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돼지 파는 날
이른 아침, 돼지 우는 소리에 놀라서 잠을 깬다. 새벽에 꿈속에서 돼지가 나타나 무슨 이유인지 소리를 지르며 쫓아오는데, 꿈인지 생시인지 돼지 비명은 계속해서 더 뚜렷하게 들렸다. 오늘은 돼지가 팔려가는 날이다.
산과 맞닿은 마을 위쪽에는 산을 개간하여 밭을 일구거나 돼지, 염소, 닭들을 키우는 집들이 있다. 돼지를 키우는 집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돼지를 팔기 위해 차가 다니는 도로까지 끌고 가야 했다.
마을 중앙 부분에 위아래를 잇는 다른 길보다는 좀 더 넓은 길이 있다. 그곳은 오물이 모여 내려가는 하수구로 구멍 난 콘크리트 블록을 덮어 길을 만들었다. 비가 많이 오면 물이 구멍으로 쫙쫙 빠진다. 이 길에는 항상 스케이트 자국처럼 검붉은 선이 위에서 아래까지 나 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자국이 거의 씻기기도 하지만, 보통은 흔적이 뚜렷이 남아 흉물스럽다.
새벽에 닭 우는 소리에 어른들은 고단한 몸을 억지로라도 일으켜 세운다. 부모님들은 아침 일찍부터 일 나갈 채비를 한다. 아이들은 밥 짓는 구수한 냄새가 바닥을 타고 코끝을 솔~솔 간지럽히면 비로소 아침을 깨운다.
돼지가 팔려가는 날은 닭 우는 소리보다 돼지 비명에 놀라 잠을 깬다. 그 소리가 너무 크고 끔찍하여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귀를 꽉 막는다. 돼지가 자신이 팔려가는 줄 알고 안 가려고 버티며 “꽥~꽥~!” 내지르는 소리다.
하루는 정말 돼지를 어떻게 하길래 저렇게 소리를 지를까? 너무도 궁금해서 일찍 일어나 나가 보았다. 그 일을 함께하는 어른들과 구경하는 사람들, 아이 몇몇이 나와 있었다. 아이들은 급히 나왔는지 내의바람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나는 무서워 엄마 다리를 꽉 붙들고 뒤에 숨어서 지켜보았다.
경사가 있는 내리막길이라 돼지를 쉽게 끌고 갈 수 있지만, 돼지가 워낙 죽을힘을 다해 네발로 버티고 있으니, 어른도 힘이 버거운 것 같다. 돼지주인은 돼지 앞에서 다리를 벌리고 귀를 잡고 힘껏 아래로 끈다. 더 큰 돼지는 다른 아저씨가 뒤에서 꼬리를 잡고 밀어줘야 내려갈 수 있다. 돼지와 사투를 벌이며 힘겨루기를 한다. 돼지의 눈은 핏대가 서고 안간힘을 다해 버티며 소리를 내지른다. 사람의 힘에 할 수 없이 끌러가는 돼지의 발이 닳아 핏자국을 남긴다. 참으로 끔찍했다. 돼지 몇 마리가 도살장으로 끌러가야 그 소리가 멈춘다. 돼지의 간절한 눈빛이 느껴서 나는 엄마 치맛자락을 끌어다 더 깊이 얼굴을 묻는다.
그날은 붉은 날 돼지가 팔려가는 날이다. 하루종일 돼지 비명이 귓전에 맴돌며 내 마음에도 핏자국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