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
1. 물속에서 헤엄치며 놂
2.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일
아, 이 글은 스텔라 장의 <L'Amour, Les Baguettes, Paris> 를 들으며 읽는걸 추천합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을 유영하고 있었어
밤의 바다처럼 끝도 깊이도 알 수 없는 곳에서 스스로가 존재한다는 인지의 끈조차 놓아버리려 할 때쯤
경망스럽게 삶은 시작되었지
아득한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온 뒤 마주하는 모든 것이 생경하여 그만 울음을 터뜨렸어
울음을 달래려는 듯 시간은 서둘러 자기 복제를 해대고 새로움들을 엮은 익숙함을 건네주었어
그렇게 하루 또 하루
반복되는 삶 속에 적응해 가며 안정을 찾아갔지만 동시에 이 세상이 시들시들해졌어
아니 버거워진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려나
어릴 때는 놀이터였던 세상 곳곳을 누비고 다녔지만
시간이 흘러 어느새 권리보다는 책임이 짓누르는 나이에 이르렀어
먹고사는 문제를 위해 치졸해지고
자기 자신을 꼭 닮은 누군가를 위해 뻔뻔해졌지
나는 놀이터를 향유하는 주인이 아니라 그곳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었어
돌이켜보면 자신의 놀이터에서 마음 편히 놀아본 순간은 너무 찰나였던 것 같아
아쉬워도 어쩌겠어, 누군가는 지켜야만 해
언젠가 왜 사람이 행복해야 하냐고 묻던 친구가 있었어
말문이 막혀 대답하지 못했었지만, 글쎄,
행복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아니라
행복하고 싶다는 절실함이 아닐까
너도 가끔은 아이처럼 놀이터로 달려가 놀고 싶지 않아?
그 마음이 명제의 반증이 아닐까
그리고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답이 없다는 것은
무엇이든 행복이 될 수 있다는 명제의 역이 아닐까
그런데 사람들은 행복을 정의하고 사는 것 같지 않아
스스로 정의한 적 없기에 타인에게 쉽게 휘둘려버리고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의 의견들을 답처럼 맹신하고
다양한 견해들 사이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지
나에게 행복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에게 행복은 '사람'이라고 답할게
나 말고 나를 둘러싼 사람들 말이야
착한 아이 증후군이니, 낮은 자존감이니
별의별 말들로 검산을 해본 끝에 내린 결론이야
아무래도 나는 '사람'인 것 같아
백번 양보해서 지금은 그런 거라고 하자
사실 작고 소중한 나의 세계에서
행복은 양자역학에서처럼 파동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어
나는 완전하게 알 수 없어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행복해야 하는지
행복 다다른 것 같아도 마침내 알게 되었다는 생각조차 나를 배신해
그래도,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함께 얽혀있을 테니 어떻게든 닿을 거야
행복에 닿으려는 내 노력은 헛되지 않았을거야
나의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것, 그로 말미암아 스스로가 기쁜 것
잊지 마
이게 내 행복이었어
나도 어쩔 수 없는 거대한 무언가가 내 생각을 무너뜨리더라도
기억해
그게 내 행복일 거야