운 문화와 함께 산업화에 따른 경제성장이 가속화되던 시기였습니다. 경부고속도로가 놓였고, 수출 10억불, 100억불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와 함께 빈부격차 등 사회적인 문제도 대두됐습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따라서 1970년대에는 이러한 사건을 담은 책들이 많습니다. 전시에서도 몇 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그리고 이러한 책들의 특징은 단편 소설 몇 개를 엮은 ‘연작 소설’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1980년대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책 두권을 가져왔습니다. 첫 번째는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인데요. 1972년 광주 대단지 사건을 소설 속에 끌어오면서 도시 빈민의 삶을 그려냈습니다. 다음으로는 200쇄 이상 발행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난쏘공’은 1970년대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려내 한때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금서’를 지정했을까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소설 속 내용)



비판과 저항의 독서문화 – 금지된 베스트셀러

당시 시대상은 군부독재 시대입니다. 사람들은 민주화를 열망하고 있었고, 대학생과 지식인들은 다양한 책을 통해 비판의식을 길렀고, 이를 시민에게 전하기도 했습니다. 민주주의 사상을 일깨워주는 책 대부분은 금서로 지정됐고, 난쏘공처럼 사회 비판적인 책들도 금서로 지정됐습니다.


(당시 금서로 지정됐던 책들)


또한, 납북된 작가들의 소설, 시집도 모두 금서로 지정됐습니다.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 늘 외우고 다녔던 ‘정지용’의 시 ‘향수’도 대통령 직선제로 선출된 노태우 정부 때인 1988년에 이르러야 출판 허용 조치가 이뤄진 만큼, 모두 금서였습니다.


대표적인 책은 김지하 시인의 오적, 사상계, 전환시대의 논리 등이 있는데요. 또한,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 등도 금서였습니다. 이 전태일 평전을 쓴 조영래 변호사는 본인임을 알 수 없게 저자에 이름을 올리지도 않았고, 책의 초판 이름은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이었습니다.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



성공을 향한 솔직한 욕망 – 어느 샐러리맨의 책장

이제 군부독재 시대를 지나 민주화 이후 1990년대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응답할 1994라는 드라마처럼, 1990년대는 X세대라는 신세대가 등장했고, 경제적으로 매우 풍요로운 시대였습니다. 또한 증권붐이 일기도 했죠. 그리고 새로운 문물,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등장합니다.


(컴퓨터 길라잡이를 시작으로 다양한 자기계발서가 등장합니다.)


이런 시대적 현상에서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책들은 경제, 경영서, 자기계발서, 컴퓨터와 같은 전자기기 기술과 관련하 책들입니다. 대중의 관심임 이념, 사회에서 개인으로 옮겨갔죠. 책도 이런 시대의 ‘자화상’을 반영했습니다.


컴퓨터 길라잡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와 같은 자기계발서와 기술서, IMF 시대 베스트셀러가 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등이 있는데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은 대학 강의로 반영되기도 했습니다. 일부 대학 교양 강의에는 이 책의 이름을 따서 ‘성공하는 대학생의 7가지 습관’으로 개설되기도 했죠.


(칭찬은 고래를 꿈꾸게 한다, 부자아빠 가난한아빠와 같은 책들은 한번쯤 들어봤을 법합니다.)



그리고 지금 책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이제 2022년으로 돌아와 봅니다. 아마존이 전자책을 볼 수 있는 기기인 ‘킨들’을 발표하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우리는 인쇄 매체 대신 전자책을 보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E-book이죠. 또한, 텍스트 대신 동영상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유튜브와 틱톡과 같은 동영상 플랫폼은 급성장하고 있고, 초등학생의 꿈이 유튜버로 바뀌고 있죠.


(운전면허 학과시험 필기 책 등 다양한 실용서)


이러한 세상 속에서 일부는 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또 일부는 그렇지만, 책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글로 소통하고 교감하는 인간의 행위는 계속할 것이라고 말하죠.


누구의 말이 정답인지는 모릅니다. 어쩌면 정답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변함 없는 사실 한 가지는 있습니다. 책은 우리 시대를 투영해왔고, 앞으로도 우리 시대를 보여주는 ‘자화상’이라는 사실을. 오는 4월 23일 세계 책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만나본 ‘베스트셀러로 읽는 시대의 자화상’. 책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는 요즘, 꼭 볼만한 전시라고 생각합니다.






글·기획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걸음기자단 9기 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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