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나의 가족을 소개할 게

각기 다른 방식으로 나를 감싸는 가족 이야기

by 소담




이 글은 반려견인,
라울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 이야기입니다

【 내 이름은 라울, 나는 반려견이다 】
3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열여덟 번째 이야기-나의 가족을 소개할 게


늦었지만 나의 가족을 소개해야겠다.

내게 가족은 단순히 한 집에 모여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나의 하루를 열어 주고, 지켜 주고, 웃음을 더해 주는 사람들이다. 각자 맡은 역할이 조금씩 다르지만,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합을 맞추며 나를 감싼다.


먼저 엄마, 나는 그녀를 집사라 부른다. 집사는 산책과 목욕을 책임지는 ‘무대 연출가’다. 아침이면 현관 앞에서 목줄을 챙기고 “라울, 산책 가자” 하고 부르는 그 목소리가 나의 하루를 여는 신호다. 현관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집사는 늘 무대를 지휘하듯 내 삶의 리듬을 이끈다. 길 위에서의 발걸음도 함께하고, 몸을 씻겨 줄 때도 언제나 가장 가까이에서 나를 돌본다. 내가 흙 묻은 발로 뛰어다녀도, 집사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마치 모든 무대가 나를 위해 준비된 것처럼, 집사는 내 하루를 빛나게 만든다.


그리고 아빠, 그는 집사의 수행원이자 나의 수행원이다. 수행원은 ‘든든한 조력자’로서 식사와 기저귀를 맡아준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내 일상에서도 가장 은밀한 일을 책임진다. 밥그릇을 챙겨줄 때도 무심한 듯하지만, 사료가 바닥까지 잘 내려앉았는지 꼭 확인한다. 기저귀를 갈아줄 때는 능숙하다. 수행원의 손길에는 꾸중도, 지루함도 없다. 대신 “라울, 잘했어”라는 말이 따라온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지켜주지만, 그 존재감은 가장 크게 다가오는 사람, 그것이 수행원이다.


형은 조금 다르다. 그는 표현이 적다. 하지만 그 침묵이 결코 무심함은 아니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늘 따뜻함이 담겨 있다. 가까이 다가오면 말 대신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무뚝뚝한 듯하지만, 그 손길 속에 다정함이 숨어 있다. 타지에 있어도 자주 보고 싶어 하고, 가까이 있을 때는 말없이 곁을 지킨다. 그래서 나는 형을 ‘사랑꾼’이라 부른다. 말 한마디 없이도 마음을 전하는 법을 아는, 특별한 가족이다. 형의 손길이 닿는 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사랑을 배운다.


마지막으로 누나. 누나는 나를 가장 웃게 만드는 사람이다. 나는 누나를 ‘비밀친구’라고 부른다. 누나는 나와 숨바꼭질을 자주 한다. 방 안에 숨어서 “라울~~” 하고 부르면, 나는 코를 킁킁거리며 집 안을 샅샅이 뒤진다. 커튼 뒤에 숨을 때도 있고, 화장실 문 틈으로 눈만 빼꼼히 볼 때도 있다. 그녀를 찾아내면, 누나는 크게 웃으며 “라울, 역시 명탐정이야!” 하고 안아준다. 그 웃음소리만으로도 집안이 환해진다.


또 누나는 자주 나를 안고 다닌다. “우리 라울, 어쩜 이렇게 예뻐”하며 볼에 얼굴을 비비면, 나는 부끄러운 듯 눈을 살짝 감는다. 그녀의 품은 포근하고, 무엇보다 나를 가장 많이 귀여워해 주는 공간이다. 형이 말 없는 다정함으로 나를 쓰다듬는다면, 누나는 온몸으로 나를 사랑한다. 손으로 쓰다듬고, 입으로 예쁘다 말하며, 품으로 끌어안는다. 그래서 나는 누나와 보내는 시간이 언제나 기분이 좋아진다. 그녀의 품에 안기면, 나는 더 이상 개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 된 듯하다. 물론 과하게 놀아줄 때는 동물학대가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이렇듯 우리 가족은 모두 다른 방식으로 나를 아껴 준다. 집사는 무대를 열고, 수행원은 뒤에서 지켜내며, 형은 조용히 다정함을 더하고, 누나는 웃음과 놀이로 하루를 물들인다. 네 사람이 함께 만들어내는 울타리 안에서 나는 언제나 안전하다.


밤이 찾아오면 네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밤인사를 전한다. 집사는 내 곁에 가만히 누워 지그시 바라보고, 수행원은 불을 끄며 “잘 자”라고 말한다. 형은 슬쩍 다가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쓰다듬고, 누나는 내 머리를 품에 안고 “라울, 사랑해. 잘 자”라고 속삭인다. 그 순간 나는 생각한다. 이 집 안에서 나는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존재라고.


내게 가족이란 단어는 이렇게 완성된다. 산책과 목욕을 책임지는 ‘무대 연출가’ 집사, 식사와 기저귀를 맡은 ‘든든한 조력자’ 수행원, 표현은 적지만 손길로 마음을 전하는 ‘사랑꾼’ 형, 그리고 숨바꼭질과 포옹으로 나를 웃게 하는 ‘비밀친구’ 누나. 네 사람이 모여 만들어내는 울타리 안에서, 나는 오늘도 고요하고 따뜻한 행복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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